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흑인들은 고민에 빠져있다. 2008년 대선에서 뛰게 될 민주당 후보를 고르는 여러 주들에서의 예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뉴욕 주 상원의원을 찍을 것인가, 또는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을 지지할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화당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흑인들은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서는 95% 정도의 압도적 지지를 해왔기 때문에 클린턴의 부인에 대한 호감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마당에서 그에게 등을 돌린다는 게 쉽지 않을 게 당연하다.
작년 초부터 오바마의 백악관 지망설에 살이 붙기 시작했을 때부터 앤드류 양 같은 소위 흑인 지도자들은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으로 8년 집권 후가 될 2016년에나 대선에 도전해야 한다고 공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과거에 제시 잭슨 등 흑인들이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전혀 성공 가능성이 없어 기껏해야 ‘흑인들의 대통령’으로 발원권이나 강화시키려는 책략쯤이었다면 정말 가능성이 있는 오바마를 두고 그의 오늘날이 있게 만든 1960년대 민권투쟁의 산 증인들이 지지를 꺼려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그것은 힐러리 클린턴, 아니 빌 클린턴 때문이다.
빌 클린턴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흑인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리고 흑인들의 지도층이 그의 재임기간 동안 괄목할만한 정계, 재계의 진출을 경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흑인 역사가의 글에서 읽은 대로 앤드류 양(전 애틀랜타 시장, 전 유엔대사)이 유튜브에 나와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나 진배없는 흑인”이라고 하면서 클린턴은 아마도 오바마보다도 더 많은 흑인 여자들을 데리고 잤을 것이라고 지껄여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망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클린턴 부부는 오바마만 아니면 자기들의 백악관 재입주가 떼 논 당상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오바마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 같다. 공화 민주 등 당파의 이익을 초월하고 흑 백 등 인종의 차이를 극복하는 새 아메리카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오바마에 대해 변화는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이룩하는 것이라면서 35년 동안 변화를 위해 일해왔다는 힐러리 여사의 경험을 내세운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의 경험이라는 게 주로 남편의 주지사 시절과 대통령 시절의 배우자로서의 경험이었고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서 이제 막 7년을 넘는 것이 독자적 경험이니까 과장이라면 큰 과장일 수 있다.
오바마의 연방 상원의원 경험은 3년을 조금 넘는 것이지만 그 전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시절의 그의 의정활동이 탁월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예가 그가 통과시킨 경찰 심문 및 혐의자의 자백은 비디오로 찍어놓아야 한다는 주법이다. 경찰이 구타를 포함한 잔혹행위로 혐의자들로 하여금 자백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그의 입법 제의를 거의 모든 정치인들과 경찰에서 반대했다는데 있다. 공화당은 항상 경찰 편이라서 반대했고 민주당은 범죄 문제에 대해 부드럽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반대했으며 막 당선된 주지사조차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으니까 오바마는 고립무원이었던 셈이다. 그에 굴하지 않고 오바마는 전력을 다해 동료 의원들을 설득시킨 결과 상원에서 35대 0으로 그 법이 통과되고 하원에서도 통과되어 일리노이 주가 미국에서 최초로 범죄 혐의자의 심문과정과 자백을 비디오 기록으로 남기는 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경찰관들도 여러 차례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그들의 다른 관심사를 반영하는 입법과정에서 도움을 베풀어줌으로써 경찰의 반대도 극복했다는 점에서 그의 설득력을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가 첫 자서전에서 청소년 시절 마리화나와 코케인에 손을 댔다가 어머니의 교훈에 따라 정신을 차려 사람이 되었다는 고백을 한 점에 대해 클린턴의 뉴햄프셔 선거위원장을 하던 사람이 “공화당에서 오바마에게 ‘언제 마약을 중단했으며 마약을 판 적은 없었느냐’고 질문해오면 대선에서 곤란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클린턴 진영의 졸렬한 술수였다고 보여진다. 클린턴 진영에서 그를 해고하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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