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던 여리고의 산 언덕
베들레헴의 하나님 백성들
나사렛을 떠난 버스가 이스르엘 골짜기를 지나 남쪽을 향해 달렸다. 이스르엘 평원은 검은색 화산토로 덮인 기름진 옥토로 구약성경에 보면 항상 이스라엘이 이곳에서 적군과 수많은 유혈전쟁을 치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좌우 양옆 사막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산맥 사이로 넓게 펼쳐진 푸른 농원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이 곳이 가나안 약속의 땅 중에서도 노른자 지역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와 함께 올라 기도하는 중에 예수님 얼굴이 해처럼 빛나고 입으신 옷이 빛처럼 희어졌다(마17, 막9)는 “변화산”(다볼산)을 지나고, 다시 사울이 블레셋과의 싸움에서 자기 아들들과 함께 최후를 맞았다(삼상31)는 길보아 산을 멀리 바라보며 얼마를 달렸을까? 안내자는 이제 우리가 이스라엘을 벗어나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여리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여리고는 일찍이 하나님이 느보산에 오른 모세에게 약속의 땅을 가리키며 언급한 곳(신34:1, 민36:13)으로 당시 가나안의 가장 오래된 성이며 동시에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하나님은 기생 라합의 도움을 통해 여호수아의 군대로 나팔을 불며 일곱번 성 주변을 돎으로 극적으로 함락하지만 “앞으로 이 성을 다시 지으려고 하는 자는 아들들을 잃을 것”을 경고했고(수6), 실제로 수 백년후 벧엘사람 히엘은 여리고성 재건중 자기의 두아들을 잃고(왕상16:34), 또 유다왕국이 바벨론 느브갓네살의 침략을 받아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시드기야 임금이 몸을 피하다가 저들의 군사들에 잡혀 아들들을 잃고 본인은 저들의 손에 두 눈을 잃고 끌려가는 수모를 당하는(렘39:5)등 뼈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여리고가 신약의 여러 이야기에서도 언급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선, 마태복음 4장에서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기 직전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면서 “돌들이 떡이 되게 하라”고 하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며 또 “높은 산에서 천하 만국과 영광을 보여 준” 곳이 바로 여리고다. 또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눅10:30)와 거지 소경의 치유이야기(눅18:35)및 삭개오의 회심 이야기(눅19)등이 여리고를 배경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여리고는 마치 우리의 신앙 여정에서 한번은 꼭 둘러보며 깊이 있게 우리의 믿음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반성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막 한 가운데의 오아시스로 아직도 성경당시의 우물에서 물이 그대로 나온다고 하는 여리고에 내려 점심을 먹고 휴식을 하게 되었는데, 예수님이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며 올라가셨던 높은 산을 멀찌기 바라보며 고고학자들이 발굴해 놓은 고대 여리고 성의 잔재를 살펴보고 걷는데 길가에서 팔레스틴국기와 여리고에 대한 안내 책자를 파는 팔레스타인 할아버지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연세가 60이 훨씬 넘어 보이는 순박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모슬림 복장의 이 할아버지는 이스라엘이 생기기전 부터 자신은 물론 조상 대대로 이 땅에 살아왔는데 지척의 예루살렘을 50여년 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고 또 갈 수도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국경내에 살지만 이스라엘의 시민권이 없기에 저들은 소위 “West Bank”내에 갖혀 국적없는 이방인들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여리고에서 태어나 살고있지만 저들은 꿈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예루살렘을 우리버스가 도착하는 데는 불과 두어 시간이 걸렸을까? 지척인 거리지만 수 많은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예루살렘 동편 크리스찬 공동체에 도착을 하니 저들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불과 두 시간 정도 그곳에서 머물렀지만, 거기서 듣게된 한 팔레스타인 여인의 가슴 아픈 삶의 여정과 믿음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비로소 그간 말로만 듣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가슴 깊이 느끼며 함께 울고 또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60년전 중산층의 행복한 크리스찬 가정에서 자라며 고등학교 재학중이던 이분이 전쟁난리 중에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 거리의 친척집으로 잠시 몸을 피한 것이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의 시작이 될 줄을 몰랐다고 하는 얘기가 꼭 6.25를 맞아 이산 가족이 된 한국실향민의 얘기를 듣는 듯 했다.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공산주의가 일으킨 전쟁이 아닌 세계평화를 위해 결성된 유엔의 결정에 의해서… 독실한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난 이 여인은 지난 60여년 동안의 고난의 여정 중에서 한 때는 구약성경의 욥과 같이 하나님께 한탄과 원망도 하고 또 한 때는 고통을 감당할 길이 없어서 신앙생활을 장기간 쉰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수상이 엘리아스 차쿠어 신부가 운영하는 학교를 찾아와 차쿠어 신부가 물었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수상의 대답은 “신부님, 당신이 고향을 떠날 때는 나이가 8살이었고 이제 5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고향을 잊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 때 차쿠어 신부는 “수상이여, 당신들 유대인들은 2000년 전에 떠난 고향을 다시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고 있질 않소?” 이에 페레스 수상이 아무 말도 대답하지 못하고 어쩔줄 몰랐다고 한다.
West Bank의 베들레헴에서 며칠을 지내며 팔레스틴에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고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베들레헴은 예수님의 탄생지 답게 중동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이 제일 많이 사는 곳이다. 당연히 아랍어를 사용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로 사는 곳이며, 크리스찬들이 많이 있다고 해도 이들 주민 중 다수가 이슬람 신자들이라고 했다. 불행한 일은 갈수록 크리스찬들의 인구가 줄어든다고 했다.
이 곳에 사는 크리스찬들은 자신들을 바위와 망치 사이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유대교 극단주의와 이스라엘 정부의 핍박및 이슬람 극단주의 및 아랍민족주의 저항운동 등 세력 사이에서 기독교인들은 양쪽의 핍박을 받으며 약한자 중의 가장 약한자로 살아가기에 이들은 기회만 되면 이 지역을 떠나려고 한다. 특별히 크리스찬들은 자녀들 교육과 안정된 삶을 위해서 서방세계로 가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중동지역과는 달리 자유롭게 선교가 가능하므로 교회는 전심으로 전도에 힘쓰고 일꾼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특히 그 지역 베들레헴 신학교를 중심으로 목회자를 양성하여 열심히 지역을 섬기고 있었다. 또 심지어는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신학교를 개방해 영어교육과 여행가이드 교육등 지역 봉사를 위해서 애쓰고 있으며 교회가 지역의 문화공간을 창출하여 비록 정치 군사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압박과 통치 속에 있지만 평화의 일꾼으로서 그리스도의 제자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해외에서 인재들이 좋은 수입과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본국에 와서 일하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만난 한 루터교회의 목사님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얻고 이곳에 돌아와 작은 교회를 통해 큰 목회를 하고 계시는데, 이는 교회가 교인들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지역 사회 전체를 위해 일하도록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교회가 가난한 베들레헴의 이슬람교도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고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제공하여 영화제작, 미술교육, 드라마, 미디어 등에서 지역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목사님 말씀에 “크리스찬으로서 우리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비젼을 심어 주는 것이며, 비젼은 ‘보는 어떤 것’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어떤 것’이며 동시에 ‘평화를 말하는 자’보다는 ‘평화를 만드는 자’가 지금 시급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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