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이 파리 시장 시절에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인가 하면 헬무트 콜 전 독일 수상이 실각한 이유 중 하나도 측근의 뇌물 사건 때문이었다.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 씨의 애정행각도 신정아 씨가 동국대에 임용되도록 교육부의 지원금이 많이 증액되게 는 과정에서 변 씨의 역할이 가미되었다니까 고위 공직자의 비리임에 틀림없다. 현직 국세청장이다가 부산 지방 국세청장의 인사 청탁으로 작년에 현금 7,000만 원, 올 1월의 해외출장 때는 1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전군표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편 부산 국세청장이던 사람은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부탁으로 탈세 혐의를 받고 있던 건설업자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그 돈을 혼자 다 먹은 게 아니라 자기 상관에게 상납한 것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에 전 씨가 걸려든 것이다.
하기는 노무현 대통령 아니면 그 측근이 대통령 당선 축하금으로 얼마를 받았는지가 삼성의 공직자 관리차원 뇌물공세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에 포함될 전망이니까 한국 정·재계의 뇌물 특혜 연결고리가 어떻게 노출될지 점입가경이다.
공직자 뇌물 치부로 가장 파렴치한 예로는 얼마 전 사형에 처해진 중국 식품의약청 청장이 있다. 그가 아들과 부인을 위해 고급 수입차 등을 뇌물로 받고 허가해준 불량 약품들 중에는 가짜 마이신도 있어 감기 기운에 그 약을 먹은 아이들이 죽기도 하고 식물인간이 된 경우도 있으니 가장 가증스러운 죄질이었다.
최근 워싱턴 DC 세무당국 두 여자 관리들의 뻔뻔스러운 도둑질도 혀를 내두를 만하다. 해리엇 월터스 부동산세 환불 담당관과 그의 직속 부하인 아이앤 거스터스 여사는 친척들과 공모하여 약 7년에 걸쳐 무려 3,000만 달러로 추산되는 액수를 DC 정부로부터 횡령 착복했다. DC 정부가 부동산세를 부당하게 책정해서 낼 돈보다 더 많이 냈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은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유리한 결정을 받아내는 경우 환불을 받는 제도가 있는데 그들은 그것을 악용한 것이다.
친척들을 동원해서 유령회사의 이름으로 평균 38만 달러 꼴의 환불 요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거스터스가 기안해서 올리면 월터스가 서명하여 간디라는 DC 최고위 재정관에게 올리면 수표가 발행되어 범법자들의 손으로 들어가는 수법을 썼다.
아이러니한 것은 DC의 CFO인 간디는 약 10년 전 연방정부로부터 고용된 전문가로 DC 세무당국의 난맥상과 무능을 해결했다고 칭송을 받아왔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간디는 CFO가 되기 전 바로 DC 세무국장으로 두 부정 공무원의 직속상관이었으니까 그에게 점차로 문책의 손길이 모아지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두 여자의 뻔뻔스러운 도둑질은 한 은행 직원의 날카로운 질문이 없었다면 아직도 계속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간디의 CFO 부서가 감독부실의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몇 10만 달러짜리 DC 정부 수표를 개인계좌에 넣으려는 공모자에게 회사 정관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하자 이에 엉터리 서류를 가져온 결과로 처음에는 메릴랜드 연방 검찰에 제보 되었다가 DC쪽으로 옮겨졌기에 발각된 사건이었다.
그동안 주범들은 호화찬란한 생활을 했다. 월터스는 7년 동안 고급백화점 니만 마커스에서만 140만 달러어치의 명품 구입을 했고 20만 달러짜리 벤틀리도 소유했다니 정말 간이 큰 여자라고 할 수밖에. 문제는 그의 동료들이 그를 의심했어야 마땅할 증거가 여기저기 있었지만 선물 공세 때문이었던지 아무도 세금 도둑질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또 DC 감찰당국이 부동산세 환불 액수가 너무 많다고 경고한 것이 3년 전이지만 그것을 무시한 간디 CFO도 이 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오직 각 사람이 시험(유혹)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 1: 14, 15)는 성경의 경고가 생각난다. 부당한 욕심을 제어하지 않으면 큰 범죄에 이른다는 교훈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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