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안식년을 맞아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매년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크게 낯선 것은 없었지만 그냥 방문하는 것과 한국을 떠난 지 27년 만에 가서 살아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곳곳에 우뚝 솟은 고층건물들로 서울은 도시전체의 키가 갑자기 커진 듯 느껴졌다. 예전에는 도심지역에 사무실용 고층건물들이 주로 있었지만 요즘은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땅은 좁고 하늘은 넓다’라면서 위용을 자랑하며 치솟아있다. 저렇게 높은 하늘 위에 살면 현기증이 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하곤 하였다. 아파트값들이 상상외로 비싼 것에 또한번 놀라게 되는데 막상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걸맞게 향상된 것 같지는 않았다.
서울의 물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어느 곳에서 뭘 먹느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천양지차였다. 학교의 교수식당에서는 식사 값이 3,000원이었고 학교 주위에 나가서 외식을 해도 웬만하면 5,000원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들을 만나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에 종업원이 3만5,000원 혹은 4만5,000원 짜리 두 종류가 있는데 어느 것으로 하겠느냐고 물었다. 4명이니 4만5,000원 짜리로 하겠다고 했더니 일인분에 그렇다고 옆의 친구가 살짝 귀띔을 해주어 무안을 피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소용을 크게 못 느끼는 휴대폰이 잦은 약속과 외출로 인해 한국에서는 필수품이다. 통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락사항들이 전자메일 대신 문자 메시지로 오기에 항상 체크하게 된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거나 연극 관람 등을 예매하여도 금방 거래내역이 휴대폰에 들어온다. 이를 증거로 보여주고 연극입장권을 발급받았다. 이런 서비스를 신기해하는 나에게 “우리 집사람이 내 신용카드를 쓸 때마다 어디서 얼마나 썼는지 내 휴대폰에 찍히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고 친구가 말했다.
지하철에서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었다. “인터넷 없이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 하고 미국학생들에게 학기 초에 질문하곤 한다. 한국에서 “휴대폰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연전에 “한국의 호텔에서 인터넷이 되는가?”라고 묻지 말라는 외국신문의 기사가 있었다. 한국은 현재도 인터넷 강국이지만 앞으로도 실생활 이용도 면에서는 단연 앞서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송금할 경우 개인수표를 보내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은행수표를 보내면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받는 사람의 은행이름과 구좌번호만 알면 인터넷을 통해 즉시 이체할 수 있기에 너무 편리하다. 은행들의 컴퓨터 시스템들이 실시간에 연결되어 거래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유비퀴터스 컴퓨팅 (ubiquitous computing)을 뜻하는 ‘u’라는 접두어가 u-코리아, u-Commerce, u-Learning 등으로 흔히 사용된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물어 보니 이런 말을 들어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차세대 고속무선 인터넷인 와이브로 서비스가 작년부터 시작되어서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와이맥스란 이름으로 스프린트사가 작년부터 제한적으로 시범운영 중인데 본격적 시행까지는 요원한 상태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인 인터넷 TV (IP TV) 서비스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음성 데이터 통신 방송을 융합하는 광대역통합망(BcN) 을 2010년까지 구축한다”는 한국의 IT 발전계획을 들으면 “미국에서는 언제 이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까”하며 부러운 생각이 든다.
반면 재외동포 거소증을 발급받아 은행거래 등에는 불편이 없었지만 실명확인을 요구하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들에서는 작동하지 않아 불편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점차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활동하는 추세인데 이런 불편들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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