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대 한국 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시대정신’이라 불렀던 경제 회생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구와 기대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다자 경선구도 속에서도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음으로써 강력히 국정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호’의 순항만을 점치기는 어렵게 만드는 숙제들이 그의 앞에 놓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통합의 리더십 보여주길
무엇보다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BBK 특검을 넘어서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검의 ‘면죄부’ 여부를 떠나 일국의 지도자라면 자신을 둘러 싼 도덕성 논란을 털고 가는 대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당선자 이명박’은 ‘후보 시절의 이명박’과 다르다. 이제 그는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절반의 국민만을 위한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큰 정치’를 펴기 원한다면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제퍼슨은 현직인 잔 아담스에 도전해 우여곡절 끝에 연방하원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 대선으로 미국은 연방주의자들과 공화주의자들로 두 동강 났다. 그는 역사에 남은 유명한 취임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공화주의자들이다. 또 우리 모두는 연방주의자들이다.”
대선과정에서의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됨을 역설한 제퍼슨은 대통령 재임시 강한 미국의 초석을 다져 놓았다. 이명박 당선자에게도 계층 간 격차, 그리고 이념 등으로 날로 양극화 되어 가는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어가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할 소명이 주어졌다고 하겠다. 그 통합의 틀 속에 700만 재외 한인들도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글로벌에 걸 맞는 경제정책
이를 위해 몇 가지 당선자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 앞에 했던 경제성장 공약을 충실하게 실천했으면 한다. 유권자들의 경제 성장에의 갈급함과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그의 허물을 감싸주었다. 당선자는 이런 유권자의 기대를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통한 성장으로 보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한국경제의 회생은 모국과 정서적·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기 정부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유연한 사고와 정책을 통해 재외 한인사회와 한국간의 경제적 흐름을 더욱 활성화 하고 촉진해 나가야 하리라고 본다.
건강한 한미관계 정립
또 재외 한인들이 모국에 더할 수 없이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음은 이들의 경제적·인적 기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런 기여를 더욱 장려할 수 있도록 이에 걸 맞는 법적인 제도와 규정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게 될 차기정부는 재외 한인들의 재산권과 참정권, 그리고 국적 문제를 ‘한국과 재외 한인사회의 상생’이라는 한층 더 전향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미주 한인사회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한미관계’이다. 지난 몇 년간 한미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미주 한인들은 가슴 졸이며 이를 지켜봐야 했다. 한미관계는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200만 한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쪼록 이명박 당선자는 ‘국익’과 ‘자존심’이 균형 잡힌, 건강하면서도 우호적인 양국관계 정립을 통해 미주 한인사회의 자부심을 되살려 주기 바란다.
한인사회 한목소리 내야
이제 대선잔치는 끝났다. 미주 한인사회도 대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고 담담하게 수용해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분열과 이견은 뒤로 할 때다. 여전히 반목하고 분열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많은 현안들이 앞에 놓여 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미주한인사회 현안과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제 그가 약속을 지키도록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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