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수 참모부장(10)
박정희 장군이 군수기지사령관으로 재직하며 나에게 건의한 것은 기지 사령부에 속한 기술 부대들의 인사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송요찬 참모총장도 그를 원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감에게 인사권을 준 데 대한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아마 송 총장은 박 장군을 통해 군수 문제를 장악함이 나를 통하는 것보다 쉽다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후에 8군에서인지 고문단과의 합석회의에서 그 문제가 다시 토의되어 결론적으로 나의 의견을 묻게 되었으며 나는 편제 개편의 근본정신으로 보아 반대하게 되었고 나의 의견이 채택되었다. 후일 최경록 장군이 참모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나는 국방 연구원을 지원하게 되었고 박현수 장군이 박정희 장군의 후임이 되었고 박정희 장군은 2군 부사령관으로 전출되었다. 나는 군수 참모부장을 떠나는 입장에서 군수기지사령관 인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군수 참모부장으로 있으면서 4.19를 겪었다. 4.19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자유당의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격분을 젊은 학생들이 앞장서 이승만 박사의 정권을 무너트리게 한 사건이었다. 나도 육군본부 참모부의 책임자로 송요찬 당시 참모총장으로부터 선거에 대해 선처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의 하나이다. 당시 직원들을 모아놓고 각자 믿는 바에 의해 자기 소신을 발휘하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군도 부정 선거에 가담하였고 참모총장 스스로가 앞장선 듯하다. 내가 당시 느낀 바 몇 가지를 적어본다.
4.19 직후 거리에 많은 대학생들이 나왔다. 그들은 양 담배를 피우는 행인으로부터 답배를 빼앗았으며 고급 옷을 입고 있는 여인들의 의복도 찢겠다고 들었다. 이화여대는 당시로서는 사치스런 학교로 알려져 있었다. 부모들은 자기가 고생하며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다. 그 결과가 이대 학생들의 사치였다. 거리에서의 학생들의 행동은 부정선거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나는 자기들이 서로 반성해야 할 일은 아니하고 쉽게 거리에 나와 친구들의 부모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학생들이 야밤에도 거리의 교통을 지켰다. 육군본부에서 고생하는 학생을 위해 저녁 값을 준 일이 있었다. 받은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분배치 아니해 물의를 일으켰다. 전달하기 힘이 들었겠으나 불미스런 일로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15사단 조재미 연대가 일선에서 서울로 파견되어 만일을 대비해 덕수궁에 주둔되고 일부 병력이 서울 종로에 위치했던 방송국을 지키게 되었다. 나는 이들을 시찰하면서 이들이 행인에게 총기를 탈환 당할 때 예상되는 격투가 소요사건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았다. 군의 역할은 그의 위용을 통해 사전에 일반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나는 이를 위해 참모회의에서 서울에 진입된 장병들의 군복을 신품으로 교체시키며 초병에게는 탄약 지급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초병들은 철조망 안에서 일반 통행자들과 거리를 두되 위엄을 지킬 수 있도록 건의해 성사시킨 기억이 난다. 또한 참모들은 서대문에 위치한 당시 이기붕 국회의장 집의 담장을 넘는 군중의 사진을 보면서 이 의장 개인의 피신으로 불상사의 사전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 이 의장은 한때 용산 육군관사 지대에 피신했었으나 참모총장의 특별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는 또 6군단으로 피신하였을 때 군단장으로부터 육본의 조치를 요청해왔었으나 총장은 책임을 회피하였다. 나 개인 생각으로는 계엄 하의 총책임을 가졌던 참모총장은 정치인에 대해 훗날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었으나 당시의 계엄사령관은 그러한 책임은 지지 아니했다. 나는 남대문 근처에 위치했던 치안국 요청의 타당성을 인정해 군용차를 이용해 탄약을 수송해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당시 청와대 앞에서 학생들의 불상사를 보면서 시위행렬이 도피할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느꼈다. 최근 서울 방문에서 당시 내자 아파트가 있던 곳(중앙청 뒷길)에 길이 생겼음을 보았으나 그 당시는 데모 군중이 피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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