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이 25일(한국시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4강외교 시동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5일부터 4강 외교 행보를 전개했다. 취임식 축하사절단으로 방한한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시급한 현안인 북핵 문제를 비롯, 각종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글로벌 외교’를 주창하며 한미 동맹 강화와 아시아 외교의 격상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난 뒤 첫 외교일정으로 청와대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간 투자 활성화와 경제계의 협력 강화를 위한 민간 협의체 구성, 양국 경제각료 회의의 복원에 합의하는 한편, 4월 중 이 대통령의 방일과 올 하반기 후쿠다 총리의 답방 계획을 추진키로 하는 등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또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에서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기후와 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에 문제가 생기면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이에 후쿠다 총리는 과거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으로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담을 통해 양국은 셔틀 정상외교 복원의 구체적 실현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오는 7월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8개국) 정상회의와 이 대통령 참가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양국간 갈등의 원인이었던 신사참배나 독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한.일 정상회담이 취임식 직후에 잡힌 것은 이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며 양국관계의 복원을 상징하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외교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을 접견했다. 중국 외교부장을 오래지냈고 현재도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탕 국무위원과의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양국 경제협력 강화 방안이 주의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이 6자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도록 중국정부가 역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후진타오 주석도 한국에 오셔서 양국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후 주석은 탕 위원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에서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하며 인사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한국과 중국은 양국관계의 새 출발점에 서 있다. 오늘을 계기로 과거를 개선하고 미래를 개척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다.
탕 위원은 한.중 간 협력이 6자회담 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한 뒤 배석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함께 한국 측과 긴밀한 협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과 10월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이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빅토르 주프코프 러시아 총리와도 만나 자원 외교를 포함한 양국 우호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임기(5월) 안에 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문제도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좋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해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이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축하인사와 함께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초청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의 창조적 발전과 신뢰기반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긴밀한 한미공조를 기반으로 비핵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고 실용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한.미 양국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측이 조속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의회 인준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고 라이스 장관은 한.미 FTA는 방식과 일정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졌고 한미관계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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