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온다. 기대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내 노력과 상관없이 외부의 힘에 의해 오기를 바란다. 마치 갑자기 왕자가 나타나 하녀가 왕비가 되는 동화같은 꿈이 새해가 되면 찾아오는 것이다.
신년 운수를 알아보기 위해 무속인들에게 점을 치는 행위는 바로 내게 ‘혹시’ 모르는 기가 막히게 좋은 운명이 올해 나타날까 기대하는 마음의 발로이다. 개인의 재정적 문제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해에는 돈벼락을 맞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해보고 싶어 점도 쳐본다.
이러한 사고는 기본적으로 내 운명이 큰 힘에 의해 정해져있다는 예정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지금 고달프거나 불만인 상황에 처해있다면 혹시라도 이 상황이 예정된 운명에 의해 극적인 반전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로 위안을 받고 싶어한다. 반대로 지금 상황이 너무 좋기만한 사람 역시 운명에 의해 추락하게 되어있지는 않나 하는 걱정에 점을 쳐본다.
예정론의 반대는 자유의지론이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나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현재는 내가 매 순간순간마다 결정한 선택에 의해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유의지론에 의하면 내 현재의 운명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고 앞으로의 운명도 현재의 내 결정에 의해 지배를 받는 내 선택이 된다.
예정론과 자유의지론의 논란은 자연과학에서 첨예하게 나타난다. 초기 과학의 시작은 우주를 관장하는 자연의 법칙이 있다는 예정론에 기초해 모든 자연의 현상은 태초부터 물질과 에너지에 입력돼 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그대로 시현될 것이고, 그 법칙을 읽어낼 수 있다면 자연의 과거와 미래를 다 예측할 수 있다는 견해에 기초했다.
자연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 것은 자연현상에 법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이 부족해 법칙을 다 파악하지 못해서라고 가정했고 따라서 자연과학은 그 법칙을 다 이해하겠다는 의지로 발전해왔다.
그러던 중 19세기 말 이후부터 자연의 현상은 대부분 일정 법칙에 의해 움직이지만 가끔씩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 있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한다는 이론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연과학계에서 더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자유의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어느 이론이 맞는가는 증명될 수 없다. 자유의지에 기초해 자연의 법칙이 가변적이라고 증명해도 그것은 우리가 모르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지 그 모르는 변수(Hidden Variable)를 찾게되면 결코 가변적이 아니다라고 해버리면 논쟁은 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명될 수가 없다하더라도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 삶이 크게 달라진다. 예정론을 믿는다면 내게 나타난 어떤 현상도 다 예정돼있다고 믿는 것인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좋고 싫음이 있을 수가 없고 따라서 특별히 내가 노력할 것도 없다.
자유의지론을 믿는다면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내게 어떤 환경적 어려움이 온다고 해도 내 선택에 의한 노력에 의해 내 삶이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거품의 후유증은 클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생산업이건 소매업이건 어떤 분야에 있던 어려움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적 유동성위기는 분명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유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은 이자율 인하에 제한을 줌으로써 금융당국이 강한 경기부양책을 시도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어두운 전망에서 올해의 사업운세를 본다면 전체적으로 비관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이때 어느 방향을 선택하는 가에 따라 새해의 마음가짐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내 노력여부가 달려 있다. 그래도 운명이라고 믿고 내 노력을 포기하는 예정론보다는 내 노력으로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자유의지쪽이 강한 선택이다. 그래서 신년 각오도 해보는 것이 아닌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의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사업도 투자도 모두 내 삶에 지성을 들이는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경제가 어려워도 잘되는 사업이 있고 아무리 좋아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좋은 팔자를 타고났다고 해도 빈궁하게 사는 예도 허다하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신년운세인 것이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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