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이 메이저리그 불법약물 복용실태를 조사한 미첼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로저 클레멘스는 이번 미첼 리포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스타가 됐다.
클레멘스도, 본즈도, 간예도…
MLB 불법약물 실태 파헤친 미첼 리포트 발표
7회 사이영상 수상 클레멘스 최대 타격
리그 MVP 수상자도 7명이나 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뿌리 깊은 약물사용 의혹을 파헤친 미첼 리포트가 13일 공개됐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합성 스테로이트와 인간성장호르몬(HGH)을 사용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실명이 대거 포함된 이번 리포트에는 사이영상 7회 수상자인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의 이름도 끼어있었다. 물론 이미 대표적인 약물복용 케이스로 꼽히는 ‘홈런왕’ 배리 본즈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바로 하루 전날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된 전 아메리칸리그 MVP 미겔 테하다와 양키스의 베테랑 피처이자 클레멘스의 절친한 친구인 앤디 페팃의 이름도 포함됐다. 이날 보고서에 이름이 언급된 전 현 메이저리거의 수는 80명이 넘었다. 메이저리그는 이제 사상 최악의 약물스캔들과 정면으로 싸우게 됐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실릭의 의뢰를 받고 전 연방상원의원이자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를 지낸 조지 미첼이 이끄는 팀이 지난 20개월에 걸쳐 광범위하게 메이저리거들의 약물사용 실태를 파헤쳐 작성한 이날 보고서는 비상한 관심 가운데 미 전역에 TV로 기자회견이 생중계되며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서 약물복용 혐의가 드러난 선수의 수는 80여명이 넘었고 이 가운데는 리그 MVP로 선정된 선수도 7명이나 됐다. 본즈와 클레멘스, 페팃, 테하다 외에 이름이 거론된 현역선수들은 에릭 간예, 폴 로두카, 게리 셰필드, 트로이 글로스, 게리 매튜스 주니어, 폴 버드, 호세 기옌, 브라이언 로버츠, 제이슨 지암비, 릭 앤킬, 마이크 스탠튼, 스캇 숀와이스, 론 벌론,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 등이 있고 이미 은퇴한 선수들로는 라파엘 팔메로, 케빈 브라운, 버니토 산티아고, 레니 다익스트라, 척 나블락, 데이빗 저스티스, 모 본, 터드 헌들리 등이 언급됐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사이영상 7회 수상자인 클레멘스. 그의 이름은 무려 9페이지에 걸쳐 82번이나 언급돼 103회나 이름이 언급된 본즈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본즈는 이미 약물복용 여부와 관련한 연방대배심 위증과 재판방해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상황이어서 이것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최대 타격을 입은 선수는 단연 클레멘스라고 할 수 있었다.
클레멘스에 대한 보고서 내용의 대부분은 전 양키스의 체력단련 코치인 브라이언 맥나미의 증언에 토대된 것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맥나미는 1998년 시즌이 끝난 뒤 클레멘스에 ‘윈스톨(Winstol)’이라는 약물을 주사한 뒤 그의 퍼포먼스와 놀라운 향상을 보였다고 증언했고 클레멘스는 맥나미에게 “스테로이드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레멘스 이름 82회나 언급
미첼 리포트 발표
맥나미는 클레멘스가 2000년 시즌에도 스테로이드 사용의사를 밝혀 정규시즌 후반기에 엉덩이에 4~6차례 ‘Sustanon 250’이나 ‘Deca-Durabolin’이라는 레이블의 남성호르몬을 주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레멘스의 변호인인 러스티 하딘은 “이 보고서에 로저(클레멘스)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매우 불공정한 일”이라며 “그는 이제 완전히 허위혐의에 대해 자신을 방어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어떤 혐의로도 기소된 바 없고 앞으로도 기소되지 않겠지만 이 보고서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여론재판을 받게 됐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입증할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며 맥나미를 ‘문제가 있는 사람(Troubled man)’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미첼보고서는 “기량 향상용 약물의 불법사용은 게임의 순수성에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특히 이런 약물의 광범위한 사용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정직한 선수들에게 큰 불이익을 안겨주고 야구기록들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의 실릭 커미셔너는 “문제가 있다면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 보고서는 우리에게 행동이 필요함을 요청하고 있고 나는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곧 이 문제에 대한 사후처리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이번 일로 징계의 파장이 크게 몰아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본즈와 같은 특수한 케이스도 있지만 보고서에 등장한 대부분 케이스는 약물테스팅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3년 이전에 발생한 것이었고 미첼 자신도 가장 지독한 케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 실릭은 징계 결정은 케이스별로 신속하게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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