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물…아끼고 아껴야…
반 총장 “물이 고갈되고 있다”
전 세계적 물부족 심각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물. 지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 그러나 이 중에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지극히 적다. 지구상의 물 중에서 97%는 바닷물이며 나머지 3%는 담수이지만 이중 75%는 남극이나 북극에서 얼음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할 수 없다. 즉 인간이 쓸 수 있는 양은 전체 담수중 25%에 불과하다. 이는 지구상의 물 중에서 0.7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마저도 전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지구상의 전 동식물이 나눠써야 한다.
물부족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가주 주요 물 공급원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 고지대의 얼음이 2007년 10월 현재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 후반엔 시에라 네바다 얼음의 최소 30-70%가 사라져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뉴멕시코 등 미 남서부 7개주의 ‘젖줄’인 콜로라도강은 85년만에 가장 얕은 수심을 보였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전 세계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반 총장은 1월24일 다보스 포럼의 대담 프로그램에 참석, 2007년에 기후변화를 글로벌 탑 아젠다로 삼고 적극 대처했던 것처럼, 올해에는 심상치 않은 물 부족 위기를 글로벌 탑 아젠다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반 총장은 아프리카 등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는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한 유엔의 개발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주요 고위급 회담’을 주최할 계획을 밝혔다.
반 총장은 “인구 증가가 물 부족 사태를 악화시키고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이며, 글로벌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물 고갈 사태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훨씬 더 많은 갈등들이 잠복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물부족은 실제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재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가뭄으로 촉발됐으며 소말리아, 차드 등지의 분쟁 및 빈곤은 물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반 총장은 런던 소재 비정부기구인 인터내셔널 얼러트의 최근 보고서 결과를 거론하면서 46개국 27억명은 기후변화와 물 관련 위기들로 인한 ‘폭력적 충돌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고, 그 외 56개국 12억명은 ‘현재 폭력적 충돌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전한 바 있다.
물부족 현상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오는 2025년경에는 전세계 물 수요량이 지난 1995년 수준보다 약 40% 증가할 것이며 급격한 물 수요의 증가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2000년 3월17일 발표된 세계 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 보고서는 오는 2025년 전세계적으로 농업, 공업 및 도시지역 물 수요량을 4,279~5,235로 추정, 지난 1995년 3,788㎦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으로 25년내에 최소한 총 저수용량 29억㎥인 소양강 다목적댐 170개 이상의 수자원이 추가로 확보돼야 함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 물 부족지역은 다음과 같다. 중국의 경우 문명의 발상지인 황하강은 1972년 사상 처음으로 말라 붙었으며 1985년 이후로는 1년중 일정기간동안 물이 없으며, 1997년에는 황하강의 물이 바다에 이르지 못한 날이 226일이나 됐다. 인도의 경우 건기에 인도 동부의 갠지스강이 벵골만에 이를 때쯤에는 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인도인들이 강물을 거의 소진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농부들의 몫은 없는 것.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 서부지역에서 물부족 현상이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과 더불어 남부지역에서는 이미 오가랄라 대수층의 고갈로 관개농지가 줄어들고 있다.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캔자스, 콜로라도주 등의 관개농지는 지난 20여년간 계속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아랄해로 흘러들던 아무다랴강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마구 끌어다 쓰는 바람에 지금은 완전히 말라버렸으며 민물유입이 줄어든 아랄해는 염분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한해 1억파운드나 잡히던 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많은 양의 강수량을 보이지만 이를 저장하지 못해 필요한 시기에 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프리카에서는 평균 1,000명에서 1,500명이 하나의 수동펌프로 살아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용인원이 3,000명에 이르며, 여기에 가축까지 합하면 펌프 하나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명체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하수가 쉽게 오염되며 펌프의 고장도 잦다. 어떤 지역은 펌프를 설치한 후, 3개월만에 망가져 버리기도 한다.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물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물 절약 기술을 개발하도록 장려하고 물 절약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민간차원에서는 설겆이, 세탁, 세수 등으로 소비되는 물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중한 물 아끼고 아껴야 할 때다.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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