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실력 사실상 초등학교 때 형성”
기초 안닦고 9학년부터 입시준비 말도 안돼
고교수학 기본개념 대부분 3~4학년 때 배워
리딩은 모든 공부의 기초, 읽은 후 요약습관 필요
많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대담에 참석한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데이빗 홍 필그램 수학학원장, 학부모 최은영씨, 학부모 데이빗 김씨, 수지 오 교장, 박영애 커먼웰스 초등학교장, 김순진 박사. <진천규 기자>
‘기본을 탄탄히 다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2008년 한인 교육계의 화두는 초등학교 교육으로 모아졌다. 본보는 새해를 맞아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2008년 한인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신년 특별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특별대담에 참석한 교육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은 한인 가정들이 지나치게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시작하는 대학입시에만 매몰되어 있다며 중고등학교 교육의 바탕이 되는 초등학교 교육의 중요성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초등학교 학과 과정이 바로 성공적인 대학입시와 좋은 학습태도,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7일 본보 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특별 교육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참석자
김순진 교육학 박사(밴나이스 고등학교 카운슬러인), 박영애 커먼웰스 초등학교 교장, 수지 오(교육학 박사) 3가 초등학교 교장, 데이빗 홍 필그램 수학학원 원장, 조이스 송 학부모(라카냐다 고등학교), 최은영 학부모(3가 초등학교), 데이빗 김 학부모(LA통합교육구 자문위원회 부회장)
■대학입시의 출발점은 초등학교
-김순진: 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 과정에서 이미 마쳤어야 할 기초가 부족한 경우를 많이 접한다. 9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대학입시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오늘 대담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초등학교 시기 교육문제를 집중적으로 애기했으면 좋겠다. 학과목 학습, 학습태도, 인성교육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눠서 애기해 보자.
-박영애: 초등학교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고등학교에서 알지브라 I, II가 어렵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알지브라 개념은 모두 초등학교 3, 4학년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다.
특히 알지브라는 구구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고 고등학교에서 알지브라 I, II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김순진: 동의한다. 고등학교 수학의 거의 대부분의 개념들을 초등학교에서 배운다.
-데이빗홍:고등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슴이 터지는 경우가 흔하다. 초등학교에서 마쳤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분수, 소수, 퍼센티지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 과정 수학의 기본개념만 제대로 세워져 있다면 중고등학교에서 잠시 수학성적이 떨어졌더라도 어렵지 않게 따라잡을 수 있다.
-박영애: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학생들에게 암기식 학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요즘은 개념학습을 특히 강조한다. 개념학습과 암기학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지 오: LA 통합교육구의 기본정책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입학을 위한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이야기를 해주셨지만 나는 리딩을 강조하고 싶다. 요즘 교육은 작문능력 키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문의 출발점이 바로 리딩이다.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 작문을 잘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사고력이 키워진다.
또 단순히 읽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리딩 이후가 더 중요하다. 책을 읽을 후 이를 바탕으로 동료 학생들과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혼자만 경쟁해서는 따라갈 수 없는 시대이다.
-최은영: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북리포트를 작성하고 ‘씽킹 맵’ 작성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수지 오: ‘리딩 바이 나인’이라는 말이 있다. 9세까지 리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평생 리딩과 작문 실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만큼 초등학교 시절의 리딩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로 이 시기가 대입 에세이 실력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킨더가튼에서부터 3학년까지는 읽기를 배우는 시기이고, 4학년부터는 읽기를 통해 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김순진: 맞다. 바탕이 튼튼하지 못하면 어떻게 거대한 피라밋을 쌓을 수 있겠는가.
오늘 다시 한번 초등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자리인 것 같다. 12학년 고등학교 졸업시험 문제를 보니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상당수더라. 9학년부터 대학입시 준비를 한다고 부산을 떠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 좋은
학습 태도와 습관을 만든다.
