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가위, 보의 싸움이다. 바위는 존 매케인이다. 초지일관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파당적이고 날카롭다. 틈만 나면 상대를 베려든다. 힐러리 클린턴이 그렇다. 가위다. 보는 버락 오바마다. 부드럽고 포용적이어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비유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바위와 싸워 이기려면 보가 나서야 한다. 가위가 나서면 진다. 그렇지만 민주당 경선의 최후 승리자가 누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이번 대통령 선거 전망이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대 간의 전쟁이다. 2008년 대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다. 90년대 이후 미국의 중앙 정치무대를 장악해온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다. 이 세대가 좌와 우로 나뉘어 다투어 온 게 그간의 정치흐름이다.
그 오른편에는 조지 W 부시를 정점으로 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왼쪽은 클린턴 집안으로 대표되는 그룹이다. 이 베이비붐 세대 간의 싸움은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문화 대전쟁이라고 했나. 그동안 보여 온 치열한 가치관 싸움, 파당적 싸움은 베이비붐 세대 내란의 특징이다. 이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한 주자는 힐러리다. 실지회복을 통해 좌파의 최후 승리를 거두기 위해 나섰다는 진단이다.
아마도 새로운 세대의 진보세력 대두를 알리는 전위일 수도 있다. 이 새 세대는 워싱턴의 파당적 싸움을 혐오한다. 그래서 던지는 메시지가 화합이다. 오바마를 두고 하는 말이다.
70대인 매케인은 ‘가장 위대한 세대’의 컴백으로 보인다. 이 세대는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뒤 이은 초기 냉전의 주역으로, 전시(戰時)세대다. 이 세대는 희생을, 명예를, 그리고 전통적 미국적 가치관을 굳게 신봉한다.
어느 세대를 대표하는 주자가 그러면 최종 승리자가 될까. 역사적 순리로 보면 ‘새로운 세대’가 그 답이어야 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다. 보수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진보의 시대다. 좌파 쪽에서 나오고 있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대약진을 기록한 2006년을 새 진보시대의 원년으로 보아야 한다. 흐름은 완연한 진보 쪽이다. 2008년은 백악관도 진보세력이 장악하는 해가 될 것이다. 계속되는 주장이다.
변화에의 요구가 일반적 정서라는 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변화에의 요구’가 2006년 의석수 변화를 가져 왔으니까. 문제는 어떤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변화는 아니다. 제기되는 반론이다. 이라크 전쟁이 대실패로 끝날 수 있다. 그 우려가 공화당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면서 변화를 가져온 거다. 진보 이데올로기가 환영을 받은 게 아니다. 이 점을 진보 쪽은 착각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사망신고를 끝냈었다. 대권주자로서 매케인 말이다. 그 매케인이 부활했다. 그리고 사실상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됐다.
이제는 ‘레이건 시대’를 열게 했던 보수 세력의 중추, 다시 말해 군사적 매파, 재정적 보수파, 그리고 가치관을 중시하는 유권층이 모두 ‘매켄인호’에 승선했다. 거기다가 부시 대통령까지 매케인을 보수 세력의 공식 후계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무엇이 매케인의 화려한 부활을 가져 왔나. 여러 가지가 지적된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가장 주된 답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가 굳어지면서 매케인은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 사실이 주는 메시지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자칫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가위와 보의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다. 그 와중에 나오고 있는 경고다. 사실 이슈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오바마와 힐러리의 경선 말이다. 결국 ‘퍼스낼러티’ 싸움이 되고 있다. 인신공격에, 네거티브 전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내란이 가져올 후유증이다. 여성은 여성을, 남성은 남성을, 흑인계는 오바마를, 히스패닉은 힐러리를… 또 블루칼러는 힐러리를, 화이트칼러는 오바마를…. 그 싸움은 깊은 상처를 남겨 경선 승리가 자칫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매케인 대망론’이다. 2008년 대선은 20년 전 대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의 마이클 두카키스는 변화의 주역으로 떠올랐었다. 초기 여론조사 결과도 두카키스 절대우세였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부시 1세의 승리였다.
전환기에 안정희구의 바람이 공화당 3기 집권을 가져온 것이다.
전망은 그렇다고 치고, 베팅을 하라면 그러면 어느 쪽인가. 아무래도 ‘가장 위대한 세대’쪽이다. 테러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 상공은 여전히 먹구름에 가려 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위대한 세대’ 출신의 리더십이 가장 믿음직해서다.
옥 세 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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