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지난 5~6개월간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단어는 ‘Change-변화’였다. 그 변화라는 단어는 국제적인 관계 및 정책, 국가, 연방 차원의 사회정책과 법률 제정 등의 거시적인 변화도 있지만 그 변화에 대하여 미시적 단계에 그 내용을 우리의 생활에 직접 연결시키면 우리가 속한 기업, 사회조직, 개인의 사업 및 직장, 우리의 가정과 또한 제일 요한 우리 개개인 각자의 변화로 연결시킬 수가 있다.
2007년 연말 휴가를 보내며 이 ‘변화’라는 단어에 집착이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변화’를 요구한다면 그 변화는 직간접적으로 우리 모두의 변화를 통하여 사회 전체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작게는 지금 일하고 있는 USC의 우리 부서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미리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나 자신도 개인적으로 앞으로 5년, 10년 혹은 그 후에 일어날 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변화’라는 단어는 상징적으로 앞으로의 비전과 꿈을 동반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뜻하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경우 특히 개인적으로 안락하다고 생각했던 현재 상태, 직업, 가정 등의 변화는 무서움, 불안감, 절망감을 몰고 오는 수가 무척 많다.
5년 전 USC 대외 관계부서에 새 부총장이 임명되었을 때 전 직원이 외부 호텔에서 2일간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같이 보내며 리트릿(retreat)을 했었다. 그 때 우리 각자가 받은 책이 스펜서 올슨의 ‘Who moved my cheese?’(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였다. 새 부총장과 그가 채용한 외부 컨설턴트의 진행 하에 2일간의 리트릿은 큰 조직의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가 책임을 맡은 부서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어떤 변화를 미리 예측하면서 당시 새로 결정된 ‘USC의 역할과 사명’이라는 새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각 부서와 개인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준비하는 정신적인 훈련이었다.
‘변화’를 생각하며 5년간 구석에 박혀 있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다시 꺼내 읽었다. 짧고 간단하며 치즈 그림들이 크게 그려진 어린이들이 읽는 책자 같이 생긴 이 책은 한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작가는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작은 생쥐와 꼬마 인간 햄과 허의 주인공들을 통하여 매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던 치즈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생쥐와 꼬마 인간들이 그 변화를 성공적으로 혹은 실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쉽고 간략하게 써 나가는데, 작가의 메시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치즈는, 즉 우리의 안락한 현재 상태, 직업, 가정, 건강 혹은 영적인 평화와 같은 것을 상징하고 갑자기 매일 먹던 치즈가 없어진 후 주인공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미로를 통해서 비로소 새로운 치즈를 얻는다. 어느 날 그 치즈가 사라졌을 때, 즉 예상치 못했던 변화를 맞아 어떤 이는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당당히 변화에 맞서 성공을 쟁취하기도 한다” 즉 우리가 직장이나 인생에서 부딪히게 될 수많은 변화와 어려움에 대하여 현명하게 대처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
책자에서 발췌한 ‘변화에 대한 대비’를 소개한다. ‘변화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긴다’ ‘변화를 예상하라. 치즈가 오래된 것인지 자주 냄새를 맡아 보라’‘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라.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다’’자신도 변해야 한다. 치즈와 함께 움직여라’‘변화를 즐겨라. 모험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새 치즈의 맛을 즐겨라’‘신속히 변화를 준비하고 그 변화를 즐겨라.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작가는 또한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익숙한 것과 남들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편안한 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사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2008년 1월에 학교가 개학하자마자 우리 부서의 매니저들을 소집해서 간단한 1일 리트릿을 했다. 전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는데 우리들도 심각하게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도전의식을 강조했다. 매니저들과 함께 지금 현실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우리는 어떤 변화를 해야 할까에 대해 토론을 가졌다. 어떤 ‘변화’를 예측하건 그 변화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2년, 3년, 5년, 10년 단계로 자연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직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다가올 변화는 꼭 부정적인 결과가 아니라 우리에게 긍정적인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법정 스님의 글을 보면 미래를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미래를 걱정하는 것과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무척 다른 뜻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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