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에서 재미동포들도 투표를 할 수 있을까?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들에도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12월 대선에서는 시행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의 투표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각 당 후보들 모두 ‘내년 총선에서의 참정권 부여’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표’의 향방에 대한 여야의 득실계산만 끝나면 총선 투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참정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재외국민 선거에 관한 궁금증과 절차, 과제 등을 소개한다.
언제부터 투표할 수 있나
헌법재판소는 2008년 말까지 재외국민들에 참정권을 부여하도록 시한을 못 박았다. 따라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12월31일 이전에는 법(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개정해야 한다.
문제는 4월에 치러질 총선이다. 기술적인 선거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1월 안에는 선거법이 바뀌어야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권자 범위 같은 민감한 문제를 놓고 여야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낙관은 쉽지 않다.
누가 투표할 수 있나
재외국민은 한국 국적이 살아 있는 일시 체류자, 유학생, 주재원과 영주권자를 포함한다. 시민권자는 물론 ‘재외국민’이 아니다.
재외국민 중 누구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느냐 하는, 투표권자의 범위에 대한 정치권의 표 계산법은 다르다. 한나라당은 단기 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당장 투표권을 주자는 입장이다. 재미동포들의 다수를 보수 성향으로 보고 있어 영주권자로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우선 단기 체류자에게만 투표권을 허용하고 영주권자에게는 단계적으로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젊은 세대와 유학생이 주류를 이루는 단기 체류자에 지지층이 많다는 셈법이다.
당락이 50만 표 내외로 근소하게 결정되는 대선의 경우는 어떤 선거 개정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여야는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유권자 얼마나 되나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전 세계 동포 수는 약 700만 명. 이중 투표권을 얻게 되는 영주권자와 유학생·주재원 등 단기 체류자를 합한 유권자 총수는 285만 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선관위나 외교부 등은 이중 200만이 산다는 미국의 유권자 총수는 최대 80만 명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 인구는 각 공관이나 한인회의 자의적 판단이나 부풀리기에 의해 과장된 경우가 많아 실제 인구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 미 센서스에 따르면 미주 한인은 133만5,000명으로 이중 43% 가량이 시민권자이다. 센서스 누락 인구를 30%로 계산할 경우 170만 인구 중에 절반가량인 95만 내외가 대상자다. 이중 투표권을 가질 수 없는 만 19세 이하의 연령층을 감안하면 실제 유권자 수는 50만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과연 얼마나 투표할까
재외국민의 표가 국내 선거에 얼마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까, 아니면 허상일까.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자. 2000년부터 해외 국민에 참정권을 허용한 일본의 경우 59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외국민 중 10%인 5만8천명만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이나마 실제로 투표를 한 수는 30%도 안 되는 1만6천여 명이었다.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영사관에 투표소를 마련하고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하게끔 하는 두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재미 한인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실제 생업을 제쳐놓고 투표에 참여할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전체 유권자 수를 50만 명으로 계산하면 이중 실제 투표자 수는 40%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 대선만 하나, 총선도 하나
여야 공히 대선 부여에는 이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총선에도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에는 이견이 뒤따른다. 우선 해외 체류 기간이 긴 영주권자의 경우 국내 지역 사정에 어두운데다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제대로 된 선거권 행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만큼 총선에서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선이나 총선 정당명부 투표는 모든 선거권자에게 공통의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선 지역구마다 다른 후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학생, 주재원등 단기 체류자에는 대선, 총선 모두 부여하고 영주권자는 대선에만 참여하는 절충적 방안이 관심을 끌고 있다.
투표는 어디서 어떻게 하나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려면 먼저 선거인 명부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일정한 기간 안에 우편을 통해 투표할 의사가 있음을 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 선거인명부 등록은 개별적으로 할 수도 있고 재외공관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선거인 명부가 작성이 되면,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재외국민들에게 발송한다. 이때 후보자 홍보물이 같이 보내질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인 명부 등록이나 후보자 홍보물 열람도 가능하다.
투표는 국내처럼 투표소를 각 공관에 설치하는 방안과 부재자 투표 방식이 거론된다. 국내의 부재자 방식인 우편 투표도 한 방법으로 거론되나 본인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
부정선거는 어떻게 막나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선거가 진행되는 만큼 불법행위를 누가, 어떻게 단속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또 단속을 해도 처벌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도 연구 대상이다.
또 이중국적을 가진 시민권자의 투표도 우려된다. 한국은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어 외국국적을 갖게 되면 한국 국적은 자동 소멸되지만 당사자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이를 정부가 파악할 방법이 없다.
선거 열리면 한인사회 어떻게 될까
재외국민에 투표권이 주어지면 선거기마다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동포들의 미 주류사회에서의 권익 증진에 앞장서야할 각 한인회나 단체들의 과도한 모국 정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정치세력들과 연관된 선거꾼들이 활개를 치면서 모국 정치에 따라 동포사회가 춤추는 현상이 예상된다.
참정권은 사실 동포 숙원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동포들은 재외국민 참정권에 무관심하다. 생업과 자녀교육에만도 벅찬데 한국 정치에 고개를 돌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투표권이 주어지면 모국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갖고 있다. 그 대신 미 주류사회 정착과 권익 증진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참정권은 모국 편의주의 입장에서 보다 전체 재외동포정책과의 연관성 아래 일반 동포들의 입장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