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적 내용, 후진적 형식, 정반합 기대
13일 오전 샌프란시스코 어느 음식점에 열린 한우회(SF지역한인회 전직 회장단) 모임은 많은 것을 생각케 했습니다. 우리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 회장을 지낸 분들의 모임, 즉 한인사회 원로모임인 만큼 이분들께 드리는 편지 형식으로 소회를 정리할까 합니다.
◈발전적 내용- ‘되네 안되네 해도 우리 한인사회가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이런 것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수준까지 됐다니…’ 처음 제보를 받은 이후 직간접 취재와 13일모임을 취재한 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종합하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어느 먼 지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지역에서 빚어진 각종 단체 공금의혹 사태들과 비교하면 정말 ‘깜’도 안되는 듯한 걸 갖고 그렇게 샅샅이 문제를 삼는 장면을 보면서 한인사회 단체들이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이 진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문제된 한우회 예산이라야 총수입 3,800달러에서 총지출 4,000달러, 게다가 예산집행에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는 구체적 공표도 없고, 총액 인수인계(마이너스 200달러)도 별 오차없이 이뤄졌습니다. 그렇지만 한우회 어르신들은 일부항목의 장부상 집행날짜와 실제 집행날짜가 몇개월 차이나는 것, 재무담당(박병호 전 한인회장)이 한우회 계좌에다 자신의 돈을 몇차례 입급시켰다 출금한 것 등을 ‘비영리단체 계좌운용의 원칙’ 등을 들어 추상같이 추궁했습니다. 박 전 회장이 “00단체 00처럼 돈을 떼먹은 것도, 인수인계를 틀리게 해준 것도 아닌데 유용이라니…” 하면서 반발하거나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집행이 늦은 것도) 유용이라면 유용”이라며 자진사퇴 의사까지 밝힌 것 역시 발뺌과 책임전가로 점철됐던 다른 사례들과 비교할 때 참 산뜻했습니다.
◈후진적 형식- ‘아니, 그런데 그런 걸 갖고 꼭 그렇게 했어야 할까.’ 내용적 측면에서 받은 좋은 느낌만이 전부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내용을 다루는 형식이 마음에 좀 걸렸습니다. (제가 심층취재를 못한 때문인지 모르지만) 공론화된 내용만 보면, 내부회의를 통해 시정조치를 취하는 일정수준의 선결단계를 거치지 않고 굳이 취재진을 불러놓고 막바로 공개심판하는 식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특히 모임 전날(11일) 오재봉 전 한인회장과 인진식 전 한인회장(현 한우회장)께서 기자와의 연쇄 전화통화에서 “재정문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라고 하신 것은 자칫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물론, 두 분의 충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박병호 전 회장을 두둔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발전적 내용에 대한 찬사 못지않게 후진적 형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 “그래도 어디어디에 비하면 공금에 손 안대고 아귀를 맞춰준 것만 해도 상을 줄 판이구만 무슨 날벼락이라도 친 것처럼 그러는 걸 보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두 분의 순수한 의도와는 다른 소리가 나오는 듯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반합 기대- 이번 사태 혹은 해프닝은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기름진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한우회 어르신들이 이번처럼 추상같은 면을 다른 사안들에도 보여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솟아납니다. 한우회 건은 회비운용에 관한 것이지만, 버젓이 교민사회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수만달러 십수만달러 심지어 수십만달러 행사를 벌여놓고 예산결산을 엉터리로 한 사례가 한둘이 아닙니다. 모르지 않으실 겁니다. 비단 돈문제 뿐 아닙니다. 한인회-총영사관 갈등문제도 누구보다 먼저 한인회장 출신들 모임인 한우회가 중재역할을 해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인회장 출신이라고 한인회 편을 들어야 된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이번 재정문제 논의에서 보여주신 그 예리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한인회-총영사관 사태도 엄정하게 재단하여 슬기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시는 것이 한우회의 의무이자 권리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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