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 객원기자, 앨라스카를 가다
탓셴쉬니-알섹 강을 따라
(15)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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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시어 베이 국립 공원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제 드라이 베이 (Dry Bay)까지 가야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경비행기를 탈 수 있다. 오늘 못가면, 기약없이 국립 공원 사무소의 이륙 허가를 기다려야한다.
알섹 강을 따라 내려 가다가 왼편의 조그만 지류로 가야 하는데, 만약 놓치면 더 하류로 가서 돌아 상류를 향해 역류로 올라 가야한다. 역류로 간다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므로 엄청난 힘이 요구된다. 또한 조그만 지류에 수심이 깊지않으면 보트가 강바닥에 주저앉아 진퇴양난이 된다. 어저께 빙산을 지나면서 맞은 소나기가 오늘 이 강물을 불어나게 했지만 충분한지는 미지수였다. John이 새벽 일찍 정찰을 나갔다. 날씨는 흐렸고 모두들 무사히 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정찰 결과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란다 (maybe).
아침 식사 후, 짐을 보트에 실었다. 그리고는 보트 한대에 조타수 한 사람씩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류로 걸어갔다. 조그만 지류를 따라 돌아서 2 마일 정도를 강을 따라 걸은 후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보트에 탔다. 노(櫓)가 강 바닥에 닿았다. 보트가 강 바닥에 걸렸을 때에는 점프를 했다. 보트가 강 바닥의 자갈에 긁히는 소리도 났다. 알섹 호수에서 이곳까지는 약 14마일의 거리이다.
드디어 강을 벗어날 수 있는 지점까지 왔다. “Rafters Take Out”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짐을 모두 내려 놓았다. 개인의 짐 뿐만이 아니라 공용 짐까지 다 부려야했다. 고무 보트 안에 설치된 쇠 프레임까지 다 빼내야 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짐들이 이 강을 내려온 것이었다.그리고는 보트를 안팎으로 씻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정말 사서하는 고생이었다. 쿠르즈 여행이라면 자기네들이 다 씻을텐데… John은 가져온 변기 셋을 씻기에 바빴다.
부역 같은 이 보트 씻는 노동을 보고는 Enoch의 마지막 조크가 나왔다. 여행을 즐기는 한 사람이 여행이라는 여행은 다 해봐서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생각에 다시 여행사를 찾았다. 여행사 직원에 의하면 이제 꼭 한가지가 남았는데 “로마 시대의 노예 여행”이라고 했다. 참가하기로 하고 요금을 지불했다. 여행 첫날엔 참가자들이 다 모여서 상견례 후 골아떨어지도록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참가자들이 눈을 떴을 때에는 모두들 노예선의 바닥에 앉은채 발에 착고가 채워졌었다. 그 다음부터는 채찍을 뜬 가이드의 호령에 맞춰 노를 저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농땡이를 치면 채찍질이 가해졌다. 매일 이러한 여행을 하다 목적지에서 다 풀려났다. 귀가한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 여행 경험을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 한 친구가 질문하기를 “그 채찍질한 가이드에게 팁은 얼마나 줬나?”
긴 자갈 밭이 경비행기의 활주로였다. 조종사까지 네명이 타는 세스나 경비행기에 300파운드나 되는 패트릭과 함께 안타려고 잔머리를 굴리다 그와함께 타는 행운(?)을 얻었다. 옛날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이 때로는 어리석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우가 재주넘다 잡힌 격이었다.
이 조그만 경비행기가 낮게 비행하는 덕분에 앨라스카의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 있었다. 파일럿이 아랫쪽을 보며 곰을 가리키는데 놓쳤다. 비행기가 야쿠탓 (Yakutat)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밴이 한대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행기는 다시 다른 사람들을 태우러 돌아갔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 중 일부는 가까운 모텔에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 한번에 8불이란다.
짐을 열어서 다시 쌌다. 모두들 모였을 때에는 최후의 만찬을 했다. 야쿠탓 비행장에는 앵커리지와 주노에서 하루 한번 비행기가 도착한 후 다시 떠나는 게 모두다. 조그만 방 하나에 카운터, 시큐리티 첵 포인트, 도착 후 짐을 찾는 켄베이어 (carousel) 등이 갖춰져 있었고, TSA 요원 여섯명이나 일하는데, 이들이 견습 훈련하는 곳이란다.
저녁에 주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집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비행기 창을 통해 보이는 만년설들은 다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지금 이야기하지만 손가락 끝에 생긴 굳은 살은 한달 반이 지나서야 없어졌다. 앞으로도 사진 여행 스폰서 하시는 분이 계시면 언제라도 길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끝>
<폴 손 객원기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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