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들의 천문학적 손실이 보도되었고 중동과 아시아의 자본이 이들 금융기관에 투자해 도움을 주고 있다. 과거 남미와 아시아의 외환위기에 미국을 위시한 유럽의 자본이 도움을 주었던 사실을 생각해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재임 시 미국의 부동산과 증권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경고하고 이를 겨냥해서 금리를 상향조정 한 바 있다. 부동산을 위시한 자산시장의 과열은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나 그 열기가 식을 때가 되면 그 후유증이 심하게 경제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주택소유주들의 이자부담을 증가시키고 주택융자의 부실화 내지는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서브 프라임(비우량)융자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일반 기업에 비해서 금융기관은 이익 마진이 적기 때문에 부실자산에서 받는 타격이 매우 크다. 유동성(자금)부족을 당면한 금융기관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서브 프라임에서 올 수 있는 금융기관의 손실규모는 3,0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규모에 비해서 그리 심각한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경제 전반에 걸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가장 두려워한다. 과거의 대 공황이나 극심한 경기후퇴가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안감은 또 다른 불안감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급기야는 경제활동에 공포분위기를 조성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시장의 불안은 세계의 주식시장에 퍼져가고 있으며 세계의 증시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그의 최근 자서전에서 연방은행의 금리정책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러한 공포분위기를 불식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방은행은 작년과 금년 초에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했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에 퍼져가고 있는 불안감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연방은행은 이자 인하를 계속해야 할 것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경기 부양책을 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처방을 무작정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플레라는 무서운 복병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경제가 위축할 때 기업이 제일 먼저 당면하는 것은 유동성 부족이다.매상이 줄고 경비는 그에 비례해서 줄지 않기 때문에 현금유통이 궁핍해 진다. 매우 치밀하게 현금의 수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흑자 도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미리 거래은행과 협의해서 여신의 한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은행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사업을 잘 이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위기에 직면해서야 은행을 찾는 사람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사람과도 같다.
나는 직업상 고객들의 사업을 관찰할 기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많은 기업인들이 자가당착에 빠져 사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자기 회사 안에서는 사장인 자기만큼 사업을 아는 사람이 없고 고객들에게서 조언을 들을 기회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외부인사에게서 조언을 들을 기회도 드물기 때문에 자기 사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위기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질병과 같아서 미리 예방하거나 약을 쓰지 않으면 급기야는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
불경기라는 위기는 또한 새로운 기회를 가져온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불경기는 체질이 약한 기업을 도태시키고 체질이 강한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원리이기도 하다. 2차대전 후 세계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도 이러한 적자생존의 경제제도가 널리 채택되어 왔기 때문이다.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