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통감’에서 보듯 조선 초기만 해도 단군조선을 우리 역사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공식사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 사대주의가 심화되고 小中華(소중화) 사상까지 생겨나면서 단군은 부인되고 기자조선이 우리 역사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인 우리 역사의 말살, 축소, 왜곡, 윤색을 이루어낸 것은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였습니다.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1932~1936년에 출판한 ‘조선사’에는 신시는 물론 고조선(단군조선), 북부여의 역사를 말살하고, 위만조선,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를 식민지배했고, 고구려와 백제의 전반기 역사는 말살하여 약소국의 역사로 조작하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4~5세기가 되어서야 겨우 고대국가로 진입하는 것으로 왜곡하였다)
황원흥의 ‘삼국사기 역사말살과 일본서기의 허구성’에서도 다음과 같은 기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읽고, 공부하고 있는 현전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편찬할 당시의 고려시대 원본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조선시대 중종 이후에 인쇄된 후대의 판본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며 그나마도 모두 일제하의 이마니시 류(今西龍)나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와 같은 일본인 어용학자에 의하여 교정된 후 조선사학회와 고전간행회라는 어용단체에 의해 간행됨으로써 처음으로 ‘삼국 사기’의 내용이 일반에게 알려지게 된 문헌들이다”
또 이덕일, 김병기 공저의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에서는 이병도의 ‘조선사 대관’ 44~45 쪽의 예를 들어 “‘후한서’ ‘동이열전’의 ‘예조’는 예군 남려가 우거왕을 배신하고 이끌고 간 숫자가 28만 명이라고 기록했으나 이병도는 예의 규모를 대폭 축소한 ‘삼국지’ 기록만을 맹신하면서 ‘그 수는 2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며 2만 명도 대단히 많은 것처럼 기록했다. 고조선은 작은 나라였다는 식민사학적 고정관념에 의한 사료선택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예 나라가 이병도의 주장대로 함경도 남쪽지역에 있었다면 예군 남려는 어떻게 28만 명이나 되는 거대인구를 거느리고 개마고원과 장백산맥 등 수많은 험지를 거쳐 요동지역까지 갈 수 있었을까? 이 점이 걸렸는지 ‘조선대사관’을 개편한 1956년 판 ‘신수 국사대관’에서는 ‘예맥의 군장이 우거를 배반하고 주민 28만 구를 들어(호적을 가지고) 요동에 항속한 일이 있었다’라고 괄호 속에 호적을 가지고 간 것이라고 적었다”고 했습니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심한 역사왜곡을 방관하거나 부추겨 왔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고조선을 한반도 내에 가두기 위해 애쓴(?) 이들의 얘기만 나와도 특정인을 폄하시킨다며 반박하고, 우리의 역사를 미화시킨다며 매도합니다. 모화사상, 사대주의, 식민사관 등의 영향은 악성 바이러스와 같아서 건전한 사회를 좀먹는데 탁월한 기능을 가집니다. 그럼에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왜곡되어온 우리 역사의 앞날을 염려하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게 찬반의 논쟁이라도 일어날 조짐이 보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역사를 왜곡시킨 역사학자 계보, 빗나간 외줄기 역사계에 반박하고 토론할 수 있는 새로운 줄기의 출현은 아침햇살 과 같은 소망의 빛입니다.
지난 해 7월의 ‘동북공정 단상’이란 박성진 서울여대 중문과 교수의 칼럼을 보면 “서해의 북방한계선(NLL)과 동해의 독도문제 등 때 아닌 영토분쟁 통에 우리는 또 다른 종류의 영토분쟁을 잊은 것 같다. 바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소위 동북공정이란 중국의 동북삼성 즉 라오닝, 지린, 헤이롱장성에서 일어났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조선, 고구려, 발해가 한국역사와는 관계가 없는 나라가 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기를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 측이 직접적으로 노리는 바는 향후 전개될지 모르는 한반도 통일에 따른 영토문제,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분열과 자주독립 열망에 대한 예방차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26일자 한국일보는 박스기사는 “최근 언론보도와 학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중국이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08년까지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용천부 유적(헤이룽장성 닝안시 보히 이진 소재)과 백두산(장바이산)에 대해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신청 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4년 중국이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군사작전 치르듯이 한데서 보듯이 중국은 옛 고구려와 발해를 포함한 만주(중국 개념으로는 동북 3성)지역의 역사적, 민족적, 영토적 연고권을 중국에 철저히 귀속시키고(동북공정) 낙후된 이 지역의 경제 개발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조선족 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동요와 이탈을 방지하고 한반도 통일에 대비하는 장기적 포석을 깔고 있다. 그 결과로 역사왜곡과 함께 중국의 패권주의가 갈수록 노골화 하는 것을 우리는 우려한다. 예컨데 중국이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는 발해 상경용천부 유적의 경우 1963~64년에는 중국과 북한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발굴 했는데 지금은 한국인들의 출입조차 엄금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www.waks.info을 방문하여 ‘협의회 자료실’을 열면 본 연재 1호부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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