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끔찍한 숫자다. 미국에서 매일 총에 맞아 죽는 사람들의 수가 82명 이상이다. 자살과 집안에 둔 총을 만지다가 죽는 어린아이들 등 사고사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타살인데 매년 총기 희생자들의 숫자가 3만 명이 넘고 심한 부상을 당해 말 못할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6만5,000명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비극이며 오명이다.
이라크 전쟁이 최악으로 전개되는 금년 상반부의 미군 희생자들 수가 한 달에 80명 내외였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버지니아 텍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한인 학생의 광란으로 32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도 반자동 소총의 연발 탄창 역할이 컸다.
법원을 포함한 관공서와 비행장 등 시설이야 무기 검색대를 설치해서 어느 정도 총기 범죄를 예방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진리탐구의 전당으로 만인에게 문이 열려져있어야 할 대학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해야 영업이 되는 샤핑 센터나 몰, 그리고 누구에게나 환영의 손길을 보내야하는 교회 등은 그 존립 목적 자체가 무기 검색과는 거리가 먼 장소들이라서 거의 무방비상태다. 두어 주 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시의 어떤 샤핑 몰에서도 정신질환이 있던 19세의 청년이 반자동 소총을 코트 안에 감추고 백화점에 들어가 점원들과 고객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서 여섯 명을 살해하고 자살하는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아 6분 후에 긴급 출동한 경찰은 그야말로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지난 주말 콜로라도 주 두 군데서 있었던 24세의 범인이 저지른 4명의 살해 사건도 그냥 권총이 아니라 반자동 소총이 사용된 사건이다. 덴버 부근의 선교사 양성소에 들이닥쳐 직원 두 명을 살해한 범인은 80 마일 떨어진 콜로라도스프링스 부근에 있는 신도 1만여 명의 ‘새 생명’ 대형교회로 가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우선 파킹장에 있던 10대 자매 둘을 살해하고 그들의 아버지를 부상시킨 후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담임 목사의 경호원으로 자원봉사를 하던 진 아삼 이라는 전직 여성 경찰관이 옷 속에 소지하고 있던 권총으로 범인을 쏘아 쓰러트린 결과 범인 자신이 자살을 감행함으로써 일단락이 되었지만 범인이 가지고 있던 1,000여 발 이상의 총탄으로 보아 아삼 여사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수백 명의 사상자들이 생기는 비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대형교회들이 은밀히 경호원들을 고용하여 신도들 사이에 섞여있게 할 필요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미국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공화·민주 양당의 예비후보자들이 민간인들의 무기 소유를 금지하기는커녕 제한해야 된다는 정도의 당위성을 역설하거나 무기 규제를 정책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200만 이상의 회원을 가지고 있어 흔히 미국의 최강 로비로 불리는 연방소총협회(NRA)의 반대를 받아 자기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지장이 있거나 대선 자체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실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총기 규제에 관한 미국 사람들의 무관심은 서부개척시대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는 외국 이민자들에게는 불가사의다. 링컨, 가필드,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과 마틴 루터 킹 박사의 암살 등 총격에 희생된 지도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매일매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권총강도 등의 흉악범죄에도 불구하고 연방 의회와 주 의회들의 대응은 거의 있으나 마나의 수준이었다. 보통사람들이 살 수 있는 탄환이 경찰관의 방탄복을 뚫을 수 있게끔 강력해야 되는 이유나 왜 보통사람들이 다발총 같은 것을 집안에 두고 있어야 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총기 규제를 제창하는 용기있는 정치인들이 출마하면 NRA가 극성을 부려 떨어트린다. 정신병자들이나 전과자들은 총기를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집안 식구들의 무기에 손을 댈 수 있는 이상 별무효과다.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미국 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듯한 생각이 든다면 과잉반응일까.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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