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지와 억지 분명히 구별해야
미래 지향적 역사관 매우 중요
숭례문이 불에 탔다. “아니, 저런!”하는데,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며 기왓장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이어서 나오는 뉴스에 불탄 숭례문 앞에서 흐느끼는 사람, 꽃을 갖다 바치는 사람, 화내고 다투는 사람, 심지어는 엎드려 절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복원비용이 300억원은 족히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큰 손실이었다.
이 화재는 숭례문이 국보 제1호이고 서울시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더욱 그 충격이 컸던 것같다. 대한민국의 상징 같았던 것으로 자긍심이 담겨 있었는데 이것이 불에 타 없어짐으로 인해 단지 물질적 손실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손실로 더욱 충격이 큰 모습이다. 이것을 볼 때 우리에게 국민으로서의 긍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자녀 교육에도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개인적인 자존심과 긍지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민족적 차원에서의 자긍심은 더구나 중요한 것같다. 더 높은 차원의 소속감과 사명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것이 정확한 것에 근거를 두어야지 엉뚱한 일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붓게 되고 정작 꼭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숭례문은 1398년 이씨조선이 시작하면서 도읍을 개성에서 지금의 서울로 옮겼을 때 새 도성의 중요한 관문으로 세워진 것으로 조선의 세종대왕 때와 성종 때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개축과 중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1907년 일본 황태자의 방한 때 근처의 성곽을 다 허물고 대문 자체만 남겼었는데 양옆에 있는 석축은 그 때 일본식으로 쌓은 것이라고 한다.
또 6.25를 거치면서 크게 파손된 것을 1961년 전면 해체하고 대대적인 중수작업을 거쳤었고 2003년에는 일제 때 헐은 대문옆 성곽을 양쪽 10미터씩 다시 복원했고 2005년에는 그 일대를 공원으로 단장해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하기에 이르렀었다.
숭례문이 대한민국 국보 1호인 것도 국보에 번호를 매긴 자체가 문화재에 어떻게 우열을 매길 수 있는가 하는 의견도 있어서 단순한 관리번호라고 주장하지만 원래 일제 때 일본이 한국의 보물들을 정리하면서 보물 1호로 정했던 것이 해방 후 1962년에 공포한 문화재 보호법을 발표할 때에 그대로 대한민국 국보 1호로 굳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때 가토기요마사가 그 대문을 지나갔다고 해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남대문을 보물 1호로 정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홍인지문(동대문)은 보물 1호, 훈민정음은 국보 70호이고 팔만대장경은 국보 32호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을 살펴보다 보니까 이전에도 많은 수난을 겪은 것을 알게 되고 조금은 처음 느꼈던 절망에 가까운 울분은 다소 수그러지는 것을 느끼고 아무리 상징적인 국보라고 해도 얼마든지 우리가 중수도 할 수도 있고 또 더 좋게 개선하는 안도 생각해 볼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사실 숭례문의 위치는 처음 건축 당시 새 도읍의 남쪽 변두리였지만 지금은 주위환경이 크게 변해서 서울의 가장 도심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말인데 이왕 복원공사를 할 것이면 이 새로운 주위환경에 조금 더 부합한 모습으로 하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외국에서 사는 햇수가 길어질수록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것인데 우리민족은 너무나도 자랑할 것이 많은 민족이라는 사실이다.
근자에 이루어 놓은 눈부신 발전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긴 역사를 통해서 강한 외세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문화의 산업의 중흥을 이루어 온 아주 강인하고 우수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자녀들 개개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요즘은 덜 하지만 한때 한국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본토아이들과 시비가 걸리면 “너 죽어!”라고 허세를 부린다던가 어떤 아이는 야구방망이 심지어는 장난감 권총까지 학교로 가지고와 협박을 하는 문제가 발생해서 그것을 훈시하느라 힘들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음식문제만 해도 그렇다. 학교에서 다민족 문화잔치(Multi-cultural Festival) 같은 행사를 할 때 매번 똑같은 음식만 한국음식인 것처럼 준비하는 것을 보는데, 근자에 한국에 다녀온 누이의 말에 의하면 오히려 한국에서는 요즘 얼마나 사는 것도 다양해졌고 먹거리도 다양해 졌는지 분명 한국음식은 한국음식인데 아주 새로운 멋과 맛으로 많이 개발해 놓아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LA 거주의 한 교포가 독자란에 기고해서 자랑하는 것을 읽어본 기억이 나는데, 그 분은 미국사람들이 일하는 직장에서 10년을 넘게 매일 청국장을 점심으로 싸갔다고 한 내용이었다. 필자도 청국장을 좋아하지만 맛있어서 먹는 것이지 이름 그대로 청국의 장을 가지고 남의 눈총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분명히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긍지가 아닌 억지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인이 앞선 것들 중에 아주 중요한 하나가 우리는 명실공히 가장 선교를 많이 하는 선교대국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 후서 5:17)라고 했는데, 우리 자녀들은 새롭게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도록 항상 기도한다. 우리는 무엇을 입고 먹고 말하던 결국 한국인임을 피할 수 없고 우리는 이미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참된 역사적 재산은 결국 과거 우리 선친들의 행적에도 있지만 더 크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미래에 있지 않을까?.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문의: johnsgwha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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