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미운 일곱살’이란 말이 이제는 ‘미운 세살’로 변한 세상이 되었다. 10대에 치러지던 사춘기도 이제는 20대 후반 심지어 30대 초까지 지속된다. 또한 딸 아들 시집 장가보내고 한시름 놓던 시대도 지났다. 결혼 후에도 독립해서 살기보다는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위 ‘캥거루족’의 등장이다.
‘캥거루족’이라는 용어는 1998년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처음 사용했다. 그 당시 유럽의 불경기로 인해 프랑스의 20대 청년 80%가 부모 집에서 기거하며 생계를 의존하는 사태를 비꼬아 만든 신조어다. 최근 들어 이런 얹혀살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이들을 칭하는 별명이 있다. 미국은 “부모 집에 기거하며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 다닌다”고 해서 오디세이족, 영국은 부모의 퇴직금을 축낸다”고 해서 KIPPERS(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이탈리아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는다”는 맘모네, 캐나다는 “내보낸 자식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해서 부머랭, 일본에서는 “돈이 급할 때만 임시직 아르바이트만 하고 정식 직장을 갖지 않는다”고 프리터족으로 부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첫째, 현재 20~30대 자녀를 가진 부모세대는 2차 세계대전, 6.25동란, 월남전 등 굵직굵직한 전쟁을 겪으며 삶의 위기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기를 지냈기에 생존위협에 대한 긴박감이 없다. 둘째, 고생을 겪은 세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후 자신의 자녀에게는 고생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온실처럼 감싸기 때문에 자녀들의 자립정신이 부족하다. 셋째, 대학에서마저 학생들의 자립심을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 뉴욕 소재 맨해턴빌 대학은 기숙사에서 룸서비스를 제공하고, 애리조나 주립대는 교내 세탁소에서 빨래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인 청년들의 ‘부모 의존’(‘응석’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현상은 요즘의 전 세계적인 유행을 따라 잠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부자유친’(父子有親) 사상과 한국의 전통적인 육아교육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 유난히 동반자살이 많은 이유는 부모가 자살하는데 자식을 데리고 함께 가야 한다는 심리, 즉 “자식은 나의 분신”이라는 관념 때문이다. 이런 태도가 자녀로 하여금 부모에게 기대게 하고 부모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아기가 태어나면 서양인은 아기를 분리시켜 외부환경에 적응시키지만, 한국 어머니는 모태의 체온과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 아기로 하여금 모체와 지속적으로 한 몸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기에게 옷을 입힐 때 어머니가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워두었다가 입히고 밥을 먹일 때 자신이 먼저 씹어서 음식을 체온 온도까지 높여 먹이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심화돼 ‘응석’이라는 한국인만이 가진 독특한 기질을 만들어냈다.
부모 자식 간에 연결된 끈끈한 정이 자녀의 진정한 필요에 의한 부모의 도움과 끊임없는 응석에 의한 부모의 뒷설거지를 혼동시키고 있다. 지속되는 뒷설거지는 자녀의 자립을 늦추고 자녀의 홀로서기를 막는다.
독수리가 하늘을 제패하는 이유는 주위 새들과 다른 홀로서기 훈련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시작인 둥지부터 다르다. 거친 나뭇가지와 가시로 엮은 바닥에 부드러운 털과 풀로 덮어 부화된 새끼 독수리를 보호한다. 그러나 새끼가 움직일 정도가 되면 어미 독수리는 둥지의 부드러운 털과 풀을 날려버린다. 새끼 독수리가 움직일 때마다 가시에 찔려 둥지에 안주할 수 없게 만들어 기를 쓰고 어미 독수리의 등에 올라가게 만든다. 이때 어미는 새끼를 태우고 하늘 높이 치솟아 밑으로 떨어뜨린다.
잔인한 방법이다. 하지만 오직 그것만이 새끼 독수리에게 스스로 날아다니는 법을 가르치는 길인 것이다. 부모 자식 간에 존재하는 부드러운 털과 풀은 보이지 않는 탯줄이다. 한 지붕 밑에 거주하게 하면서 설거지, 빨래, 방청소, 음식 시중까지 들며 응석을 받아주는 것은 새끼 독수리로 하여금 하늘 넓은 줄 모르게 만드는 것과 같다.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어려서는 어리다고 안 시키고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하는 게 안쓰러워서 못시키면 대학에 보낸 후엔 영영 기회가 없다.
20대 사회 진출 후 학교에서의 모범생을 ‘모든 것이 평범했던 학생’으로, 우등생을 ‘우겨서 등수를 올린 학생’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저력과 능력으로 홀로 서는 인재로 키우려면 탯줄부터 끊어야 한다.
다니엘 홍
C2 에듀케이션 어드바이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