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군수 참모부장(2)
족청 시비를 받게 된 데는 또 한 사건이 게재돼있었다. 과거 이종찬 참모총장이 비서실장인 나에게 부산에 내려가 건빵 공장을 경영할 것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군에 납품되는 건빵은 내가 군수국장 당시에는 약 60% 넘는 양을 함창희 사장이 경영하는 독립산업이 납품하고 있었다. 나머지를 해태 회사와 승리공사가 분담하고 있었다. 병참감으로부터 독립산업이 납기 지연인지 불량 납품인지는 기억이 없으나 약 10여 %를 삭감하는 벌칙을 가하며 그의 전량을 해태에 할당해달라는 건의가 있었다. 당시 승리공사는 전체량의 6% 정도로 자립이 어려울 정도였다. 나의 의견은 독립산업의 벌칙분은 승리공사와 해태에게 배당하되 회사의 자립도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군에 출입하던 해태 대표가 만주국 건국대학 출신이고 병참감 행정 참모부장과 관리 참모부장이 다 같은 건국대학 출신으로 보아 원칙 없는 봐주기 정실로 보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당시 참모차장인 유재흥 장군에게 상기와 같은 이유를 설명했으나 참모차장도 전량을 해태산업에 지급하는데 동조를 하였다. 나는 계속 원칙을 지킬 것을 서면 건의했으나 상부에서 나의 건의를 무시하고 전량을 해태로 배당하였다. 그 후 나는 족청이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게 되었으며 후일 그 원인이 독립산업 함창희 사장의 오해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참모총장이 나에게 왜 당신이 족청이라는 말을 듣고 있느냐고 물으며 작전국장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제안하였다. 정치권에서 나를 족청계라고 문제 삼는다는 것이었다. 족청계란 이승만 박사 계열에서 자기의 가장 두려운 정치 경쟁 세력으로 이범석 장군을 지목하며 이범석 씨가 발족시킨 민족청년단의 단원이나 이 장군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을 족청이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과거 이범석 국방장관의 부관을 3개월, 그리고 그의 다음인 신성모 장관의 부관도 3개월을 지낸 적이 있었으나 민족청년단에 가입한 사실도, 이범석 장군의 도움이 필요함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나는 그런 이유라면 전직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수일 후 참모 총장은 다시 나에게 광주 보병학교장을 포함한 인사를 제안했으며 같은 이유를 들었다. 나는 아직도 나이가 젊었기에 정치에 대항하며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나에게 장기 휴가를 달라고 건의했다. 정치가 영원한 것도 아니고 바뀌어질 수도 있지 아니한가 라고 이야기 하며 만약 그것도 여의치 아니하면 군복을 벗고 성명을 발표하며 싸워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수일 후 나에게 자기도 변명을 하겠지만 나에게도 직접 족청계가 아님을 변명해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나는 그런 변명을 해야할 책임도, 또한 구차한 변명을 해본 적도 없었다. 참모총장은 독립산업과 건빵 문제가 차장 전결사항이었으므로 내용을 알고 있지 아니한 듯 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장성들이 정치적으로 된다는 말을 듣게 되는 원인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내가 군에 재직하고 있는 잔여기간 동안 줄곧 족청이란 평으로 인사 때마다 말을 듣게 되었다. 후일 행정 참모부장이 나의 건의서를 본 독립산업 사장이 나를 오해해서 미안하게 됐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후일 함 사장이 직접 나에게 사과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나는 족청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나는 막대한 국가 예산과 그의 수 배가 되는 군사 원조예산을 사용하는 군수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해보았으나 내가 관장하는 범위는 방대하였다. 최저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던 당시의 장병의 보수체계와 군수제도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국가 예산과 행정 기술 능력 부족도 군수 군기를 해이케 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었다. 국정감사가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육군의 잘못을 지적하지만 이것 역시 개인의 도덕적 기준과 최선을 다하지 못함을 초월한 국가의 근본 문제와 연관되어 따지고 보면 국회의원들의 책임의 일부이기도 했다. 나는 국정감사 때마다 감사 대신 국회의원들이 내 개인 사무실에 모여 로비가 됨을 보아 왔다. 나는 종종 나의 산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고와 사건들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서 국회 대표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이 있었다. 군수국장 개인의 능력으로 각 부대의 사고가 없어질 수 있다면 그는 대통령을 꿈꾸지 육군의 군수 국장으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나의 사생활이 국회의원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나 개인을 공격해주며 부대 중에서 향연을 베푸는 곳이 있을 때는 나도 동참할 수 있도록 불러달라고 웃기기도 해 많은 국회의원들의 동정과 지원을 받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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