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미술시장은 유례없는 활황
올 한해 남가주 문화계는 그야말로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진행중인 LA카운티 박물관(LACMA)이 1억달러에 달하는 미술품들을 기부 받았으며 UCLA 해머 박물관 등도 대규모 미술품 도네이션으로 제2의 도약기를 설계하고 있다. 또한 미술시장이 유례없는 부흥기를 맞아 부동산 마켓 침체 등 전반적인 경기 부진과 상관없이 미술품 경매가격이 폭등하는 한해였다. 수많은 남가주 주류사회 문화계 뉴스 가운데 ‘2007년 베스트’ 미술·음악·공연계 소식들을 LA타임스와 함께 알아본다.
아프리카 출신 폐품활용 예술가 엘 아나추이의 작품 ‘무너지는 벽’(Crumbling Wall). UCLA 파울러 박물관 특별전에서 전시됐다.
LACMA ‘라틴 아메리카전’‘달리 특별전’등 눈길
MOCA ‘일본의 앤디 워홀’무라카미 작품전 호평
일부서 박물관 확장 위해 예술품 경매 행위 ‘눈쌀’
◆미술계
▲LACMA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 등 올해 LA카운티 미술관에서 열린 수많은 전시회 가운데 LA타임스는 300여년의 라틴 미술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라틴 아메리카 미술전’(The arts in Latin America)을 올해의 베스트 전시회로 선정했다.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에 걸쳐 실시된 이번 전시회는 유럽에 의해 ‘신세계’가 발견된 1492년에서 독립국가들이 태동을 시작한 1820년까지의 기간에 제작된 회화, 조각, 가구, 금은 미술품, 섬유작품 등 250여점이 선보여 라티노 이웃들의 아름다운 뿌리를 일깨워줬다.
멕시코와 중미,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등 국가의 경계가 없이 기획된 이 전시회는 식민지시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목격되는 예술적인 차이와 공통점을 새롭고 통합적 문맥에서 탐구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LA타임스의 평이다.
LA타임스는 특히 LA가 미국 라티노 문화의 수도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시회는 예술적인 중요성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정치적인 요소에서도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덧붙였다.
LACMA ‘라틴 아메리카 미술전’에서 전시된 ‘양치는 성녀’ 1780년 작품이다.
▲MOCA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앤디 워홀’ 무라카미 타카시(Takashi Murakami) 특별전과 페미니즘 미술전 ‘왝!’(WACK! Art and the Feminist Revolution)이 LA카운티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최고의 전시회로 선정됐다.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팝 아티스트로 꼽히는 무라카미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를 지칭하는 ‘오쿠타’의 선두주자로 에도시대의 전통을 미국 팝아트의 경향에 담아, 내놓는 작품마다 센세이셔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니메이션 페인팅은 물론 여러 가지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조각 그리고 그가 처음 제작한 만화영화도 소개되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망가’(mangas) 즉 만화세대에 태어난 그의 작품세계를 통해 복잡함과 다양성, 그리고 반대와 모순이 빗어진 현대사회의 모습이 표현되고 있다.
‘여성이란 누구인가?’ ‘남성이 보는 여성은?’ 등 주제로 열린 ‘왝!’ 전시회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여류 화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에 관계된 작업을 한 남성 작가들의 작품 등을 망라하면서 여성과 예술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정치적 사회적 유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뜻 깊은 전시회였다는 평을 받았다.
MOCA의 페미니즘 미술전 ‘왝!’에 출품된 헬레나 알마이다의 ‘픽투라 하비타다.’
▲기타 미술계 베스트
LA타임스는 또한 UCLA 파울러 박물관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폐품활용 예술가 엘 아나추이의 특별전, 게티센터의 클리블랜드 박물관 예술품 초대전, 오렌지카운티 미술관의 ‘쿨의 탄생: 캘리포니아 예술, 문화 그리고 디자인’(Birth of the Cool: California Art, Culture and Design) 등의 전시회를 2007년 베스트로 꼽았다.
또한 끝없이 치솟아 오르는 미술시장의 경매 가격, 그리고 버펄로 올브라이트-나츠 박물관 등 미국의 주요 미술관들이 미술품의 가격이 높아지자 이들 예술품들을 박물관 확장 등의 이유로 경매에 판매하는 행위 등을 올해 최악(worst)의 아트 뉴스로 선정했다.
