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하드’(Walk Hard) ★★★½(5개 만점)
‘배꼽 조심’… 모든 음악 전기영화 풍자극
실제로 노래를 잘 부르는 못 생긴 존 C. 라일리(‘시카고’)가 신나게 연기하고 노래 부르는 모든 음악 전기영화의 풍자극으로 포복절도할 정도로 우습고 재미있다. 특히 노래들이 복고풍 록뮤직처럼 친근감이 있어 좋은데 주인공 듀이 칵스(영화 내내 이 성의 발음이 농담으로 사용된다)의 10대 초반 삶에서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의 긴 세월을 통해 컨트리, 록, 블루스, 디스코 및 랩 등 전 장르의 음악을 풍자하고 있다. 아이가 신나서 장난치듯 활기차고 악의가 없는 영화로 다소 터무니없고 어리석고 또 얘기가 더러 삽화식이긴 하지만 눈과 귀를 충분히 즐겁게 해 줄 폭소탄 뮤지컬이다.
어릴 때 본의 아니게 음악천재 형을 두 동강내 저 세상으로 보낸 시골농부의 천덕꾸러기 아들 듀이 칵스는 우연한 기회에 기타를 집어 들며 가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흑인 댄스클럽 청소부로 일하다가 무대에 서게 되면서 노래 실력을 보인 듀이는 보수 유대교 신자인 레코드회사 간부들의 눈에 띄어 대뜸 빅 스타가 된다. 여기서부터 듀이는 순회공연과 레코드 취입으로 미 팝음악계의 수퍼스타가 된다. 그리고 프레슬리나 레이 찰스처럼 듀이도 섹스와 드럭에 탐닉한다. 그의 첫 부인은 고향의 첫 애인으로 둘은 10대 때 결혼해 아이들을 계속해 낳는다.
그의 둘째 아내가 된 여자는 듀이의 백업가수 달린(제나 피셔). 그러나 듀이는 처음에는 육탄공격을 해오는 달린을 양심상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사양한다. 둘이 맺어지는 것은 한참 후.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듀이가 인도에 가서 비틀즈를 만나는 장면. 잭 블랙 등이 비틀즈역을 맡았는데 폭소가 터져 나온다. 라일리의 창법이 로이 오비슨을 그대로 흉내 냈다. R. 전지역.
‘로맨스와 담배’(Romance & Cigarettes) ★★★½
남자가 꼭 해야 할 두 가지는…
뉴욕에 사는 철강 노동자와 그의 아내와 그의 섹스광 정부와 이들을 둘러싼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이 엮는 상스럽고 야하고 활기찬 뮤지컬로 사랑과 가족과 성실에 관한 멜로드라마이자 송가다. 배우 존 투투로가 감독하고 올스타 캐스트가 나와 싸우고 사랑하고 울고 불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획기적이요 모험적인 작품. 탐 존스, 엥겔버트 험퍼딩크, 재니스 조플린,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의 유행가에 맞춰 배우들이 노래 부르는데 가사가 영화 내용을 반영한다.
장성한 세 딸과 줄담배를 태우는 무뚝뚝한 철강노동자 남편 닉(제임스 갠돌피니)을 돌보노라 고생이 막심한 키티(수전 서랜든)가 안방을 청소하다가 남편이 정부에게 쓴 야한 내용의 편지를 발견한다. 이 정부는 입 걸고 섹스에 굶주린 빨강머리 영국 여자 툴라(케이트 윈슬렛)인데 그녀의 직업은 속옷가게 점원.
이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이야기에 다양한 양념거리를 제공한다. 닉의 철강노동자 친구 앤젤로(스티브 부세미)와 닉의 막내딸의 약혼자로 터무니없는 프라이버그 그리고 키티의 사촌으로 속사포처럼 말하는 보(크리스토퍼 월큰). 보는 키티에게 닉의 정부를 찾아내 복수케 해주마고 약속한다. 영화의 무한한 창의성과 자유 활동을 여실히 증명하는 별난 작품으로 제목은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서 꼭 해야 할 두 가지를 말한다. R. 일부 지역.
‘P.S. 아이 러브 유’(P.S. I Love You) ★★½
과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죽음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의 이야기로 염치불구하고 감상적이어서 얼굴이 다 붉어진다. 로맨틱 환상영화인데 코미디 감각으로 비극적 사랑을 채색한 할러데이 시즌용. 여자들이 보면서 울다가 웃다가 할 영화.
