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15일 본란에 “부동산 시장 시발, 경기후퇴 대비하여야” 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 후 연방은행이 예정에도 없었던 회합을 통해 지난 1월 21일 급격히 이자율을 인하하였다(그리고 또 추가 인하조치가 일주일 후 정기회합에서도 있었다). 마치 지난 ‘9.11’사태 당시 뉴욕 ‘투윈 타워’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적군에 의한 미 본토 공격으로 간주한 인상을 주었듯이, 이번에는 주식시장의 폭락 조짐이 경기후퇴 조짐으로 간주된 인상이다.
따라서 현행 이자율이 년 3%인데, 2007년 인플레이션율을 4.1%로 볼 때, 현행 실질이자율은 1%이상 ‘마이너스’이다. 이런 실질이자율은 이자율이 18%였으나 인플레이션율은 20%를 넘어섰던 지난 70년대 말 카터 행정부 때에 발생했다.
그 결과 지난 80년대 초 미국 경제가 겪었던 고통이 연상되면서 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비록 오일이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이 그 당시에 비해 현격히 줄었지만 현재의 고유가 현상은 70년대 말 ‘2차 오일 파동’과 유사하다.
유가는 그렇지만 미국경제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폭풍에 휩싸일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90대 미 연방은행 그린스펀 의장이 취한 일련의 이자율 인하조치를 통해서(하도 많아 숫자를 잃어 버렸는데 13번 정도로, 이는 조심성 있었던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경제 맥을 잘못 잡아 계속 인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경기후퇴를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유동성 증가는 컴퓨터,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생산성 증가 현상으로 이해하여 소위 ‘닷컴 버블’을 낳았었다. 닷컴 버블이 꺼진 2000년대에도 미국에서 줄어들지 않았던 유동성은 주택시장 버블로 연결되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금 연방정부의 이자율 인하 조치는 과거의 기조를 유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주식가격, 주택가격 등 자산가치를 안정시켜 이에 근거한 소비지출 증가를 통한 경제 활성화다. 그러나 이러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는 자산가치에 버블이 있을수록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구체적으로 이자율 인하와 주택시장을 생각해 보자.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주택수요의 증가, 즉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난다. 이런 신규 수요증가가 주택시장 활성화이고, 기존 주택소유주들의 이자율 인하에 따른 재융자 증가는 주택시장 활성화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부수적 부의 효과에 불과하다.
지난 90년대 일련의 이자율 인하 조치가 미국에서 닷컴 버블과 주택 가격폭등 등 자산버블에 머물고 전반적 인플레이션이 되지 않은 것은 해외수요 덕분이었다.
미 달러 보유고뿐만 아니라 미 연방정부 채권의 과도한 해외 소유는 이의 직접 결과이며, 미국 달러화의 평가절하 추세는 이의 반영이다. 나아가서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사우디 등 산유국이 자국 보유 달러를 근거로 투자공사를 설립하여 미국의 채권이 아니라 미국 주식, 나아가서 에너지 분야 등 미국에 직접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한국도 투자공사를 설립하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꼭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런 국가들의 투자공사들의 입김 하에 미국경제가 놓이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해외수요가 미국의 이자율 인하조치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시키기 어렵다. 연방은행 버냉키 현 의장이 의회 증언을 통해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재정정책의 집행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지한 것일 것이다.
주택등 자산에 버블이 있는 만큼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부자가 아니다. 외견상으로 부자처럼 보이는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투자공사들이 그 점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경제는 ‘가계부분이 저축을 하고 기업이 그 돈을 빌려 투자를 하는’ 정상화 길로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연방은행의 이자율 인하 조치는 그러한 방향과는 괴리된 조치이고, 선거를 앞 둔 공화/민주 양당의 정책 또한 유감스럽게도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점은 미국 국민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이 점은 남 탓이 아니라 바로 우리 탓이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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