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의 총영사관 딴죽걸기?
총영사관의 한인회 물먹이기?
‘장인환 전명운 의거 100주년’ 기념행사 둘러싸고 다시 불거진 양측갈등
샌프란시스코지역한인회(회장 이석찬)와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총영사 구본우) 사이에 흐르던 냉기류가 오는 3월로 예정된 ‘장인환 전명운 의거 100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폭발직전까지 갔다.
지난 8일 열린 SF한인회 이사회에서 이석찬 회장 등은 총영사관측이 이 행사 관련 정부교부금 신청서를 2개월 넘도록 이렇다할 이유없이 깔아뭉갰다고 비판했다. 공개이사회 석상에서 나온 발언들을 정리해 본보가 지난 10일자 A3면에 관련기사를 게재한 뒤 장동령 교민담당 영사는 한인회측이 총영사관에 제출한 서류와 이 회장이 이사회 석상에서 공개한 서류가 다르다는 등 이유를 들어 총영사관측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장 영사가 본보에 팩스전송한 서류는 한인회측이 제출했다는 교부금신청서의 별첨서류(행사시행계획서)였다.
이에 대해 한인회 유창식 사무장은 “(이석찬 회장의 지시에 따라 교부금신청서와 별첨서류를) 총영사관에 다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석찬 한인회장은 “메인 서류를 내지 않고 별첨서류만 제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천번만번 양보해서 우리가 깜박하고 서류를 잘못 냈더라도 총영사관에서 이러이런 게 미비하다, 보완해달라, 그래야지 영사가 갖고 있다가 두달도 더 지나서 (교부금신청서를 보훈처에) 올렸냐고 물어보니까 안올렸다고 그러고, 그걸 문제삼으니까 서류가 틀리다 어쩐다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총영사관측의 추가대응 방식도 이석찬 회장 등의 분노를 샀다. 이 회장에 따르면 “전에도 여러번(재외동포재단에 내는 한국의날 퍼레이드 및 민속축제 후원금 추가지원 요청서를 총영사관측이 자체 기각한 것 등) 이런 식으로 나왔지만 웬만하면 대화로 풀어보려고 며칠전에 총영사 면담신청을 했는데 여비서를 시켜서 용건이 뭐냐고 묻고는 곧 연락을 해준다더니 아무 소식도 없었다”면서 “그런데 면담신청을 한 나한테는 이렇게 나오면서 천인필 부총영사하고 장동령 영사가 박영규 부회장이나 박준범 이사장한테는 따로 연락해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총영사관측이 이런저런 행사에서 은근히 한인회를 홀대하고 바지저고리로 만들면서 특히 이석찬 회장 자신을 왕따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이석찬 한인회장은 천인필 부총영사가 본보 보도 당일(10일) 오전 박영규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고(실제 만남은 15일 오전에 총영사관에서 이뤄짐) 그날 또는 다음날 장동령 영사도 박영규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에는 한인회에서 페이퍼웍을 하기로 했으면서 왜 갖고 오느냐, (그걸) 갖고 오는 것은 총영사관에서 책임을 지라는 것 아니냐” “위(보훈처를 의미)하고 얘기가 됐다면서 왜 우리(총영사관)에게 협조를 요청하느냐”는 식으로 했다는 말에 특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회장은 “정부기관에 내는 후원금 신청서류는 영사관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 거기(총영사관)에 그것(동포재단 교부금 신청서)을 주면서 (재외동포)재단하고 얘기가 됐다고 잘 처리해달라고 했는데 그때는 총영사관이 원칙대로 하겠다면서 회의까지 열어서 그것을 기각시켜놓고 이번(보훈처 교부금 신청서)에는, 행사규모도 훨씬 크고 장인환 전명운 의사의 의거가 갖는 역사적 의미도 훨씬 큰데, 왜 영사가 위하고 얘기가 됐네 안됐네 소리를 왜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총영사관이 똑같은 경로를 통해 신청하는 정부기관 교부금을 놓고 불과 서너달 차이로 전혀 다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게다가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사안을 놓고 교민담당 영사가 한 발언은 “한인회 니들 우리 협조없이 잘해봐라”는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오전 1시간가량 총영사관에서 천인필 부총영사 및 장동령 영사와 면담을 가졌던 박영규 수석부회장은 16일 “(장 영사의 발언에 대해) 어떤 전직원로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총영사관측에서 천인필 부총영사와 장동령 영사, 한인회측에서 박영규 수석부회장과 박준범 이사장이 참가한15일 총영사관 미팅은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가량 이뤄졌으며 한인회측은 “말하기 위해서 간 게 아니라 주로 듣기 위해서 갔기 때문에” 천 부총영사가 주로 발언했으며, 내용은 “총영사관과 한인회가 껄끄러운데 잘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박 부회장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천 부총영사는 또 “언론이 (갈등설을) 퍼뜨린다”며 한인회측에 “언론플레이를 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얘기를 했다고 박 부회장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석찬 회장은 “우리는 공개적으로 열린 이사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했지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며 사안이 꼬이면 언론탓으로 돌리려는 태도에 쐐기를 박았다.
총영사관은2005년 SF한인상의 행사에는 3,000달러를 지원하고 한인사회 최대행사인 한국의날 민속축제에는 한푼도 지원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인회 길들이기 편파지원 논란이 일었을 때도 총영사관 모 인사는 김홍익 당시 한인회장에게 “언론의 이간질에 놀아나지 말라”고 했다가 김 회장이 “내가 언론 이간질에 놀아나는 바보냐”는 공개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이석찬 한인회장은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는 것은 (한인회 길들이기 또는 이석찬 물먹이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오늘 내일 시간을 갖고 향후대책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회측 인사들은 총영사관이 지난해 6월 평통 인선 과정에서 한인회장 의사존중 관례를 깨고 일언반구 협의없이 대표성이 의심되는 인사들이 낀 인선위원을 구성해 평통위원을 뽑은 데 이어 동포재단 교부금 신청과 관련해 항목변경 등 사전에 양해를 구했음에도 규정을 내세워 기각했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안숙선 명창 북가주 공연 때 명단제출이 안됐다며 한인회 좌석을 모두 취소했고, 최근 영화 ‘밀양’ 시사회 때는 한인회측에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등 일관되게 한인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천 부총사는 16일 오전 본보의 취재요청에 “장동령 영사에게 알아보라”고 했다. 장 영사는 이날 3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박승범, 김덕중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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