뉴욕에 사는 일벌레 할리(힐라리 스왱크-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탄 스왱크는 아무리 봐도 로맨스 영화엔 잘 안 어울린다)는 아일랜드 여행서 만난 건장미남 제리(제라르 버틀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러나 제리는 뇌암에 걸려 사망하고 할리는 슬픔에 빠져 두문불출, 어머니(캐시 베이츠)와 두 친구(지나 거숀과 리사 쿠드로)의 속을 썩인다.
그런데 어느 날 할리 앞으로 제리가 생전에 쓴 편지가 날아든다. 편지 내용은 제리가 할리에게 자기를 잊고 새 삶을 살라고 독려하는 것. 내 물건들을 모두 처리해라, 가라오케 바에도 가고 파티에도 참석해 생을 즐겨보라는 지시. 편지는 정기적으로 날아드는데 할리는 제리의 지시에 따라 아일랜드의 시댁을 방문했다가 제리의 어릴 적 친구인 윌리엄을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한다. 이러기를 꼬박 1년 할리는 마침내 슬픔을 이기고 새 삶을 찾는데 과연 편지는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PG-13. 전지역.
중국, 할리웃 영화 상영 전격 금지
내년 2월까지, 미 정치·경제적 조치에 보복
‘인챈티드’등 검열통과 대기중인 영화도 거부
중국 당국이 느닷없이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할리웃 영화의 국내 상영을 금지시켰다. 중국이 지금까지 할리웃에 취한 조치 중 가장 가혹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번 제재는 길면 내년 5월까지 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제재가 통상 중국의 영화산업 정책을 다루고 있는 국영 필름라디오 & TV청보다 고급기관인 선정성으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1년에 20편의 외국영화만 수입하고 있는데 이번 상영금지 조치는 유독 할리웃 영화에만 적용돼 미 메이저 스튜디오들로 구성된 이익단체인 미영화협회(MPAA)를 당황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과 2월 상영 예정으로 당국의 검열통과를 대기중이던 ‘인챈티드’(Enchanted), ‘비-무비’(Bee-Movie), ‘스타더스트’ (Stardust) 및 ‘베오울프’(Beowulf) 등은 아예 당국이 시사회조차 거부하고 있다. 또 이미 검열에 통과된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의 추구’도 언제 상영될지 모르는 사정이다.
당국은 할리웃 영화 보이콧을 문서로 작성해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공식적 조치가 아님을 위장하고 있다. MAPP가 당국에 항의를 해도 관리들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최근 외신이 전했다.
전문가들의 당국의 이런 과격한 조치의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초강대국이 되어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점증하는 대립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대 대만 무기판매와 미 의회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명예 표창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둘째-최근 MPAA가 미 무역대표부에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중국의 미진한 지적 소유물 보호조치와 시장접근 봉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토록 하라고 종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셋째-자국 영화의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매년 국내 전체 극장 흥행수입의 절반을 중국 영화가 벌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올 상반기 ‘트랜스포머’와 ‘스파이더-맨3’ 등 할리웃 영화가 번 돈은 1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중국 영화는 고작 4,000만달러밖에 못 벌었다. 지난해 경우 6월에 개봉된 ‘다빈치 코드’가 3주간 빅히트를 하자 당국은 아무 이유도 없이 영화를 극장에서 철수시켰었다.
당국의 이번 할리웃 영화 상영금지 조치가 영화 성수기인 연말시즌에 취해진 것도 전 중국의 3,000개 스크린에서 중국 영화만 상영, 국내 영화계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당국은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툭하면 외국 영화(할리웃 영화가 주종을 이룬다) 상영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벌써 올해 만해도 지난 6월20일~7월11일, 7월21일~8월12일 및 9월15일~10월30일 등 세 차례나 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국은 할리웃 영화에 대해 때론 두 영화를 같은 날 개봉케 해 서로 경쟁시키기도 한다. 지난 달 12일 맷 데이몬 주연 ‘본 얼티메이텀‘과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자유롭게 살든지 모질게 죽든지’를 동시에 개봉한 것이 좋은 예다. 할리웃 영화는 보통 500개 스크린에서 개봉되는데 이 두 영화의 경우 각기 150개의 스크린에서만 개봉을 허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블럭버스터들에 대한 중국 관객의 호응은 결국 중국 영화인들을 돕게 된다”면서 “당국의 할리웃 영화 보이콧 조치는 국내 영화계에 궁극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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