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KTO)에서 매년 조사하는 ‘외래 관광객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십수년 간 한국에서 제공되는 관광서비스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교통서비스 종사자들의 친절성도 증가하였고 호텔숙박도 편의성, 위생 등이 개선되고 있다.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관광객들의 샤핑 편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십수년 간 외국인 방문객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여행 후의 한국 이미지도 그리 좋아지고 있지는 않다. 아직 무엇인가가 부족한 것이다.
관광학자인 뮐러가 2000년도에 쓴 논문에 의하면 관광개발의 새로운 강조점으로 효율성, 품질, 환경인식, 참여, 운송수단, 문화고유성, 인간의 감성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관광매력, 즉 볼거리들이 충분히 개발되어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로 독특한 문화 고유성을 들 수 있다.
남가주의 어느 경영대학에 가보니 학생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방문 프로그램에 중국과 일본만 포함되어 있다. 넓은 태평양을 건너와서 한국은 쏙 빼놓는 것이다. 꼭 방문해서 보아야 할 한국의 독특한 문화유산이 국제적으로 널리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와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에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서울 중심지역의 인사동 거리는 한옥과 독특한 국산물품의 판매상 및 화랑들이 들어서서 한국인들에게도 자주 가보고 싶은 전통 문화적 분위기가 풍기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에 내가 태어나기도 했던 종로구 가회동 거리에 우연히 들러보니 북악산에서 내려온 솔나무 향기가 깔려있는 깨끗한 한옥들이 자리하고 있고 주위에 헌법재판소, 감사원 등의 관가뿐이 아니라 이를 에워싸고 전통 음식점들 및 전통 대체의학 연구소 등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장소들을 주위의 청계천, 남산 및 각 고궁들과 어울려진 독특한 볼거리로 개발한다면 충분히 외국 방문객들에게 매력 있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선할 점은 아직 많다. 버스, 전철을 버스카드 하나로 탈 수 있어서 내국인들은 매우 편리하게 지내고 있으나 외래 방문객을 위한 버스카드 판매가 되지 않아 일일이 현금을 내든지 표를 사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어느 중국 교포가 도대체 버스를 어떻게 쉽게 탈 수 있는지 궁금하여 승객들을 보니 다들 지갑을 인식기에 대고 타기에(지갑 속엔 버스카드가 있었던 것) 자기도 지갑을 인식기에 대었더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운전사는 다음 정거장에 버스를 세웠고 간첩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명산들은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다양하게 우거진 식물과 다채로운 동물들, 풍부한 수자원과 아울러 화려한 절경들을 지니고 있어서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서서 용아장성, 공룡능선, 화채능선과 아울러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맛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다만 등산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쉽다. 예를 들어 한계령이나 오색약수에 차량을 두고 등산을 시작하였을 때 외설악의 천불동계곡으로 하여 설악산 입구로 내려오게 되면 차량에까지 돌아갈 차편이 막연하다. 설악산을 순환하는 버스노선이 있다면 이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더 증가할 것이다.
지리산의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16개 산봉우리와 능선을 오르내리며 40km에 걸쳐 2박3일로 종주하게 되면 우리 국토의 가슴에 포근히 안기는 기분이다. 수년전에 노고단에서 하이킹을 시작하였는데 노루목에 이르러 점심을 먹자니 저쪽에서 가벼운 핸드백만을 어깨에 걸친 젊은 여학생이 혼자서 달랑 나타난다. 우리 일행은 가져온 김밥을 권하고 사연을 물었다. 천안 모대학교 1학년생인데 친구가 입대하였으므로 기분전환 겸 지리산에 2박3일로 올랐다는 것이다. 산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므로 문제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우리는 2개월여에 걸쳐 장비준비와 산장 예약을 하고, 판초, 식량, 버너 등을 각자 10kg씩 지고 올라왔는데 이 여학생은 아주 간단히 올라온 것이다. 이만큼 우리의 산들은 안전하고 정답다.
우리나라는 정보산업, 생명공학, 극소공학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앞으로 관광산업에서도 창의적인 도약이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심현철
성신여대/ 전 UCLA
경영학 교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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