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비빔밥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음식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한국 농림부와 문화관광부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지 조사한 결과와 해외 한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를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외국 사람들은 비빔밥의 무엇을 좋아하는 것일까.
우선 비빔밥은 색깔이 다양하다. 몇 가지의 식품을 섞는 것이니까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우러지게 된다. 이것은 음식을 맨 처음에 눈으로 맛본다고 한다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색깔이 다른 식품들은 맛도 여러 가지다. 이 몇 가지 식품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종류를 선택할 수도 있으니 개성적인 맞춤 음식일 수 있다. 여기에 건강 음식이란 유행이 따른다.
다음에 생각할 것은 비빔밥이 대부분의 경우 100% 완성품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몇 가지 음식물을 넣고 한데 뒤섞어서 버무리는 작업은 먹는 사람의 몫이 되며,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일본의 ‘오코노미야끼’가 이를 주문한 손님에게 전을 부칠 수 있는 재료만을 제공하고,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넓적하게 펴 가며 익히는 일은 손님이 각자 일하도록 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지 않나.
그런데 이러한 비빔밥의 인기가 ‘비빔밥 시대’를 열고 있다는 조짐을 보여 매우 흥미롭다. 셀폰으론 오직 전화만 할 수 있나. 그게 아니다.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문자 통신도 할 수 있고, 전화번호도 저장할 수 있고, 네비게이션으로 길도 가르쳐 준다. 밥솥은 밥 이외에 닭찜, 식혜, 스파게티, 떡볶이, 팬케익도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여러 가지 기능을 융합한 가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학계도 어떤가. 뉴욕타임스가 가장 영향력있는 미술대학으로 보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토니 존스 학장은 ‘현실 세계에서 건축과 설치미술, 실내장식과 패션 간의 경계가 없듯이, 우리 대학도 그런 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학문 융합 못하면 지식 전달 대학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학과 간 장벽이 허물어질 것을 예측하였다.
동유럽의 9개국이 국경을 허문 쉥겐조약은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들 국가 사람들은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게 되어 4억 인구의 통행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이다.세계는 각 방면으로 진행노선을 변경하였다. 한 때는 쪼개고 쪼개다가, 지금은 하나에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넣거나, 몇 가지 기능을 합쳐 하나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인간과 인공물(기계)간의 이분법적 구분은 그 경계가 점점 옅어져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야마다 고이치 도쿄대 이사는 ‘현대사회에선 지식의 양이 늘고 내용은 깊어졌으나, 분산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지식을 구조화해 사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이는 지식간 네트워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그래서 생각해 본다. 새 해는 망원경으로 세계를 보자. 그리고 생활 주변의 사물을 세분하지 말고 융합적, 종합적, 통합적인 한 덩어리로 보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게 보면 교육도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힘을 합하여 하나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일이다. 각자의 책임 영역을 분석하고 토론할 일이 아니라 융합적으로 협력하는 기본 자세가 필요하다.이러다 보면 아직 넘지 못하고 있어 때때로 잡음을 내고 있는 크고 작은 장벽들이 낮아지거나, 부분적으로 허물어지거나,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인종의 벽, 이념의 벽, 종교의 벽, 남녀의 벽, 빈부의 벽, 언어의 벽, 학벌의 벽, 나라의 벽… 등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 높은 장벽들이다. 차라리 만리장성과 같이 눈에 확연히 보이지 않는 장벽들을 융합하는 일이나 허무는 일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마음이 녹아서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마음이 녹아서 교육이란 하나의 액체로 만날 때 참교육이 이루어진다. 비빔밥 먹기를 즐기면서 이런 저런 먹거리를 섞어서 새로운 색채, 새로운 맛, 새로운 생각을 창출한다면 알맹이 있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소리쳐 비빔밥의 찬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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