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_지난 해 세밑 K목사는 교인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담임목사가 주보를 통해 교우들에게 안부와 권면의 말을 전하는 ‘목회실 편지’란 형식을 통해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저와 제 아내는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성도들로부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생기는 고민입니다. 여러분의 손과 마음을 통해 저희에게 전달되는 선물은 정말 따뜻한 위로로 와 닿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많은 선물을 받는 것이 왠지 부담스럽게도 느껴집니다. 한 가정에 지나치게 많은 것이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에게 선물을 주시려고 계획하고 있다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힘든 형편에 처한 형제자매에게 은밀히 선물을 전달해 주십시오. 아니면, 월드비전과 같은 구제선교 단체를 통해 불쌍한 어린이들을 도와준다면 어떨까요?”
#이야기 둘_얼마 전 한국에서 집회 인도차 미국을 찾은 L 목사는 고등부 예배에서 설교하면서 뜻밖의 고백을 했다. “내가 대형 교회에서 중고등부를 섬길 때 2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했다. 내가 좀 더 잘 했더라면 그들이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누군들 자신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으랴. 더욱이 자신의 직접적 책임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단기간에 폭발적 성장을 이뤘을 뿐 아니라 목회자 세금납부를 결정하고 미자립 교회에 1년간 출석하고 십일조 헌금을 하도록 교인들의 신청을 받는가 하면 시골교회 목회자의 생명보험을 대신 들어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다. 그런데도 세속의 눈으로 볼 때는 자신의 유명세를 깎는, 그런 말을 해 듣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야기 셋_작년 연말 열린 한 교계 단체 총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석 부회장 선출 과정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투표에서 두 후보가 62표와 57표씩을 얻은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출석 총대 과반수의 표를 얻는 사람을 당선자로 한다’는 정관 규정이었다. 실제 투표 인원은 121명이었으나 운영 미숙으로 너무 일찍 회원 점명을 한 탓에, 투표 전 칠판에 적힌 출석이 131명이 되어버렸다. 논란이 일었다. 일부 사람의 목청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 순간 적은 표를 얻었던 J목사가 조용히 앞에 나왔다. 그는 “기꺼이 승복하겠다”고 밝혀 회의를 화합으로 이끌었다. 정관을 근거로 충분히 따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 단체에서 수석 부회장은 다음 회장 자리가 보장된 직책임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야기 넷_다운타운 인근에서 목회하는 또 다른 K목사는 얼마 전부터 교회 재정보고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클릭해 보니, 목회자별 사례비까지 1년 예산, 1월 지출, 누계 이런 식으로 일목요연하고 투명하게 작성돼 있다. 1월의 수입은 3만9,201달러, 지출은 3만8,807달러, 잔액은 394달러였다. “누가 언제 보아도 쉽고 정확하게 재정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재정을 전산화했다. 재정 담당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을 깊이 새겨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교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밝히는 이유다.
앞에 예로 든 ‘아름다운 목회자’들은 아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조용히 삶의 자리에서 작은 빛을 발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다만 평신도와 세상에 본이 되지 못하는 일부 세속적인 목회자가 큰 문제를 일으켜 ‘영적 물고기들이 사는 맑은 도랑’을 흐리고 있을 뿐이라고 믿고 싶다.
모두 감동에 목말라 하는 시대, 목회자부터 먼저 세상에 본이 되는 ‘아름다운’ 삶을 향해 자신들을 던질 수는 없을까. 원천적인 광명은 없지만, 태양 빛을 반사해 사람들에게 밝음을 선사하는 달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비록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해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아름다운 목회자가 아름다운 교인들을 ‘낳는’ 꿈을 위해.
사순절이 막 시작된 계절, 모두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입었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 오게 하려 하셨느니라’는 성경구절을, 몸으로 하루 하루의 페이지에 아로새겼으면 좋겠다.
김장섭 집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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