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서 시간낭비·불필요 주장불구 효능 높아
‘교사 서베이’3,000명에 물어보니…
학교 숙제의 효용성에 대한 교육계의 오랜 논란과 달리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모두 학교 숙제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의 83%, 부모의 81%, 학생 77%가 숙제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거나 ‘중요’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또 학생들에 부과되는 숙제의 양과 질이 과거에 비해 질적으로 매우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87년의 경우 교사들이 부과하는 학교 숙제가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한 교사는 12%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24%로 2배 늘어났다. 양적인 면에서도 교사들의 20%가 매우 적절한 편이라고 응답, 1987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과거 숙제의 양적인 면에만 관심이 치중되어 있었던 학생과 부모의 관심이 최근에 질적인 면으로 옮겨가고 있어 교사가 내주는 숙제의 질적인 면에서 불만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떻게 조사했나
메트라이프 재단의 기금지원을 받아 ‘해리스 인터렉티브’라는 연구기관이 지난 2007년 3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3개월에 걸쳐 3,000여명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유치원에서부터 12학년까지 미 전국 공립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현직교사 1,000명이 조사에 응했고 501명의 학부모, 3학년에서 12학년까지 2,101명의 학생들이 최소 15분간의 인터뷰 방식으로 설문 조사에 응답했다.
교사·학부모·학생 80%내외 중요성 실감
학습효과·성적과 상관관계 높아
중고교생 60% 수면부족 호소 문제점도
‘학교 숙제는 다 했는가’ ‘오늘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무엇인가’
자녀와 부모가 일상에서 가장 흔히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바로 ‘숙제’(homework)와 관련된 것이다.
교사와 부모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를 제공해 왔던 주제 중 하나도 이 숙제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근년 들어 일부 교육전문가들이 학교 숙제의 효용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과연 교사가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숙제가 학생들에게 아무런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단지 학생들에게 시간만 낭비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 전국적으로 교사, 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과 부모 모두에게 골칫거리로 전락한 듯 했던 이 ‘숙제’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미 교육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때론 학생뿐 아니라 부모까지도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이 숙제가 단지 스트레스 거리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자녀 숙제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자녀의 성적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미국 교사 서베이’(The MetLife Survey of The American Teacher) 시리즈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 ‘메트라이프’(MetLife) 재단이 지난 14일 미 전국의 일선 학교와 가정을 상대로 조사한 방대한 분량의 학교 숙제 관련 조사보고서인 ‘Home Work Experience’라는 연구 결과물을 발표했다.
3,000여명에 달하는 현직 미 교사, 학부모,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재학생들이 참여해 학교숙제에 대한 의식과 숙제 분량, 숙제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 숙제로 인한 가정의 영향, 학생의 성적과의 관계 등 그야말로 오랜 논쟁거리였던 학교 숙제에 대한 모든 것을 낱낱이 파해친 조사였고 미 교육계는 이번 보고서를 ‘학교 숙제에 대한 해부학’ 즉, ‘홈웍 애나토미’(Homework Anatomy)라고 불릴 만한 연구 성과물로 평가하고 있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의 이 ‘학교숙제 해부학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숙제 잘하는 학생 학교 성적도 좋다
학교 숙제 해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학생이 성적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점과 학교숙제에 사용하는 시간이 상당한 정도의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과목에서 A학점을 받는 학생들이 C학점 이하를 받는 학생들에 비해 학교 숙제해결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A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50%가 주중에 하루에 1시간 이상 숙제를 하는데 사용한 반면 C학점 이하 학생들은 65%가 숙제에 1시간도 할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말에도 A학점을 받는 성적 우수 학생들은 33%가 1시간 이상 숙제해결에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C학점 이하를 받은 학생들은 86%가 1시간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 많은 교사가 숙제 중요시
교사에 따라 숙제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교직경력이 21년 이상인 경험 많은 교사들일수록 숙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교직경력 21년 이상 교사들의 87%가 숙제는 학생들이 반드시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로 평가했고 60%의 교사들이 숙제가 학생들이 학교 졸업 후의 인생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도움이 되며 학교 수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력이 짧은 교사들은 비교적 숙제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했다. 숙제가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졸업 후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교사는 각각 36%, 48%에 그쳐 교직경력이 많은 교사들과 대조를 보였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부과하는 이유로 시험대비(87%), 학습 습관 기르기(80%), 비판적 사고능력 향상(67%), 학습 동기 부여(65%) 등을 꼽았다.
또 경력 21년 이상된 교사들은 숙제가 학생의 흥미분야(57%)를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며 숙제가 학생들의 수업 준비(74%)에 위해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출하는 숙제를 평가하고 처리하는데 매주 8.5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 뿐 아니라 교사들도 숙제로 인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력 21년 이상된 교사들은 숙제가 학생의 흥미분야(57%)를 계발하는데 도움이 되며 숙제가 학생들의 수업 준비(74%)에 위해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출하는 숙제를 평가하고 처리하는데 매주 8.5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숙제로 인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숙제하면서 TV 시청
학교 숙제를 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등 멀티태스킹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제를 하는 동안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숙제에만 몰두하는 학생은 초등학생의 경우 31%, 중고생은 11%에 불과했다.
중고생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89%가 학교 숙제를 하면서 TV를 시청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멀티태스킹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중 70%가 음악을 들으면 숙제를 한다고 응답했고 51%는 TV를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또 57%의 학생들이 숙제를 하면서 전화통화(20%)를 하거나 메시지(17%)를 보내고 이메일(20%)을 하는 등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제에 대한 태도가 중요
학교숙제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가 학교 성적 및 대학 진학과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40%가 C학점 이하의 성적을 받고 있었고 숙제가 ‘중요하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27%만이 C 학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진학 계획이 없는 학생일수록 숙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경우에도 숙제에 대한 태도에서 학생들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자녀가 교사로부터 받는 숙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부모들일수록 학교 참여도가 낮아 학교로부터 일조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런 태도를 지닌 부모들은 숙제가 자녀들에게 부담만 지워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A 학점을 받는 학생일수록 숙제를 매일 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A학점을 받는 학생의 52%가 매일 숙제가 주어진다고 응답한 반면 C학점 이하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34%만이 매일 숙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잠잘 시간이 부족해요”
5시간 이하·10시간 이상 수면
평균 학업성적 가장 낮아
이번 조사에서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친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특히 주목되는 부문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수면시간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 학생들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중고등 학생들은 57%가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초등학생들도 29%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시간 부족의 한 요인으로 학생들은 과다한 학교 숙제를 꼽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48%는 수면시간이 하루 9시간 미만이었고 중고생의 60%가 하루 7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학생 10명 중 4명(37%)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생들의 34%가 수면시간 부족으로 학교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29%의 학생이 수면부족으로 수업시간에 조는 경험을 했으며 심지어 수업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드는 학생도 7%나 됐다.
반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면시간 부족에 따른 영향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학생들의 28%만이 수면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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