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박사의 동상이 워싱턴에 건립되는 것은 불가하다. 이 박사가 근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임은 틀림이 없으나 그 대표성이 정권욕에 눈이 멀러 헌법을 유린한 신생 독립국가의 독재자로서의 대표성이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같은 좋은 본보기로 모범을 보여서 추앙을 받을만한 대표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해방 후의 대미외교에서 보인 수완과 거제도 수용소의 반공포로 석방은 평가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민족정기 말살 획책, 우국지사 살해 및 정적 탄압, 영구집권을 위한 헌법 유린, 6.25 전쟁 중의 국민 기만, 양민학살사건 등 갖은 잘못을 자행한 것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할 대상이 바로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다. 신생 대한민국의 기초가 되는 반듯한 초석을 놓아야할 소위 초대 대통령이란 사람이 첫 단추부터 모조리 잘못 끼워놓는 바람에 후세들은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미국의 진주와 같이 한국에 들어간 이승만은 1948년 초대 대통령이 되고부터 12년간이나 매국노의 후손들 및 일제의 앞잡이들을 등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상해 임시정부 출신의 우국지사들과 독립군 출신의 애국자들을 도태시키거나 탄압하고 숙청하였다. 일제의 앞잡이들은 이승만의 충견이 되어 그들의 과거를 감추고 수많은 애국자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였으며 역사를 왜곡하고 종국에 가서는 그네들이 독립투사, 혹은 그 후예로 변장하는 희극을 연출했다. 독립을 위해 생명을 바쳤던 애국자들의 후손들은 달동네에 사는 엿장수나 행상이 되었고 친일파 매국노의 자손들은 고위 공직자 내지 부자가 되는 슬프고도 억울한 부조리가 생겨났다.
이승만은 자기의 권력 욕구를 채우고자 독재정부 구축에 장애가 되는 우국지사들을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죽이거나, 혹은 암살을 고무 내지 방조하였다. 진보당 당수 죽산 조봉암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국민의 호응을 얻자 그가 모스크바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로 공산주의자로 몰아 사형을 시켰고, 백범 김구 선생, 고하 송진우 선생, 몽양 여운형 선생 등에 대한 암살 배후세력으로서의 의혹을 지우지 못하였다.
이승만은 1950년 부산 정치파동을 일으켜 1948년 제정돼 불과 2년밖에 안 된 헌법을 유린한 이후 3차례나 대통령을 하게끔 개헌을 거듭하다가 4번째로 대통령에 출마할 때는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는 회수 제한을 아예 철폐하여 신성한 헌법을 누더기 꼴로 만든 장본인이다. 민족의 선각자로 미국에 와 선진 민주정치를 배운 뒤 귀국해서는 민주주의의 맹점을 악용하여 개인의 무한독재를 획책한 역사의 죄인이다.
이승만은 또 6.25가 발발하자 자기는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킬 것이니 안심하라고 해놓고 이틀 만에 몰래 대전으로 달아나서는 자기가 서울에 있다고 허위 방송으로 기만했다. 서울 시민에게 피난할 틈도 주지 않고 한강다리를 폭파, 무수한 생명을 죽여 놓고 명령을 집행한 장교에게 책임을 전가한 비겁하고도 졸렬한 최고 군 통수권자였다. 거창 양민학살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등 잔혹성과 부정부패를 드러낸 사건은 다 열거하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이승만의 동상을 워싱턴에 세운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문주국가 미국을 모독하는 짓이며 민족의 수치를 선전하는 것이다. 이승만 동상에 대한 판결은 이미 1960년에 내려진 바 있다. 4.19 의거 때 부산의 우남공원(지금의 용두산 공원)에 높이 서있던 우남 이승만의 동상은 부산시민들에 의해 파괴되고 그 동상의 목에는 올가미가 씌워져 광복동 거리에 끌려 다니다가 시궁창에 버려짐으로써 역사의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구태여 이승만의 동상을 이곳에 세우고자 한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치도록 권고하고 싶다. 첫째 파괴되었던 이승만의 동상이 한국 국내에서 다시 세워질 만큼 한국 국민들이 이승만을 인정하는지 민족정서를 헤아려야할 것이다. 둘째 한국 내의 4.19 유족회의 반대가 없어야하며, 이승만이 한국 근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각국의 대사관이 운집한 이곳 워싱턴에 내세울 만한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교포들의 여론 수렴은 물론 정치학계와 역사학계 등 관계 학계의 논의도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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