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공연 자리취소 계기로 갈등 부글부글
샌프란시스코지역한인회(회장 이석찬)와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총영사 구본우) 사이의 갈등이 심상찮다. 언론 등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흐렸다 갰다 반복하며 지난 수개월동안 내연상태에 있던 양측의 갈등이 건드리면 터질 듯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종의 뇌관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안숙선 명창의 SF공연이다. 사연은 이렇다.
총영사관측은 지난달 한인회측에 안숙선 공연 계획을 알렸다. 한인회측 참석인원은 10명으로 정해졌다. 총영사관측은 사전정리 등을 위해 그 명단을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인회 박준범 이사장은 회장단과 이사진의 참석여부 등을 확인해 명단을 작성했다.
그러나 명단은 전달되지 않았다. 이석찬 한인회장의 보류지시 때문이었다. 공연이 열린 4일 낮 총영사관의 장동령 교민담당 영사는 박영규 한인회 부회장에게 명단이 제출되지 않아 자리가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겉으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일이 양측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한 데는 그동안 쌓인 감정 때문이다. 한인회측은 지난 몇달동안의 사례를 들어 총영사관이 한인회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총영사관은 한인회측에 할당된 자리를 취소한 것은 한인회측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 조짐을 보일 때마다 거론되곤 했던 ‘지난 몇달동안의 일’은 대략 4가지다.
▷첫째는 지난 4월 구본우 총영사 부임 직후 한인회 회장단의 총영사관 예방 불발사건이다. 이석찬 회장이 출타중인 상황에서 천인필 부총영사는 박영규 부회장과 의논해 한인회 회장단의 신임 총영사 예방일정을 잡았다.
이는 출장에서 돌아온 이석찬 회장이 제동을 걸면서 불발로 그쳤다. 이를 두고 총영사관측은 약속된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프로토콜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석찬 회장은 “약속을 못지킨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미안한 점은 있지만 총영사 왔다고 들어오라마라 하는 건 말이 안되지 않느냐” “무슨 임금님 알현하는 것도 아니고 그날(약속된 날) 다음날 다다음날 여기(북가주) 단체장들 인사일정이 쭉 잡혀 있더라”고 ‘생각있는 예방거부’였음을 밝히고 있다.
▷둘째는 제13기 SF민주평통 인선과 관련한 잡음이다. 인선위원을 선정할 때부터 인선작업, 확정발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총영사관측이 한인회측과 상의 내지 귀띔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한인회측, 특히 이석찬 회장은 구본우 총영사 부임 당시 예방불발에 따른 보복성으로 풀이했다. 총영사관측은 헌법기관인 평통의 위원 인선은 총영사관의 권한이라며 한인회가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냉소적으로 봤다.
총영사관측은 평통위원 인선 때 현직 한인회장의 의견을 구하거나 일부 추천을 받는 식의 관례에 대해서는 “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현 총영사관은) 정식으로 한다”는 논리로 한인회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세번째는 한인회의 재외동포재단 지원금요청을 총영사관이 중간에 기각한 사건이다. 한인회측에 따르면, 이석찬 회장이 재외동포재단측의 구두승인을 얻은 뒤 6,000달러가량의 지원요청서를 총영사관을 경유해 올리려고 했다.
지난 8월 한국의날 퍼레이드 및 민속축제 후원금이 퍼레이드가 없었던 지난해와 똑같이 9,000달러밖에 안돼 추가로 신청하는 것이었다.
같은 항목 중복지원 불가입장을 감안해 항목은 달리했고 이는 재단측의 사전양해를 얻었다(이석찬 회장의 말). 장동령 영사에게도 그런 사정을 얘기하고 관련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총영사관은 내부 심사결과 지원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자체 기각했다.
서울 출장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온 이석찬 회장 등은 총영사관측에 항의했다. 총영사관측은 자체판단을 앞세워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이 자리서 매우 ‘격정적인 혹은 위태로운’ 얘기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한인회측은 ‘총영사관의 한인회 물먹이기’로, 총영사관측은 ‘한인회측의 총영사관 트집잡기’로 보는 것 같다. 사안마다 양측은, 특히 한인회측은 할말이 태산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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