MOCA에서는 ‘일본의 앤디 워홀’ 무라카미 타카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두다멜, LA필 지휘봉’ 음악계 탑뉴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상임지휘자 토마스
22년만에 할리웃보울
OC 퍼포밍 아츠센터
‘폴 포 댄스’등으로
댄스공연의 중심 확인
◆클래식 음악계
▲LA 필하모닉
올해 최고의 클래식 음악계 뉴스는 단연 LA 필의 상임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의 후임으로 오는 2009년부터 베네수엘라의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필의 새로운 지휘자로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곱슬머리 베이비 페이스’라는 별명이 붙은 올해 26세의 두다멜의 이번 임명은 LA 필은 새롭고 진취적인 것을 두려움 없이 취한다는 악단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살로넨이 지난 1992년 34세의 젊은 나이로 LA 필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면서 과감하게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 같이 두다멜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LA 필을 역동적이고 모험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9년부터 상임지휘자로 LA 필을 이끌어나갈 베네수엘라 출신의 구스타보 두다멜.
▲할리웃 보울
본보의 한인 음악축제 등을 포함해 100여개의 공연이 열린 할리웃 보울의 2007년 베스트로는 22년만에 할리웃 보울을 찾아온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이클 틸슨 토마스 상임지휘자가 LA 필을 객원 지휘한 지난 8월2일의 공연이 선정됐다.
미국의 거장 코플랜드와 거쉰의 곡이 연주된 이날 공연에는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 할리웃의 유명 배우 고 바이달이 링컨 대통령의 연설들을 낭독하는 이벤트가 연주에 포함되어 있었다.
▲기타 클래식계 베스트
LA타임스는 올해의 클래식 CD로 스탁하우센(Stockhausen)의 ‘스팀멍’(Stimmung)을 선정했으며 올해의 클래식 책자로 알렉스 로스의 20세기의 음악을 주제로 한 ‘레스트 이스 노이즈’(The Rest Is Noise)를 뽑았다.
올해의 최악 클래식 음악관련 상품으로 LA타임스는 고전음악의 역사를 DVD와 CD 그리고 안내 책자 등으로 펴낸 ‘클래식칼 데스티네이션’(Classical Destinations)을 꼽았다. LA타임스는 이 상품이 내용은 없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졸작이라고 꼬집었다.
◆댄스
▲OC 퍼포밍 아츠센터
이곳에서 열린 ‘폴 포 댄스’(Fall for Dance) 행사를 비롯해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베니스의 죽음’(Death in Venice) 등의 공연이 올해 최고의 댄스 이벤트로 선정됐다.
특히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폴 포 댄스’ 스케줄에서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아르헨티나의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예술단의 공연과 뉴욕 무용계를 대표하는 앨빈 아일리 아메리칸 무용단의 퍼포먼스, ‘키로프 발레단’ 수석무용수 다이애나 비시네바의 무대 등이 포함되어 있어 오렌지카운티 퍼포밍 아츠센터가 남가주 댄스 공연문화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OC 퍼포밍 아츠센터에서 공연된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의 ‘베니스의 죽음.’
▲UCLA
UCLA 로이스 홀에서 열린 ‘발레 플라멩코 사라 바라스’(Ballet Flamenco Sara Baras)와 인디아 전통 댄스와 프랑스의 발레가 혼합한 휴전 댄스 아크람 카난드(Akram Khanand)의 세이크리드 몬스터스‘(Sacred Monsters)가 올해의 주목할 댄스 공연에 선정됐다.
사라 바라스 공연은 스페인의 고전 댄스가 현대판 그랜드 스케일 스타일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하고 세이크리드 몬스터는 상반되는 댄스 문화가 합쳐져서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율동이 태어났다고 LA타임스는 평하고 있다.
UCLA에서 열린 ‘발레 플라멩코 사라 바라스.’
▲기타 댄스 공연
뮤직센터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열린 재플리 발레(The Joffrey Ballet)의 ‘듀스 쿠프’(Deuce Coupe), LA 각 지역에서 순회 공연된 LA 발레의 아폴로 등이 올해 최고의 공연들 중 하나로 선정됐다.
올해 최악의 공연은 OC 퍼포밍 아츠센터에서 공연된 잠자는 숲속의 공주(Sleeping Beauty). LA타임스는 엄청난 예산을 들인 이번 클래식 공연을 중간 실력의 댄서들이 망쳐놓았다고 실망을 표시했다.
◆뮤지컬·연극
올해의 최고 뮤지컬·연극으로는 UCLA 프레드 플레이하우스 라이브에서 공연된 ‘블랙 와치’(Black Watch), 패사디나 플레이하우스에서 막이 오른 ‘캔-캔’(Can-Can) 그리고 데이빗 헨리 황 디어터의 ‘두랑고’(Durango) 등이 선정됐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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