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11개월 남짓 남아있는 미국의 대선은 금년 초부터 공화, 민주 양당의 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해왔다. 이제 뉴햄프셔 주의 전국 첫 예선전(primary)보다도 앞서 열리는 아이오와 주 의 코커스(caucus)가 1월초에 있을 것이라서 미국 정계의 관심이 온통 그곳에 쏠려있다. 코커스란 단어는 워낙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영국)정당들의 간부회의를 의미했었지만 미국에서는 선거구별로 당원들이 모여 선거에 임할 당의 후보자들 중 누구를 뽑을까를 결정하는 비공개 회의를 말한다. 예선전은 비밀투표로 순위가 결정되는 반면 코커스에서는 갑론을박을 거쳐 후보자들이 정해지는 게 다르다. 지미 카터가 1976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Jimmy Who? 란 반응을 받을 정도로 지명도가 낮은 전직 조지아 주지사였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한 다음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닉슨을 사면한 때문에 인기를 잃어버린 포드 현직 대통령을 패배시켜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아이오와는 대선후보들 중 누가 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점치는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이 민주당원들 사이에 아직도 인기가 비등하는 빌 클린턴과 함께 아이오와 주를 뻔질나게 드나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도 유명 TV 인물인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아이오와 주 민주당원들에게 자기야말로 워싱턴 정가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대통령감이니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28%, 클린턴이 25%, 그리고 전 노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자 2004년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가 23%의 코커스 참석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거의 막상막하라서 세 후보 진영을 긴장시키고 있다. 통계상 오차범위를 크게 넘지 않는 숫자라서 만약 에드워즈가 1위로 정해지는 경우 오바마나 클린턴 중 3위가 되는 사람은 뉴햄프셔 첫 예선전에 큰 상처를 입고 임하게 되어 지명전에서 결국은 탈락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오와에 그처럼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세 사람이 그럴 진데 리처드슨, 바이든, 도드, 쿠시니치 등 너덧의 군소후보들의 탈락 가능성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공화당 쪽의 사정도 비슷하다. 워낙부터 존 맥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아이오와에 별 신경을 안 썼지만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다른 후보들은 아이오와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롬니가 줄리아니와 근소한 차이로 제1위가 될 것처럼 보였는데 롬니가 몰몬교도인 때문인지 전 아칸소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가 급부상하는 바람에 롬니는 마치 존 F. 케네디가 1960년 대선 때 자기의 (가톨릭) 종교가 대통령 직무 수행에 영향을 안 미칠 것이라고 특별연설을 했던 것과 비슷한 특별 연설을 6일날 했다. 얼마 전 공화당 예비후보들의 TV 토론에서 줄리아니와 롬니가 자신들의 공직자 시절에 시행했던 시책들과는 달리 공화당 지지파들의 점증하는 반(불법) 이민 정서에 동조 하는듯한 발언을 해서 양식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들었다. 한편 허커비는 주지사 시절 일부 불법이민자들의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 보조법을 지지한데 대한 롬니의 비난을 받고 미국은 “부모들의 행위에 대해 자녀들을 벌주는 나라”가 아니라서 좋은 나라라고 답변하여 일관성을 보였다. 그 후 그는 기자들에게 불법이민들에 대한 분노와 적의에 호소할 수는 없다면서 그 결과 자기가 경선에서 지고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되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2008년의 대선은 부시의 인기 추락으로 민주당 후보면 누구거나 공화당의 적수를 이길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클린턴이 후보가 되는 경우 롬니나 줄리아니와의 대선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있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있는 연방의회에 대한 인기도 부시 인기처럼 바닥을 기고 있어 양당의 유력 예비주자들이 대선 고지를 향해 고군분투하면서 예선전의 주들을 빈번하게 찾고 있다.
이라크 전쟁,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주택시장의 급락과 고유가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불황 가능성, 그리고 1,200만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들의 문제 해결 등 선거 쟁점들이 너무나 많은 가운데 속 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해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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