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월1일자로 쓴 친서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악의 축’(Axis of Evil), ‘강제수용소의 폭군’(Tyrant with Concentration Camp), ‘난쟁이’(Pygmy), ‘식탁 위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 at a Dinner Table),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정권’(Regime with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이라고 악평했던 김정일에게 ‘사랑하는 위원장님에게’(Dear Mr. Chairman)라는 경칭까지 붙이며 편지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조지 W 부시’(Sincerely, George W. Bush)라고 적고 친필 사인을 해서 정중하게 편지를 보낸 목적은 무엇일까.
편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서 알 길이 없지만 백악관 고위관리는 편지에서 부시가 적어도 3가지의 요점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북한이 개발한 핵폭탄의 수 ▲폭탄제조 가능한 핵물질의 량 ▲외국과의 핵관련 물질과 지식의 교역내역 등을 고시 선언하라는 내용이다.
북한과 미국은 올해 6자회담의 2.13합의 이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적인 어려움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으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1단계 영변 핵시설의 폐기, 2단계 모든 핵시설의 선언과 불능화의 실천을 위하여 노력하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초창기의 신보수주의 강경노선이 ‘악의 축’의 다른 당사국인 이라크와 이란에 대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하여서 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온건해지고 특히 북한 핵에 대하여 외교적 해결에 중점을 두는 변화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번에 부시가 김정일에게 친서를 보낸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으로 간주된다.
김정일이 아직 부시의 친서에 대하여 답신을 보내지 않아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고, 부시의 온건한 입장의 한도/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주변의 상황을 주의 깊게 분석하면 북한 핵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를 유추할 수 있다.
먼저 북한 측의 동향을 관찰해 보자. 12월6일 송인순 외교부장관이 “북핵문제가 북한의 핵물질 신고단계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고, 북한을 다녀온 힐 차관보도 “북한과 명확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6자회담의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친북계인 일본 ‘조선신보’는 12월6일 “현 단계로는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는 문제’와 ‘핵 이전을 하지 않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라고 논평했다.
이는 북한이 현존하는 핵무기는 그대로 놓아두고 앞으로의 핵무기 생산을 신고/불능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그리고 신고/불능화도 일부는 올해 내에 할지는 몰라도 시간을 벌겠다는 속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온건적인 최근 자세와 관련해서 2가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나는 북한이 잘 나오면 테러지원국 명단과 적성국 교역금지에서 풀어주겠다는 약속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관리들이 북한 핵의 신고와 불능화가 ‘제한적’일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미국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안보와 국제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타협될 수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핵불능화’와 ‘핵이전 금지’의 제한적 단계에서 북한을 국제정치 및 경제사회에 끌어들이는 인정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바라는 바일 것이고, 그리 되면 현 수준의 북한 핵을 받아들이면서 한반도의 평화협상이 이루어질 것이고, 북한은 국제정치 및 경제사회에 들어와 베트남식 사회주의적 경제대국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종국에 가서 한반도의 통일이 과연 한국이 바라는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불투명성이 커지는 것이다.
백 순
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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