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브라크의 유화 ‘콘서트’.
피카소·자코메티·클레 등
유명작가 작품 130점 기부돼
1월 13일부터 첫 일반공개
LA카운티 뮤지엄(LACMA)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100여점이 기부되면서 현재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업그레이드 하려는 LACMA의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됐다.
LA의 제니스와 헨리 라자로프 부부는 LACMA에 최근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20점, 7점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그림과 조각 1점 등 현대미술사에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 130점을 기부했다. 이번에 기부된 작품들 중에는 피카소 외에도 드가, 피사로, 헨리 무어, 바실리 칸딘스키 등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값어치로 따지면 1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LACMA의 개인 기부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인데 연필화, 수채화, 콜라주와 조각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 중에서 자코메티의 청동조각 작품 ‘앉아 있는 여인’, 브랑쿠시의 ‘공간의 새’의 2번째 버전 또한 들어 있다.
LACMA의 마이클 그로반 관장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술관 예산으로는 도저히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없는 작품들을 전달받게 됐다”며 “기부된 작품들 덕분에 라크마가 부족한 현대 미술 작품들이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라크마의 확장 공사로 신축되는 ‘브로드 현대 미술관’과 ‘아만슨 빌딩’ 등에 오는 2월 중순부터 전시될 예정인 이번에 기부된 작품들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본다.
▲피카소-‘여인의 두상, 재클린’ (Head of Woman, Jacqueline, 1961~1962년)
높이가 1미터가 넘는 대작으로 피카소의 솔직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표현과 고뇌, 영감의 원천이었던 여인, 그리고 사색 등 인간적인 면모를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1961년부터 제작된 ‘재클린’을 모델로 한 4개의 작품 중 하나인데 이번에 기부된 작품에는 같은 모델을 사용해 1970년 제작된 ‘여인의 두상, 프로파일’(Head of Woman in Profile)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얼굴을 정면에서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옆모습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매킨토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디자인 로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피카소의 방법을 응용한 것이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 이번에 기부되는 피카소의 작품은 모두 20점이다. 이 중 7개 작품이 여성의 초상화들인데, 대부분의 그와 사랑을 나눴던 여인들을 모델로 한 작품들이다. 그의 첫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모델로 한 1906년도 작품과 1930년대 초반 부인과 헤어지고 파리로 돌아가 유고 태생의 사진작가 도라 마르와 살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모델로 그린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 ‘모자 쓴 여인의 두상’ 등의 작품들도 이번 컬렉션에 포함됐다.
피카소의 ‘여인의 두상, 재클린’.
미흡했던 현대미술 분야
눈부시게 업그레이드
▲알베르토 자코메티-‘대형 앉아 있는 여자, 아네트’(Large Seated Woman, Annette, 1958년)
피카소,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 미술사에 우뚝 선 예술가로 꼽히고 있는 자코메티는 조각, 페인팅, 드로잉에서 찬란한 ‘오리지널리티’를 표현한 몇 명 안 되는 위대한 예술가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 중 여위고 수척한 주제나 앙상한 형태의 인물상들은 세계 제2차 대전의 비극과 포로 수용소의 공포를 대변한 것들이다. 이번에 기부되는 ‘앉아 있는 여자’ 역시 2차 대전을 주제로 하고 있다. 여위고 부자연스럽게 긴 얼굴. 철창에 갇히거나 덫의 공간에 스스로 갇혀 버린 듯 한 모습은 마치 캡슐에 갇혀 부셔지거나 깨지기 쉬운 인간 본연의 기본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이 청동상은 높이만도 3피트에 가깝다. 응축되어 거의 철사처럼 된 인체, 거칠거칠하고 우툴두툴한 피부 등, 특히 전후세계의 상황 속에서 인체의 실존적 표현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작품이다. 만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의 모델인 아내 아네트의 얼굴에 인류의 고뇌와 작가가 지니고 있던 표현의 고뇌 그 자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자코메티의 ‘대형 앉아 있는 여자, 아네트’.
▲칸딘스키-‘멜로디어스’(Melodious, 1924년)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의 작품 세계가 적절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20세기 미술에 있어 독보적인 정신의 모험을 이끌어 온 천재중의 한명으로 손꼽히는 칸딘스키는 미술도 음악처럼 점, 선, 면 등과 같은 순수한 조형 요소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음악파’ 라는 별칭도 갖게 되었다.
이 작품도 제목처럼 그의 음악적 요소가 깊이 표현되어 있는 예술품이다. 칸딘스키는 이 작품 등을 통해 배경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형태들도 충만 된 상징성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이론을 발달시켰다.
칸딘스키의 ‘멜로디어스’.
▲폴 클레-‘풍경의 움직임’(Motion of a Landscape, 1914년)
아이들의 작화처럼 클레의 작품 속에는 소박하고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 작품 역시 정묘한 선과 부드러운 색조를 사용함으로써 20세기의 환상예술에 독자적인 경지를 열었던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다.
블라우 라이터(Blaue Reiter) 그룹과 유명 미술학교 바우하우스 등을 통해 마르케, 칸딘스키, 마르크 등과 친분을 쌓은 그는 칸딘스키와 유사하게 음악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작품 세계 역시 음악적 표현이 짙은데 이 작품은 그런 그의 예술 세계를 잘 전달하고 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일종의 준비과정으로 아침마다 ‘바흐’를 연주했던 음악적 감수성 탓인지 크고 작은 형태의 규칙적인 반복으로 변주를 하여 시각적인 율동을 불러일으키는 ‘푸가(fuga)식 무늬와 배열’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폴 클레의 ‘풍경의 움직임’.
▲피사로-‘뿌이유로 가는 길’(The Path to les Pouilleux, 1881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인상파 화가인 피사로의 초기 걸작이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빨강 지붕’과 함께 피사로만의 특유한 풍경화 기법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이번에 기부되는 피사로의 작품은 모두 3점인데 이 작품 외에도 영국의 설경을 그린 풍경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피사로의 ‘뿌이유로 가는 길’.
▲브랑쿠시-‘창공의 새’(Bird in Space, 1927년)
현대 조각미술의 거장 브랑쿠시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자연의 미를 그대로 살린 이 청동 작품은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기부되는 ‘창공의 새’ 작품은 사상 처음으로 박물관에서 전시된다.
브랑쿠시의 ‘창공의 새’.
◆기타 작품들 및 전시 안내
이번에 기부되는 총 130점의 작품 중에는 조르주 브라크의 유화 ‘콘서트’(1937년), 드가의 ‘댄서’(1898년)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작품 중 80여점은 ‘브로드 현대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에 내년 1월13일부터 일반에게 첫 공개 된다.
주소 및 문의: LACMA, 5905 Wilshire BL. LA, CA 90036, (323)857-6000, lacma.org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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