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4일이 입춘이었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고 한지에 크게 붓글씨로 쓰고 대문에 달아 놓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허나 금년은 대길이 아니라 나에게는 입춘대흉(立春大凶)처럼 느껴지는 게 바로 월요일인 그날부터 기침을 시작하고 오한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침이 어느 정도 심한가 하면 기침을 할 때마다 폐가 찢어질 듯이 아픈 느낌이라 기침을 계속하다보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 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데 금슬(?)이 좋아서인지 아내도 마찬가지 증세였다. 바로 다음날 우리의 가족의인 닥터 권에게 갔으면 도움을 곧장 받을 수 있었을 터인데 공교롭게도 그날 9시에 아내는 워스터 카운티 스노우 힐 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받아놓은 상태라서 새벽 6시경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어떤 술주정뱅이가 리쿼 스토어에서 브랜디 몇 병을 훔치고는 우리 소유 닭 농장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서 잠을 자다가 셰리프에게 체포된 사건이었는데 우리가 그 사람에게 사무실을 잠자리로 쓰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는 점을 증언하라는 셰리프의 연락 후 법원에서 소환장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둘이서 기침과 사지가 쑤시는 통증을 간신히 견디면서 거의 3시간의 운전 끝에 법정에 도달해보니 ‘콜드아이온’이라는 그 피고는 와이코미코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어 사건이 오후 1시로 미루어졌다. 도리 없이 기다릴 수밖에. 수갑만이 아니라 족쇄까지 채워진 상태로 법정에 온 그는 멀쩡하게 생긴 백인 남자였다. 그러나 그는 알콜 중독 중증인지 술만 먹으면 의식이 없어지니까 관선 변호인을 통해 유죄를 자인하면서 판사는 그동안 유치장 생활한 것을 계산해서 보호관찰 형으로 석방시키려하니까 피고 자신이 제발 8개월만 감옥에 넣어달라고 탄원하여 그리 되는 바람에 우리 집사람도 또 닭 농장의 종업원 증인도 필요 없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6시경이니 의사를 볼 겨를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날 밤 있었던 성서 연구 집회를 못 갈 정도로 고통스러운 한 밤이었다.
그런데 2월6일은 12시30분에 작은 민사소송 때문에 실버스프링 지방법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입장이었다. 2004년 7월에 어떤 비즈니스를 산 사람이 2003년도 부당산세와 공동지역관리비에 대한 청구서를 받았기에 전 주인에게 내라고 요구했지만 내지 않아 7,000여 불을 랜드로드에게 지불한 후 비즈니스 팔기 이전의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각서대로 7,000불을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계속 내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계약위반만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재판 날짜였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아내가 닥터 권 사무실에 사정을 해서 간신히 그를 볼 수 있었고 항생제와 코데인이 든 기침약을 처방 받았다. 그러나 마이신은 먹었지만 기침약은 졸릴까봐 안 먹은 채 법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죽지 못해 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혼자서 개업하는 처지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차를 세우고는 간신히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끌다시피 하면서 법정에 들어갔더니 수많은 민사소송 원고와 피고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피고 부부는 친구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우리 차례가 되려면 몇 시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눈을 감고 반쯤 졸면서 통증을 참고 있었더니 우리 사건과 두어 사건은 302호실의 판사에게로 배정되었다. 다행이 판사가 우리 사건을 먼저 불러주었다. 사건 개요를 설명하는 서론을 하고 원고의 증언을 통해 랜드로드에게서 온 2003년도 치 부동산세에 대한 고지서 등의 필요한 서류를 증거로 채택시키는 절차를 거쳤지만 열이 뜬 상태라서 제대로 진행되었는지도 감이 안 잡히는 상태였다. 다행이도 원고 승소로 끝났지만 월남국수를 사겠다는 고객의 제의도 거절할 정도로 빨리 집에 돌아가 누울 자리만 보이는 심경이었다.
그런데 유행성 감기 예방주사를 우리도 가을에 맞았지만 주사 맞은 사람들도 심한 독감에 걸린다는 것이 닥터 권의 말이었다. 심지어는 입원하는 사람들마저 있단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지방에는 우리가 겪는 증상과 비슷한 것을 겪은 사람들이 700여 명 입원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번 감기는 보통 종류가 아니니까 증세가 있으면 곧바로 의사의 도움을 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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