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손병두·안병만·이경숙 거론속 ‘朴카드’ 주목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 인선작업이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지난 10일을 전후해 총리 후보군이 압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압축은 커녕 현재까지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언론에서 유력 후보군의 명단을 잇따라 보도했으나 이 당선인측은 소설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총리 인선문제에 대해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짧으면 10일, 길면 20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일정상으로만 보면 2월 초에 총리를 지명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총리 지명이 상당기간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핵심 측근도 당선인이 총리 후보군을 찬찬히 보고 있는 단계라면서 빨라야 금주 말이나 돼야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주말 별다른 외부일정을 잡지 않은 채 총리 인선 등 현안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 당선인 주변에선 `사람’과 `조직’ 문제를 꼽는다.
우선 4월 총선을 앞두고 `매력있는’ 카드로 여겨졌던 박근혜 전 대표가 일찌감치 총리직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 인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받아주기만 하면 우리로서는 최상의 카드인데 그게 물건너갔으니 상황이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非)정치인’ 가운데 적임자를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당선인의 철학을 구현할 만한 적당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적임자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에 인재 풀이 너무 없다, 인물이 괜찮으면 내부검증에서 걸리는 게 많다, 검증이 관건이라는 측근들의 말은 이 같은 상황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지연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도 총리 인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조직의 큰 틀이 나와야 그에 적합한 인물을 찾을 수 있는데 `전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이도저도 안된다는 것.
물론 정부조직 개편과 관계없이 딱 맞는 총리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총리후보를 지명할 수도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지금 후보군 중에 딱히 `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당선인이 총리 인선을 처음부터 다시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편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와 손병두 서강대 총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이 총리 후보군에 올라 있는 가운데 당선인 주변 일각에서 이미 폐기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카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어 주목된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선인이 `정치적 고려없이’라는 말을 썼지만 총리 인사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수락만 한다면...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이 당선인 진영의 실질적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이날 발간된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박 전 대표가 총리에 추천된다고 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여전히 `총리직 거부’ 라는 강경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유정복 비서실장은 저쪽에서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총리제안이 온 것도 없고, 그리고 이미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박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자기신념이 확실한 분이라고 말했다.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공천 문제가 복잡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2번이나 해 놓은 얘기가 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아마 공식 제의가 오더라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부에선 미묘하게나마 변화의 기류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중진 원로급 인사들이 `무조건 총리직을 거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고, 이런 얘기가 이 당선인 진영에 흘러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저쪽(이 당선인측)에서 공식 제안을 하지는 못하지만 의사는 타진해 보는 것 같다. 우리 쪽의 강경기류도 약간은 누그러진 부분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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