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부터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요즘 한국 기독교(개신교를 일컫는다)는 크나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 몇년동안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안티기독교운동이 아프간 사태이후 사회 전면에 나서 교회와 크리스천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개독교, 목사를 먹사, 성경을 X경(이 단어는 차마 쓰지 못하겠다)이라고 비하하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아니다. 안티기독교 사이트(www. antichrist.or.kr)에 한번 들어가 보면 기독교와 교회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증오심이 얼마나 극렬하고 살벌한지 글 하나하나가 섬뜩해서 읽지 못할 정도다.
안티기독교운동은 2002년 월드컵 때 개신교계가 붉은악마 응원단의 명칭에 반대 캠페인을 펼친 것이 사회적 반감을 일으키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은 “이 사회에서 기독교가 더 이상 패악질을 일삼지 못하도록 기독교를 박멸하겠다”는 창립선언문과 함께 2003년 발족됐다. 현재 1만2,3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기독교를 조롱하는 글을 쉴새없이 올리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의 추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시하는 거리활동도 벌이고 있다. 아울러 바이블을 ‘청소년 금서’로 지정하자는 1,000만인 전자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매일 수천명씩 동참, 지금까지 5개월만에 무려 200만명이 서명했다.
반기련의 이찬경 회장은 지난 11월 한국교회언론이 서울연동교회에서 주최한 안티기독교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와 기독교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물질적 축복과 기복을 파는 종교업자들이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협박하고, 공룡화된 교회는 거대한 기업처럼 돌아간다. 교회의 외적성장과 신도의 양적팽창이 목사의 성공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신도들은 현금 지급기 노릇만 죽어라고 하고 있다. 불상과 단군상을 부수고 장승을 훼손하며, 수만의 신도가 모여 모든 사찰이 무너지라고 통성기도를 했다.(2006년 6월 부산 ‘Again 1907’ 행사에서 있었던 일) 기독교는 존중받기를 원하면 먼저 존중하라”
반기련의 주장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너무 폭력적이고 극단적이어서 이 역시 크나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그런 적대감을 보이지 않으면서 왜 기독교는 그토록 싫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또한 이들의 적개심은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수십년간 한국사회에 쌓여온 ‘이기적인 기독교’에 대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사실이 아프간 사태 때 증명됐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태가 이러하니 최근 몇달 동안 이와 관련된 세미나와 포럼, 토론회가 한국서 잇달아 개최됐다. 여기서 기독교인, 반기독교인, 목사, 신학자, 불교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교회의 문제점,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다음과 같다.
‘개신교인은 이중적이다. 타종교에 배타적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공격적이고 과시적 선교를 한다. 기독교 복음의 원형을 잃어버렸고 예수는 상품이 되었다. 각종 부정부패와 추문의 주인공이다. 약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부를 가진 강자들의 교회가 되었다…’
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 공개 세미나에서 변종길 교수(고신대 신대원)는 “교회가 세상의 빛이 아니라 블랙홀”이라고 비난했다. 선교사들이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베푸는 종교였는데 지금은 가능한 한 많은 물질과 인력을 빨아들여 자신만을 위해 쓰는 블랙홀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세계 최대의 교회들이 수두룩하다. 전세계 최대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세계최대 감리교회(광림교회), 세계최대 장로교회(충현교회), 세계최대 성결교회(중앙성결교회)가 다 한국에 있다. 기독잡지 ‘크리스천 월드’가 발표한 순위를 보면 세계 10대 대형교회 안에 한국 교회가 5개나 들어있으며, 20위 안에 10개, 50위 안에 23개가 포함돼 있다. 불과 100년만에 한국 개신교는 세계 선교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성장을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성장이 성숙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 교회는 몸집만 비대해졌을 뿐 신앙의 성숙은 이뤄내지 못했다. 몸이 커지면 정신도 성숙해지고 행동 또한 어른스러워져야 하건만 한국교회는 잔뜩 먹기만 해서 뚱보가 돼버린 욕심쟁이 비만아동의 모습이다.
어쩌다가 교회가 이 지경이 됐을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기독교 운동은 만만하게 볼 사태가 아니다. 어쩌면 한국 기독교가 100년전 겪었던 순교와 핍박보다 더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이 될지도 모른다.
정숙희 특집 1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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