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세계지도를 들여다보길 즐겼던 나는 아시아 대륙에서 유럽 대륙으로 눈길을 옮기며 내몽고라는 이름을 스칠 때 마다 아주 멀고도 먼 미지의 세계라는 생각을 했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을 달리는 하얀 말떼들, 어쩌다 세워진 둥그런 텐트들, 외로운 사막에 몰아치는 회오리바람 등등이 그 지역에 대해 내가 그려볼 수 있는 이미지의 전부였고 평생 그곳엔 갈일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초 서울에서 지인들과 점심을 나누다 바로 그 내몽고가 화제에 오르고, 11월쯤에 여성 경제인 몇몇이 시찰을 가는데 동행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자 나는 호기심이 바짝 동해 도저히 ‘노’라는 답을 할 수 없었다.
중국 내몽고 자치주의 수도 후허호터가 북경에서 비행기로 단 50분. ‘미지의 땅’은 의외로 가까웠다. 비행기가 착륙한 순간, 나는 먼지 날리는 시골 비행장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혼자 무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올림픽 때 북경 공항에 기후 또는 다른 이유로 문제가 생기면 이곳 공항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에 그 규모와 번듯함을 일단 납득했다.
밤늦게 도착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원히 뚫린 도로와 고층 건물들의 불빛에 내가 그리고 있던 내몽고의 이미지가 서서히 깨어져 갔는데, 호텔에 도착해 로비에 들어선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글자 그대로 국제 수준의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내몽고 한가운데 1천 개의 객실을 자 랑하며 몇 개월 전부터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부페로 차려진 아침 식탁에는 동서양의 산해진미를 다 갖춰 놓은 듯 했는데, 어쩔 수없는 서양인인 나의 남편이 팬케이크에 뿌릴 시럽을 찾자 웨이터들이 어리둥절해 하더니 누군가의 중국어 통역을 거친 후 조리사가 꿀통을 불에 녹여 들고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본의 아니게 일거리를 만들고도 시럽을 못 얻어 먹게 된 남편은 그래도 그 서비스 정신에 감동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허호터 시는 인근 농가를 합해 2백40만에 육박하는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이다. 내몽고에는 그만한 도시가 하나 더 있으며 중국 정부가 중점 개발 지역으로 지정, 현재 중국 내에서 최고로 빨리 발전하는 지역이라니 아마도 전 세계에서 제일 빨리 발전하는 지역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모든 것이 지난 3년 사이에 새로 지어지고 만들어져 비행장, 관청, 박물관, 샤핑센터 등등 헌 건물이 거의 없다. 수백채의 고층 아파트가 한꺼번에 올라가고 있는 모습은 칠팔십년대 서울을 경험한 내 눈에도 거의 신비롭게 보였다.
천연탄광, 화력발전소, 캐시미어 공장, 제철소, 대체에너지 원료인 옥수수 밭 등등 엄청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내몽고에는 물론 아직도 내가 그렸던 대초원과 사막이 널려있어 여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몽고인이든 한족이든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한다는 징기스칸의 영혼이 되살아나 움직이는 듯 역동적인 에너지가 공기 속에 느껴지는 내몽고.
그곳에서 우리 한국의 여성 경제인들은 우리가 이곳에 진출해 모범적인 비즈니스를 펼쳐보자고 결심했다. 아직 해외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지 않은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며 본격적 시장 조사에 착수하기로 의기투합하는 그들을 지켜보며 나는 한국 ‘아줌마 부대’의 진취적 기상이 징기스칸의 텃밭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결국에는 이렇게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좁아진 세계 전체를 시장으로 삼아 뛰는 개개인 국민들이 한국을 받쳐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지러운 대선 정국이 더 이상 절망적으로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김유경
Whole Wide World Inc.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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