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택, 자녀가 누릴 기회 우선
자녀 인격 존중하는 자세 갖춰야
세월은 강산도 변하게 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변하게 한다. 그래서 누가 말했듯이 “변한다는 진리 외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Every thing changes, except change itself.)라고도 한 것이다. 따라서 숲도 변한다.
요세미티에는 옛날에 호수였던 것이 물의 흐름이 바뀌어 바닥이 마르고 평원이 되었다는 곳도 있다. 지금은 온통 소나무로 덮여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얘기를 읽어보고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과연 숲 한 가운데가 움푹 파진 것이 수긍이 간다.
그 곳은 지금 소나무로 꽉 차있지만 우선 물이 점점 줄어들면서 늪 주위에 자라는 관목계통의 나무들이 주류를 이루어 자라다가, 호수가 완전히 바닥이 나면서 우선 잔디들이 그 바닥을 덮었을 것이다. 그 후 얼마 뒤에는 비교적 빨리 자라는 활목수들이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고, 잔디들과 관목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크고 잎이 많은 나무들이 햇볕과 양분을 다 독차지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 점점 높이 자라는 소나무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것인데 그때까지 왕성하던 활엽수들도 점점 크게 자라는 소나무들에게 밀렸을 것이고 결국에는 지금같이 40m보다 더 높이 자라는 소나무들만이 살아남아 양분과 햇볕을 독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필자가 요세미티를 처음 찾아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이었다. 그 후에 갈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매번 모습이 달라서 40년이라는 세월은 필자만 변하게 한 것이 아니라 숲의 모습도 크게 변화시킨 것을 보게 된다.
물 건너편의 산이 마치 거울에 비친 것 같이 보인다고 해서 명명한 ‘거울호수’(Mirror Lake)를 그 예로 들어보면, 처음 백인들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는 물이 겨울에도 줄지 않아서 겨울에 채빙장으로 사용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 후 물줄기가 바뀌고 상류로 부터 흘러내려온 모래가 바닥에 쌓이기 시작해서 채빙작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 불기 시작한 개발열기로 근처에 길을 닦는다거나 건물을 지을 때 그 모래를 대규모로 퍼서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곳은 유일하게 그 호수 바로 앞까지 어디보다도 넓은 대로로 길이 포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 채사 작업이 1971년을 마지막으로 종결을 보았고 이제는 계속 쌓이는 모래로 건조기인 겨울에는 호수라기보다는 완전히 모래사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여름에 와도 전같이 물이 많이 불지도 않으며 겨울에는 호수 맨 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갈 수가 있게 되었고, 물줄기는 호수 옆 한쪽으로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흘러내려가는 조그만 시냇물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큰 변화는 요세미티 마을 자체에도 있다고 본다. 여름에 갔을 때는 시원한 그늘이 고마워서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금번에는 아주 추울 때 올라갔기 때문에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던 것일까, 그 계곡 밑 넓었던 곳에도 이제는 전처럼 확 뚫린 들판이 없어지고 어디를 가나 온통 큰 나무 밑의 그늘 사이를 다니게 돼 버린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일단 버스에서 내려서 걸을 때마다 어쩐지 스산하고 춥기만 했던 것이다. 마침 그 주에는 4일 모두 햇볕이 내리쬐는 좋은 날이었는데도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히 40년 전에 비해 훨씬 나무키가 커 있었고 그것도 주로 옆으로 많이 크는 활엽수는 오직 가장자리로만 밀리고 웬만한 곳은 모두 40m 이상 쭉쭉 뻗어 자라는 미국 서부해안 특유의 소나무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계곡 어디를 가나 40년 전에 비하면 훨씬 어두침침하고 으슥하기만 하게 된 것이다. 확 뚫린 들판은 이제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었고, 10m 정도밖에 크지 못하는 활엽수들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쭉쭉 뻗은 소나무한테 햇볕과 양분을 다 빼앗겨 버려서 도태돼 버린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지 숲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양육과정에서도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되면 물론 배울 것이 더 많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꼭 우리 자녀들이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장담 못하는 것이 그런 곳일수록 더 크게 자라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서 까딱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결국 ‘찬밥’의 신세가 되고, 기껏 찾아간 학교에서 양지가 아니라 음지만 헤매게 되어, 오히려 조금 못한 것에서 왕 노릇 하는 것보다 더 못할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의 일인데 조금 열성이 있는 부모들은 이사까지 가면서 더 ‘좋은’ 학교로 전학을 시킨 아이들이 몇 있었지만 그중에 주립대학도 못간 아이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한 시간씩 버스를 태워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을 극구 말리고 싶은 이유가 학교의 크기 보다는 내 자녀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학교 선택에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번은 한 우수한 청년이 술에 잔뜩 취해서 부모한테 푸념을 늘어놓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청년에게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제공한 것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당시 그의 부친은 저명인사로서 세간의 부러움과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그 청년에게는 “과연 나도 아버지만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이다. 얼마 전 또 다른 한 부자의 만남에서는 그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자기 부하를 대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식으로 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집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성공적인 전문인이 갖는 위엄과 권위로 부하를 대하듯이 똑같이 자녀에게 위압적으로 대하는 것은?더구나 가장 상처받기 쉬운 사춘기의 자녀에게는?절대로 배제해야 할 자세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자녀는 마치 숲속의 나무와도 같이 따뜻한 사랑과 자기 기개를 마음껏 펼 수 있는 환경이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의: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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