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날이 밝았다. 떠오르는 첫 태양과 함께 세상은 신생의 설렘으로 충만하다. 아무도 발 딛지 않은 겨울 산정 같은 신선한 시간의 산정에서 새롭게 펼쳐질 시간의 구릉들을 그려본다. 올 한해는 어떤 희망과 기대, 염원으로 그 구릉들을 넘을 것인가. 뒤돌아보면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는 다사다난의 첩첩산중을 뚫고 왔다. 곤욕과 아픔, 실망의 시간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새해 아침에는 그 모든 아픔을 걸러내 밑거름 삼으며 새 날을 열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미지의 시간 앞에서 설렌다.
매년 다가오는 새해가 모두 새롭지만 2008년은 특히 새로움의 한해가 될 전망이다. 많은 변화와 변화의 가능성들을 품고 있는 한해이다. 우리의 모국, 대한민국은 새 시대를 맞았다.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전 국민 성공시대에의 기대로 한국은 이미 사회 전체가 의욕에 차 있다. ‘실용’에 초점을 맞춘 새 정권의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그 영향은 그대로 미주 한인사회로 미칠 것이다. 한국의 나아진 경제력과 앞으로 열릴 무비자 시대가 맞물리면 미주 한인사회는 엄청난 활기와 변화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무비자 시대 개막을 앞두고 한인사회는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변화에 대비하는 자만이 파이를 차지할 수가 있다.
한국의 2008년이 새 출발의 해라면 미국은 새로운 출발을 잉태하는 해이다. 대통령 선거의 해이다. 3일의 아이오와 코커스를 기점으로 불꽃 튀는 선거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각 주들이 다투어 예비선거 일정을 앞당겨서 올해는 2월이면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그런데도 아직껏 한인사회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커뮤니티가 분열상을 노출할 정도로 관심의 도가 지나쳤던 한국 대선과 비교하면 미적지근하다 못해 냉랭할 정도이다. 누구를 지지할까 어물어물 하는 사이 양당 후보가 결정되고, 투표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대통령이 선출되어 버린 전례를 우리는 많이 경험해 왔다. 사실상 이제까지 한인사회의 선거철 풍경이 대체로 그러했다. 한인사회의 규모나 위상으로 볼 때 부끄러운 일이다.
이민사회는 30년의 한 세대를 단위로 한 단계씩 발전한다고 한다. 지난 1968년 개정이민법 발효로 물꼬가 트인 한인이민은 올해로 근 40주년을 맞는다. 맨주먹으로 황무지를 개간하며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렸던 이민의 가장 밑바닥 단계는 이제 넘어섰다. 미국사회의 최 변방에서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으로 숨죽여 살던 무명의 단계를 벗어나 다민족 사회의 무대 전면에 당당한 한 구성원으로 올라섰다. 한인사회의 경제력과 인적 자원, 그리고 2세를 중심으로 한창 자라고 있는 정치력을 합치면 우리도 이제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이 되었다. 문제는 정서적으로 아직도 이민의 바닥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몸은 미국에 있는 데 관심은 한반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민은 도전이다. 도전은 꿈을 기본으로 한다.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바라보며 구체화한 꿈이 있기에 현재에 안주하는 편안함을 포기할 수가 있다. 이민이라는 도전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의 산물이다. 자유와 평등, 기회가 있는 사회에서 가족들과 보다 나은 삶을 누리고 싶은 꿈, 자녀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고 싶은 꿈이 이민자들의 1차적이고 개별적인 아메리칸 드림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지평을 넓힐 단계가 되었다. 각자 내 가족 잘 먹고 잘 사는 꿈은 한인이민 중 상당부분 실현이 되었다. 이제는 미국이라는 다민족 사회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이 힘 있는 민족으로 뿌리 내리며 번창하는 일에 우리의 아메리칸 드림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겠다. 그 출발은 관심이다. 미국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지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음은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다민족 사회는 집단 간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지만 바탕은 경쟁이다. 파이를 나눠 먹는 일은 공정해야 하겠지만 ‘울지 않는 아이’까지 챙겨줄 정도로 사회가 너그럽지는 않다. 한인 커뮤니티가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데 비해 우리 몫을 챙기는 데는 아직도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며 합당한 몫을 챙기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선거이다.
2008년은 미국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해이다. 지난 8년의 부시 행정부가 막을 내리고 미국을 새롭게 이끌 지도자가 탄생한다. 그 탄생의 과정에 한인사회가 적극 참여해야 하겠다.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는 곤란하다. 새로 탄생할 지도자, 새로 열릴 사회가 우리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가 뼈를 묻고 대대손손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땅이다. 후손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는 지도자, 우리의 권익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뽑는 일이 그 출발이다. 2008년 미국이 새 시대를 여는 대업에 한인사회가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동참하기를 바란다. 참여 없이는 챙길 몫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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