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올해부터는 쓰레기 버리는 일에도 신경을 좀 써야 될 것 같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크게 물린다고 한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잘 구별해서 투명한 봉투에 담거나 잘 묶은 후에 날짜를 잘 맞추어 정해진 장소에 버려야 한다. 대강 섞어 버려도 아니 된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언제인가 쓰레기를 대충해서 버린 적이 있는데 시에서 벌금 티켓이 날라 왔다고 한다. 버린 쓰레기봉투에서 그의 집주소가 적힌 우편봉투가 나와 꼼짝없이 벌금을 물었다는 것이다.
뉴욕시에서 제일 무서운 파업이 환경미화원들의 파업이라고 한다. 넉 잡고 이들이 나흘만 일에서 손을 놔도 뉴욕시 전체가 순식간에 쓰레기 더미로 변하기 때문이다. 거리는 온통 쓰레기더미로 꽉 차고 공원이나 공공장소도 발을 들여놓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 천지로 변한다. 검은 비닐 백이 산처럼 쌓이고 그 썩는 냄새가 지옥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리수거를 잘 해서 환경미화원을 화나지 않게 해야 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는 집안의 물건들 중 버릴 것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연말에 다 버리고 새해를 맞았어야 되는데 이럭저럭 바쁘다 보니 버려야 할 기회를 잃어 버렸다.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물건을 사서 집안에 들여놓느라고 애들은 쓰지만 버리는 일은 대부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잠시 쉬면서 사방을 돌아보니 버려야 할 물건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좁은 아파트에 살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사는 것도 실은 어리석은 일이다.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너무 오래 되면 매캐한 냄새까지 풍긴다. 버릴 것도 너무 많아지면 버리는 일도 큰일이다. 가뜩이나 힘든 세상 필요 없는 물건을 안고 있는 것은 무거운 짐이다. 산뜻하고 가볍게 살자면 버릴 것은 버리면서 살아야 한다. 사람들의 성격도 보면 모두가 다 다르다. 닥치는 대로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번 들어온 것은 무슨 미련 때문인지 절대로 못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 점에서 서로 반대되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면 이 버리는 일 때문에 자주 부부 싸움을 한다고 한다. 대체로 보면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비교적 더 잘 버리는 성격
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직업별로는 목회자들이 물건을 잘 안 버린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이삿짐센터에서는 책 보따리, 짐 보따리가 많은 목회자들의 이삿짐 나르기를 별로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는 물건을 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에 쌓인 것도 버릴 것은 버리도록 해야겠다. 반 평도 되지 않는 가슴에다 우리는 사실 얼마나 많은 것을 쌓아 왔으며, 또 조그마한 두뇌에도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것들을 간직해 왔는가! 이제부터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잊을 것은 잊어 보자. 버려야 할 때, 때를 맞춰 버리지 못할 경우 쓰레기만 될 뿐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잊을 것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은 일종의 지혜이고 용기이다. 물론 버려야 할 것과 버려서는 아니 되는 것들을 구분하려면 안목이나 혜안도 있어야 한다.
이민 온 사람들은 누구나 조국을 떠나면서 한번 쯤 버리고 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쓸데없이 많이 쌓아놓은 것이 얼마나 자신을 무겁게 누른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새해가 됐는데도 아직까지 버릴 것을 버리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버려야 한다. 버릴 것을 버려야 새 것이 담길 자리도 생기고, 더 좋은 것으로 채워 넣을 공간도 생긴다. 예수가 산상수훈에서 한 유명한 설교에도 보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천국이 저희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을 비울 때 복이 들어올 자리가 있고, 천국도 보인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값진 물건이라도 자리가 없으면 들여놓을 수가 없고, 마음에 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말씀, 좋은 사람이라도 그 마음에 담아낼 수가 없다. 겸손하지 않고 교만한 사람에게는 더 채울 자리가 없는 것이다. 항상 즐겁고 편안한 사람은 어딘지 넉넉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누구든 빈자리가 있어야 가까워지고 싶고 또 대화도 하고 싶어진다. 올해는 우리 모두 자리를 비워 좀 더 넉넉해지도록 해야겠다. 천국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