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정책은 `이념→실용’으로 변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조준형 기자 = 이명박 시대 한국 외교는 큰 틀에서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한 `실용외교’를 추구하게 될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20일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하겠다고 언급, 이념과 명분의 외교 보다는 국익에 기반한 실리외교를 추구할 것임을 예고했다.
당선자가 지향하는 실리 외교는 한미 동맹의 강화,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핵 해결 추구, 대일 관계 개선 및 협력 강화 등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실리외교 및 한미동맹 강화 지향 = 이 당선자는 지난 2월 외신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구상하는 `한국 외교의 7대 과제와 원칙’(MB 독트린)을 소개하면서 국익에 바탕한 실리외교,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 바 `자주외교’의 대의 속에 미국과 보다 대등한 관계를 추구하고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기하며 대 미국, 대 중국 외교 사이에서 균형 유지를 추구했던 현 정부 초기의 외교 노선과 대별되는 길을 상정한 것이다.
현 정부 초기 자주적 외교노선이 명분과 당위성 면에서 평가받을 부분이 있었음에도 미국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야기하고 한미관계가 실제보다 나빠진 듯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상기하면서 명분 대신 실리, `대등한 동맹’보다는 `동맹 강화’를 한미 관계의 키워드로 삼겠다는 것이 이 당선자의 기본 외교 노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노선이 정책으로 집행되면 현 정부 초반의 `탈선’ 우려를 딛고 정상 궤도로 복귀한 한미 관계는 더욱 부드러워지고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한.미 외교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2년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북핵 해결과정에서의 공조, 주한 미군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을 계기로 현 정부 초기에 불거졌던 앙금은 거의 해소됐고 민감한 동맹 이슈들도 대부분 매듭지어졌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런 만큼 이명박 정부는 `FTA 비준’,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 등으로 한미관계를 `업그레이드’ 하는 한편 신뢰에 바탕, `크게 주고 크게 받는’ 한.미 관계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관계 개선이 키워드될 대 아시아 외교 =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외교를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그의 대 아시아 외교 구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여부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일 외교에서도 역시 `명분’ 보다는 `실용’을 앞세우며 최근 수년간 교과서 왜곡.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삐걱거렸던 양국 관계의 개선을 도모하고 경제 분야의 협력 강화를 추구할 전망이다.
다만 한일 관계에 걸린 국민감정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에 역사.독도 등 문제에서 원칙적 입장은 천명하면서도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와의 무역량 측면에서 독보적 1위인 중국과는 현재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 강화.발전을 지향하면서 경제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공조 통한 북핵 해결 추구 = 이 당선자는 핵심 공약인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라도 한국의 국제 신인도와 투자환경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칠 북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외교력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방법은 상황에 따라 현 정부와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북핵 6자회담 프로세스가 북.미 양자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제 공조를 중시하고 북.미 간 원활한 대화가 되도록 협력하겠다는 당선자의 언급은 새 정부 출범 후 북핵 외교 정책의 큰 줄기가 변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일단 해석됐다.
하지만 비핵화를 남북 협력 진전의 전제로 삼고 있는 이 당선자의 입장으로 미뤄 6자회담 교착이 장기화할 경우 작년 핵실험 국면에서 현 정부가 보였던 것과는 다른 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남북관계를 강조하며 미.일 중심의 대북 압박외교와 분명히 선을 그었던 현 정부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북핵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거의 형해화된 북핵 관련 한.미.일 3각 공조가 복원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당선자는 21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가진 첫 전화통화에서 6자회담을 통한 일본의 북핵폐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해 납북자 문제 우선 해결 원칙 고수로 회담 참가국들에 미운털이 박힌 일본의 입장을 세워 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당선자가 펼쳐 나갈 국방 및 안보정책의 기조는 정치적 가치인 ‘이념’보다는 ‘실용 및 효율성’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놓은 외교안보분야 공약을 볼 때 자주 또는 이념보다는 실용성이나 효율성, 기업가적인 마인드가 적용된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차두현 박사는 23일 차기정부는 이명박 당선자의 외교안보 7대 독트린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용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실용이라는 키워드가 외교.국방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실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호이익 추구하는 한미동맹 추구 =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동맹 군사구조 전환 작업과 관련,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을 근원적으로 바꾸지 않는 대신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당선자도 그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간 ‘마스터플랜’을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안보전문가는 이 당선자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등 미국을 중시하는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며 한미관계에서도 미국과 사전협의 또는 긴밀한 협조관계를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최종목표에 대한 양국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각 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차기정부는 이런 논의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차 박사는 이 당선자는 한.미 정부 간의 신뢰가 상당히 약화했다고 인식한다며 무엇이 진정으로 양국의 상호이익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체제인가를 앞으로 미측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012년 4월 한국으로 이양되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양 합의 자체를 파기하는 것보다는 이양시기 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차 박사는 주장했다.
KIDA 김태우 박사도 차기정부가 전작권 이양 문제를 재협상하길 원할 수도 있지만 미측에서 재협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며 전작권 분리(이양)를 인정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이양시기 등을)보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실질적 신뢰구축 위한 압박 가능성 = 군사신뢰구축 문제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군사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대북 압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북 군사신뢰구축 문제가 참여정부에서는 경제협력사업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었지만 차기정부는 북한이 실질적인 신뢰조치에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547명의 국군포로 송환 및 생사확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추후 남북회담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이 당선자는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이를 촉구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불인정’ 논리를 수용하거나 NLL을 양보하는 쪽으로 해상불가침경계선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KIDA 백승주 박사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뤄 나갈지를 놓고 미국과 긴밀히 조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대북정책이 한미동맹에 예속돼 자주성을 상실하는 쪽으로 회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북정책 분야에서 참여정부의 장점은 자주성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시도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라며 비록 이 과정에서 미측과 이견은 있었지만 실험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고강도 `軍 살빼기’ 예견 = 국방개혁과 관련해서는 고강도의 자구책으로 ‘군(軍) 살빼기’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단하고 있다.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 미래형 최첨단 정예강군 육성을 위한 국방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대신 예산 집행의 효율성 및 적정성을 따지고 이에 못지않은 자기 쇄신 노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차두현 박사는 안정적인 국방대비태세를 위해 국방예산의 안정적인 확보에 중요성을 두겠지만 주어진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느냐를 따질 것이라며 기업가적인 마인드가 두드러져 예산 집행 관행 및 조직체계상의 자기 쇄신 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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