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아트의 거장 데이빗 호크니의 무대 디자인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그림 속에서 진행되는 오페라를 관람하게 된다.
밤의 어둠을 틈타, 두 연인이 벌이는 불륜의 현장이 묘사된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LA 오페라 10년만에 무대 올려
거장 데이빗 호크니가 무대 디자인
LA 오페라(단장 플라시도 도밍고)가 바그너의 모든 악극 중에서도 가장 숭고한 사랑을 다룬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10여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올린다. 오는 19일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개막되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레’는 LA 오페라의 음악감독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고 전설적인 현대미술가 데이빗 호크니가 직접 무대 디자인을 맡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중세기 영국 콘월의 기사 트리스탄과 그의 숙부인 마르크 왕의 아내인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오페라는 ‘불륜’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그너 자신도 불륜을 저지르면서 이 작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불륜이라는 소재가 지니는 비극성과 격정, 육체적 탐닉, 집착 등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대작이다. 특히 2막의 열정적인 사랑의 이중창과 3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졸데의 ‘사랑과 죽음’은 바그너의 수많은 오페라 장면 중 최고로 꼽히고 있다.
▲프로덕션
이번 공연의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는 데이빗 호크니는 영국 출신으로 남가주에 거주하는 옵아트(Opt Art)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평행선이나 바둑판무늬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의 화면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면서 관람자가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게 한다. 이번 오페라의 배경 무대도 옵아트 형식으로 꾸며지는데, 관객들은 왠지 계속해서 형태가 변하는 것 같은 그림 속에서 진행되는 오페라를 관람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LA 오페라의 플라시도 도밍고 단장은 “LA 무대에서 지난 1987년에 초연됐으며 1997년에 재연된 ‘트리스탄과 이졸레’가 이번에 호크니의 특수 디자인과 함께 다시 LA 오페라 무대에 서게 됐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이번 무대 디자인이 국제적으로 LA 오페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주연을 맡은 존 트렐리벤은 현재 가장 유망한 헬덴 테너이다.
바그너 오페라는 가수를 찾기 힘든 공연으로 유명하다. 특히 ‘니벨룽의 반지’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주역을 맡으려면 바그너 음악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장시간 공연에 따른 엄청난 체력도 필요하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 트리스탄 역을 맡은 존 트렐리벤은 시카고에서 성공적으로 이 오페라의 공연을 마쳤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페인에 이어 지난해에는 영국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의 ‘반지’ 시리즈에 주역으로 캐스팅된 현재 가장 유망한 헬덴 테너이다.
비엔나의 일간지 ‘뉴 머거’는 최근 오페라 리뷰 섹션을 통해 “트렐리벤은 그 만이 지니고 있는 특출한 능력으로 관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주는 공연을 선사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트리스탄의 상대역 이졸데는 수많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바그너 곡을 노래한 초대형 소프라노 린다 왓슨이 맡는다. 이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등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과시한 바 있으며 오는 2008~2009 시즌의 LA 오페라 ‘반지’ 공연의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토르 스타인그라버 역시 바그너 작품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여러 오페라 하우스에서 바그너 곡을 노래한 초대형 소프라노 린다 왓슨.
바그너, 이 작품 제작 당시
후원자 아내와 불륜에 빠져
밀월장면 생생하게 묘사
▲줄거리 및 작곡 배경
사랑을 다룬 대부분의 오페라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에 비해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오페라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곡을 제작할 당시 바그너의 삶을 재조명해야 한다. 1849년 혁명에 참여했다가 지명수배자로 떠돌다 스위스로 망명해 베젠동크라는 부자 후원자를 만나 편안하게 작곡생활을 하던 바그너는 은인인 베젠동크의 부인과 은밀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베젠동크와 바그너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미나도 바그너와 베젠동크 부인 사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서 이들은 주변의 눈을 피해 심야에 밀월을 즐긴다.
오페라 2막에서 이러한 묘사들이 생생하게 이뤄진다. 밤의 어둠을 틈타, 두 연인이 벌이는 불륜의 현장이 눈앞에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이다. 오페라에서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와 콘월의 기사 트리스탄은 맺어질 수 없는 원수지간이다. 두 나라가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두 사람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격정의 늪 속에 빠지고 만다. 결국 사랑 때문에 두 사람은 죽고 만다.
LA 오페라는 이번 공연을 홍보하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LA 각 지역 도서관에서 1시간의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가 열리는 도서관과 일정은 다음과 같다.
-12일 오후 2시 글렌데일 브랜드 도서관(Brand Library)
-14일 오후 6시30분 라카냐다 도서관 (Canada-Flintridge
Library)
-15일 오후 6시30분 포터랜치 도서관(Porter Ranch Library)
-15일 오후 7시 레돈도비치 도서관(Redondo Beach Library)
-16일 오후 7시 세리토스 도서관(Cerritos Library)
-19일 오후 2시 클레어몬트 도서관(Claremont Library)
▲공연 정보
일시: 1월19일/ 23일/ 31일/ 2월6일-오후 7시
1월27일/ 31일/ 2월3일/ 10일-오후 1시
장소: Dorothy Chandler Pavilion
135 North Grand Ave. LA, CA 90012
예매: LA Opera 박스오피스
(213-972-8001, www.laopera.com)
티켓가격: 20~238달러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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