-수지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책 읽는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 숙제만 마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루 20분 만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데이빗 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책을 읽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
-박영해: 리딩에서 철칙이 있다.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북리포트를 작성하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책읽기도 학생 수준에 맞도록 해야 한다. CST성적표에 학생의 리딩레벨이 표시되어 있다. 이 레벨에 맞는 책을 선택해 읽도록 해야 학생이 포기하지 않고 책읽는 습관을 키울 수 있다.
-김순진: 초등학교에서 만들어진 학습태도나 습관이 고등학교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다.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시간을 같이하면서 이같은 좋은 습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최은영: 학습태도나 습관을 기르는 데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강한 동기부여를 제시해줬으면 한다.
-데이빗 홍: 학생들이 공부를 지겹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학의 경우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순 반복적인 문제풀이에서도 학생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테크닉을 고민해봐야 한다.
-수지오: 자녀들이 조그만 일에서부터 성공하는 경험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씩 프로그레스를 만들어가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어야 올바른 학습태도와 습관이 길러진다,
-김순진: 암기학습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지나치게 창의적 사고학습만을 강조하다보면 학생들이 반드시 필요한 암기노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 수학도 암기해야할 개념이 적지 않고 역사나 과학 모두 암기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암기학습을 터부시할 것은 없다.
-데이빗 홍: 같은 생각이다. 개념이해도 중요하지만 필수적으로 암기해야 할 것들이 많고 반복적인 연습도 매우 중요하다. 운동선수나 악기 연주가를 보라. 얼마나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가. 학과과목 공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고 이같은 습관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박영애: 단순 암기보다는 패턴을 이해하는 암기 습관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수지오: 결과만을 가지고 따지기 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부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녀들이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효과적으로 시간관리를 하지 못하면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데이빗 김: 초등학교 과정에서 교과과목 학습도 중요하지만 자녀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발굴해주는 것도 교사와 학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면에서 경험을 쌓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재능을 찾아가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한 대화가 자녀의 올바른 인성교육에 절대적
-김순진: 공부잘해서 하버드나 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는 것이 올바로 된 자녀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더 쉬울지 모르겠다. 바른 품성과 예절을 갖추는 것이 학과과목 공부 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다.
-조이스 송: 공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민생활에서 자녀와 대화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다. 자녀와 학습과정에 대한 대화를 하지 못하더라도 생활에 대한 대화는 자녀와 솔직히 터놓고 애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부모가 처한 상황, 부모가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자녀에게 솔직히 애기해야 자녀로부터 솔직한 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박영해: 좋은 지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시인할 수 있어야 자녀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애기할 수 있다.
-수지오: 동의한다. 칭찬받을 만한 애기만 부모에게 하는 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또 책임감을 갖고 주위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남을 돌볼 줄 모르고 이기적이기만 한 학생은 성공하기도 힘들다. 자녀들의 인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부모다. 부모가 자녀의 롤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빗 김: 솔직히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지만 사실 그보다는 올바른 인격과 좋은 성격을 가진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데이빗 홍: 부모의 역할이 큰 것 같다. 특히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한인 가정들이 자녀교육은 어머니 혼자서 떠맡다시피 하고 있지만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 같다. 학원을 찾는 부모들 중 아버지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을수록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하고 인성도 좋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조이스 송: 한인 부모들의 태도를 지적하고 싶다. 항상 자녀를 앞에서 이끌고 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뜻대로 이끌고 가려고 하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자녀의 인성교육과 성장에 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지오: 좋은 지적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한인학부모들이 지나치게 ‘수퍼스타 신드롬’에 몰입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학생들 중에는 극소수의 수퍼스타 학생,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 그리고 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 있다. 뛰어난 학생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면 평범한 학생들은 자신감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문제학생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자녀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
한인 학부모들은 학교를 선택할 때 지나치게 학교성적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학교가 자녀에게 좋은 학교라는 점도 잊지 말자.
-김순진: 한인 학생들의 예의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지나치게 성적만을 강조하다보면 부모들이 기본적인 에티켓 또는 예의 교육을 소홀히 하기 쉽다. 또 수줍음이 많은 한인 학생들은 인사성이 없다거나 무례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부모들이 이 점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대화를 제대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해 타인종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 문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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