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귀한 손님 앞에서 방귀를 뀌게 된 어린아이 엄마가 민망한 나머지 “얘가 배가 아픈가봅니다. 방귀를 자주 뀌네요”하고 둘러댔더니 어린아이 대답이 “엄마는 내 배가 아프면 방귀를 뀌나요” 했더란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에서 체면을 차리기 위해 나온 말이겠으나 거짓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짓말에 색깔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미국사람들이 흰 거짓말(white lie)이란 표현은 악의가 없이 하는 가벼운 거짓말을 가리킨다. 그런가하면 고의로 남을 속이고 자기 이익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우리나라 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어떤 부도덕한 남자가 에이즈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결혼할 입장도 아니고 결혼할 의도도 전혀 없으면서 청순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기 위해 “나는 숫총각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니까 결혼해주십시오”라고 감언이설로 꼬이는 것은 정말로 악질적인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거짓말 하는 방법이나 태도를 어른들로부터 배운다. 예를 들면 반갑지 않은 친지로부터 전화가 올 때 엄마나 아빠가 “나 없다고 해라”고 아이에게 시키면 처음에는 “집에 안 계시다고 얘기하래요”라고 이실직고 하던 아이가 차츰 거짓말하는 습관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소위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젯밤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내려와서 두고 갔다는 부모의 말도 아이들이 자라감에 따라 거짓말로 판명되니까 거짓말은 해도 괜찮은 것이다 라고 아이들이 생각하게 된다.
거짓말의 결과는 심각하다. 우선 거짓말 잘 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불신을 당하게 된다. 돈 빌려간 사람이 금년 말까지는 꼭 갚겠노라고 철석같이 약속해놓고는 한 달만 기다려달라고 그 이듬해 연말까지 안 갚으면서도 계속 거짓말을 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당한 사람이 느끼는 배신감과 손해는 엄청나다. 에이즈 환자임을 속인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자신이 에이즈 환자가 되었음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참담함은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또 거짓말 하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처벌을 생각해볼 수 있다. 홈런을 766개 날려 행크 아론의 기록을 깨트린 배리 본즈의 예를 들면 그의 비교적 날렵하던 몸매가 굻어져 홈런 기록을 매해 갱신한 것이 스테로이드(지방용해성화합물)의 사용으로 세운 기록인 것인가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해왔지만 그가 정작 기소당한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즉 약 4년 전 연방 대배심원에서 그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었는지를 조사했을 때 한 증언이 위증이었다는 혐의다. 그가 변호사도 대동할 수 없는 대배심원 심리에서 네 가지 거짓 증언을 했고 또 사법 절차를 방해했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최장 형기가 30년 가까이도 될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일생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해 정직하게 대답했던들 홈런왕이라는 칭호는 못 받았을지라도 감옥행을 걱정하는 일이야 없었을 것이다. 하기는 홈런왕이라는 기록도 별표가 붙어 궁색한 설명이 뒤따를 터이니까 망신도 개망신이다.
올림픽 단거리 금메달리스트 마리온 존스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도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경주에서 이긴 것인가를 조사하는 연방 정부요원들에게 세 번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유죄를 자인하고 선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올림픽 메달들을 돌려주었음은 물론이다.
우리가 연방 정부에 내는 서류들, 예를 들면 세금보고서나 이민관계 신청서들 끝에는 “나는 이 서류의 내용이 내가 아는 한 모두 사실임을 서약하는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있다. 따라서 그런 서류에 거짓말을 섞어 넣었다면 연방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고 유죄판결을 받으면 형기와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양심을 위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잠자리가 편해진다. 또 하나님의 심판을 믿는 사람들은 더욱 거짓을 멀리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흉악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행음자들과 술객들과 우상숭배자들과 모든 거짓말 하는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참예하리니 이것이 둘째 사망이라”(계시록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