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투사 아냐… 삼성과 사회 정상화 바라
[2007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 (7·끝) 삼성 비자금 폭로
검찰수사 아쉬운 부분 특검서 규명 기대도
BBK 논란으로 대선 정국이 정점으로 치닫던 10월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폭로의 주인공이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았다.
삼성이 자신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했다고 주장한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 김용철(49)변호사는 이후 추가 의혹을 연이어 터뜨렸다. 검찰이 특별수사에 나섰고, 이제 삼성 비자금 의혹은 특별검사의 수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27일 그를 만나 삼성과 검찰을 정면 겨냥한 그의 싸움이 ‘무모한 시도인지’, 아니면 ‘골리앗을 향한 다윗의 그것인지’를 물었다.
▲ 폭로 이유와 배경은 뭔가
삼성 고위 임원 출신에서 ‘내부고발자’가 된 김 변호사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비자금 의혹 폭로 직후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모자를 쓰고 다닌다며 불안해 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삼성과 싸우는 투사처럼 돼 버려 부담스럽다면서도 삼성의 한 노동자가 ‘회사가 7,000명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었는데 덕분에 중단됐다’고 최근 감사 전화를 해왔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폭로 배경이 궁금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법무법인 서정(김 변호사가 투자한 로펌)측에 자신의 퇴사 압력을 넣는 바람에 서정을 나와야 했던 지난 5월부터 폭로를 고민해 왔다고 했다. 물론 삼성은 압력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8월 삼성 퇴사 후 3년이나 지난 시점에 갑자기 삼성과 왜 격한 대립관계가 됐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다. 가정불화와 삼성과의 돈 문제 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목청을 높였다. 돈 때문이라면 내가 폭로를 하기 전에 삼성과 협의를 하지 않았겠느냐. 사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삼성은 1조원이라도 내놨을 것이다. ‘내가 술집 여자와 바람이 나 돈이 필요했다’는 루머까지 나돌지만 나는 술을 못 마셔 룸살롱에 가지도 않는다.
김 변호사는 대신 폭로 과정을 설명했다. 5월부터 많이 고민했는데 몇 군데 언론과 시민단체에 문의한 결과 모두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꼭 폭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래 ‘봐달라’는 외부 청탁이 들어오는 사건이 진짜 사건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끝내 삼성과 악연이 된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 검찰 수사결과 공감하나
검찰은 김 변호사의 폭로를 토대로 약 2개월 간의 수사를 통해 삼성 전ㆍ현직 임직원 150여명 명의로 개설된 차명 의심 계좌 500여개를 찾아 냈다.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 박한철 본부장은 수사 종료 브리핑에서 김 변호사 진술의 골격은 맞다고 밝혔다. 이로써 애초 김 변호사가 폭로했던 내용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 부분 해소된 셈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은 그냥 넘기지 않았다. 후배 검사들은 최선을 다 했다. 검찰 일부에서는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를 압수수색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나는 삼성의 차명 지분을 알고 있는 국세청까지 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의 비자금 전체 규모가 제대로 드러나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 도입을 촉발시킨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 부분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물증이 없다’는 지적에 특검 수사에서 다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은 대선 자금 수사에서도 대통령에게 돈을 준 것을 다 말하지 않았냐고 답했다.
▲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김 변호사는 폭로의 최종 목표를 ‘삼성의 정상화’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삼성 의혹의 핵심은 사주인 ‘이씨 일가 비리’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해체를 넘어, 삼성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 되는 것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부 핵심 부처의 삼성 장학생 신화를 깨고, 모든 국가 사회가 정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특검의 관련자 처리 수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삼성은 이건희 회장보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만 보호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검 수사가 삼성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인 듯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