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작전교육국장 시절(3)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나의 고문관에게 숙제를 주었다. 그 숙제는 건국된 지 15년밖에 되지 아니한 한 남미 나라가 있는데 국회에서의 여야의 당쟁을 일반 국민들은 정치는 하지 않고 싸움만 하는 국회로 인식하는 민도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행한 소요사건으로 번져가게 되었다. 어떤 환경에서 군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군이 개입되더라도 어떤 방법이 치안과 정치가 정치인의 손에 돌아가고 어떤 환경이 군의 집권으로 연결될 것인지 상세한 시나리오와 함께 교육할 수 있도록 내용 정리를 요청했다. 나는 고문관에게 약 2주간의 시간을 주었다. 고문관은 쾌히 승낙했다. 2주가 지나 그 고문관은 자기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제라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답을 해왔다. 아마도 처음에는 개인적 차원에서 승낙했었으나 군사 고문단에 보고한 결과 미군의 정치 개입의 개연성을 들어 간여해서는 아니 된다고 결론 났구나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나의 기우와 내가 군에 있을 때 이런 문제가 야기되어 군이 정치를 장악하게 된다면 나의 군 생활이 실패를 의미하게 되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후 나는 군에서 옳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고위 장성의 예편은 비호하지 아니하였다. 옳은 사고를 갖고 있는 지휘관들이 군에 남게 된다면 터무니없는 사욕을 군을 통해 실행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가 북진하는 시기에 인권이 침해되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고 또 나 자신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군과 민간의 원활한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제 때 만주와 중국 국경에서 소위 8로군 토벌이란 잠시의 경험을 통해 미군과 일본군과의 차이를 적 주민의 후생에 신경 쓰는 미군과 그렇지 못한 일본군과의 차이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 육군의 민사 군정 학교에서 점령지의 주민 관리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쓰는 연습을 하도록 지시를 하였으며 교육 방면에서의 군사원조 항목 중 민사 군정 과 홍보 선전(PIO) 과정에 우선권이 가도록 요구하였다. 우리 군이 점령지 내 주민의 복지와 건전한 관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훈련된다면 군이 장차 자국민을 대할 때 같은 정신자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간접적 기대 때문이었다. 또 나는 대학에서 얻은 지식이 5-10년 내에는 구문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군도 세대의 변천에 따라가려면 군을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세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렇기 위해서는 군의 장교들의 일부는 일반 학교에 보내 최근의 학식과 사고방식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장교들의 복무연한이 규정되지 못하고 무기한 상태로 돼있는 상태였다. 나는 대학 중도에서 장교가 된 자 중에서 대학 위탁 교육생 제도를 통해 일반 대학에 돌아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군 복무를 연장토록 제도를 만들게 하였다. 그러나 군의 학구적 목적을 자립키 위함이 아니라 필요한 전문 지식은 민간에서 공급 받되 그들의 충고를 군을 위해 소화시킬 수 있는 중간 통역자 역할의 필요를 충족시킴이 목적이었다.
이 일은 다음 고문관이 있을 때 일어났다. 미군 비행기가 청와대 상공을 때때로 지나게 되었다. 미군이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있으며 문산 방면에 UN 휴전 대표단이 있었으므로 경비행기와 헬리콥터의 왕래가 심했던 것은 이해가 되었다. 하루는 경무대(지금의 청와대)에서 지나가는 미군 비행기를 쏘아 떨어트리게 하라는 주문이 왔다. 알아본즉 경무대 상공은 비행제한 구역이 돼 있었으나 미군이 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는 이 박사가 고사포를 갖다 놓으라는 지시를 해왔다. 나는 고사포 1개 소대 2문을 경무대 뒷산에 배치키로 하였으며 군사 고문관을 통해 8군에 연락, 고사포 배치의 취지와 비행제한 구역을 준수할 것을 특별히 당부하였다. 고사포 배치보다는 경무대 상공을 지키기 위한 우리 국군 출입에 따른 보안이 더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이를 위해 김창룡 특무부대장의 협력이 필요했다. 김 장군은 이 박사의 신임이 있던 사람이었다. 고사포 소대장을 비롯해 출입하는 고사포대 대원들의 신상문제에 대한 책임을 김 장군 책임 하에 두게 한 기억이 있다. 그 후 다시는 경무대에서 지나가는 비행기에 대한 불평을 들어 보지 아니하였다. 지금은 어찌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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