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시간 최대 활용이 곧 절약
자녀 떠난 빈자리 새롭게 채워야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것들 중에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이 많다. 가령 얘기하면 지구가 마치 빨래통처럼 회전을 하고 있는데 빨래통의 물은 다 빠져나가도 지구의 물은 어떻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지구의 자전의 속도로 무역풍이라는 것이 생기고 따라서 서부에서 동부로 가는 시간이 동부에서 서부로 오는 시간보다 더 진동이 많고 또 길게는 한 시간 정도 더 걸릴 수도 있는 데도 아무도 묶어 놓지 않은 지면의 물들은 어떻게 그 자리를 항상 지키고 있느냐 하는 말이다. 이것이 과학 지식의 부족 때문에 오는 궁금증이라고 한다면, 연말이 되면 “왜 그럴까?” 해지는 것들 중에 “왜 꼭 해가 바뀌고 낮과 밤이 있어야만 하나?”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은 필자가 괴짜라 그런 것일까?
어쨌든 밤과 낮이 있는 것은 의아해 하면서도 한편 감사하는 것이 밤이 있으니까 몸을 쉴 수도 있고 어두운 밤에 추워하다가도 곧 다시 밝은 아침이 찾아오니까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성가대 지휘자가 새롭게 오셨는데 이 분은 똑같은 음이 반복될 때에 그 음들을 똑같이 부르는 것을 절대로 싫어하시고 구구절절 마디마디마다 아무 강약의 조절 없이 부르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하시는 분이다. 꼭 약하다가 강하게 조금 빠르다가 다시 제박자로 돌아가면서 변화를 구사하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분이다. “아마 하나님을 닮으셔서 그러나 보다”라고도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다시 다 학교로 되돌아가고 나서 다시 한 번 놀라는 것은 처음 딸을 학교로 멀리 보내놓고 흐르는 눈물을 자제 못하던 것은 처음이라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제 막내까지 보내놓았으니 훨씬 익숙해지리라 했었는데 이번에는 집 사람이 일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이 다가고 텅 빈 집을 보고는 이번에는 아주 한참을 대놓고 통곡을 하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반드시 다들 부모의 곁을 떠날 것이고 또 떠나야만 하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창세기 2:24). 다시 말해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서 같이 보금자리를 만들면 많은 경우에 곧 그 보금자리에 ‘아이’라는 사랑의 열매가 맺히게 되어서 그 후 적어도 이삼십년은 그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아기라는 새 가족 식구가 오면서 새로 변화한 환경에 서로 적응하면서 사랑의 수고를 하게 되는데 그 변화에 익숙해질 때쯤 그것도 또 새롭게 바뀌게 되어 아이들은 제 짝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부모 곁을 떠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또 다시 두 사람만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아빠라고 꼭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만 집사람이 하도 허전해 하니까 굳이 의연해 하느라 힘썼었는데, 조금 가라앉고 나서 넌지시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여보, 여태껏 나만 혼자 자녀 키운 것처럼 나만 혼자 글을 쓰고 나만 혼자 학부모 기도모임을 인도하고 있지만, 실은 당신도 많이 수고를 했잖아! 그래서 묻고 싶은데 당신은 여태껏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키워 왔지?”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조금도 주저 없이 “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라는 말씀”이라고 하는 것이다.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이것은 구약성경 잠언 22:6에 나오는 말씀으로써 지혜롭기로 이름났던 솔로몬 왕이 자녀들에게 부탁한 말 중에 하나이다. 그 뜻을 풀어 말하면 사실 자녀들은 떠나게 되어 있고 떠나야 하는 것이 순리인데 마땅히 행할 길을 잘 가르쳐주면 그들이 새 보금자리를 짓고 부모 곁을 떠나가도 결국은 떠나지 않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허전해 해도 우리 애들에게 “마땅히 행할 길을”잘 가르쳐 주었으면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는 중에 결코 우리 곁에서 멀리 떠나지 않은 것이 될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비록 눈물은 달랠 수가 없었지만 이 말씀을 되씹으며 내심 위로로 삼고 있었으리라. 이제 나머지 남은 부분은 우리 부부도 새해를 맞아, 그리고 인생의 새 전기를 맞아, 우리 부부가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그리고 우리도 마땅히 행하여야 할 일들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 감당해 나갈 때에, 우리도 결코 우리 아이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부부는 전 같으면 매일매일 애들한테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을 이제는 보다 많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빌려만 놓고 읽지 못했던 새로운 책들도 많이 읽을 수 있겠고, 짬도 내서 둘만의 시간도 더 가질 수 있겠고, 또 새로운 프로젝트도 계획해서 새로운 한해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마켓 앞에서 받은 인근 교회의 ‘오늘의 만나’라는 월간지의 신년호를 받았는데 문뜩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10계명’이라고 쓰여 있었고 그 첫 번째가 ‘시간을 아낌없이 소비하라. 시간을 아끼려고 하지마라’라는 계명이었다. ‘계절을 아끼라’(에베소서 5:16)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항상 강물이 흐르듯 흐르고 있는 것이니까, 시간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야말로 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을 “아낌없이”소비하는 것이리라.
다시금 찾아온 정적 속에서 그동안 읽다가 중간에 덮어놓은 책들을 찾아 한 권을 손에 들고 끝장을 보고서야 잠에 들었다. 깜빡하고 저녁 늦게 마신 진한 커피에도 불구하고 눈꺼풀을 내려누르는 잠의 무게에 몸을 맡기면서, 올해에 ‘마땅히 해야 할 일’ 중에 두 분 다 무자년 생이신 “장인장모님을 좀 더 자주 찾아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해 보았다.
문의: http://www.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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