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유일의 평야 지대 속에 있는 조그만 국경도시 매그놀에서 인구 8백만 명의 스웨덴으로 들어오는 길은 국경표시 조차 없는 휴게소 앞마당이다. 잠시 내려 커피 한 잔과 지도책 하나를 얻어 뒷문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국경에서 넘게 된다.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분수령으로 동쪽의 스웨덴 쪽으로 내려올수록 낮은 야산지대가 전개되면서 낯익은 소나무 숲과 자작나무의 행렬이 계속되고, 그 사이로 검정지붕에 빨간색 벽의 전통적 스웨덴의 시골집들이 넓은 평야와 함께 시원스레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 나라 시골은 다른 나라와 달리 말사육장이 많으며, 산림 벌채와 개간사업으로 인한 도로확장공사에 정신이 없었다.스웨덴에서는 적은 인구가 거의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인구 밀도를 높이기 위해 근로여성에게 분만을 위한 50일 동안의 유급 휴가와 아기가 9개월이 될 때까지 최고 180일의 휴가와 특별 급여가 주어진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는 학비와 교재, 점심이 무료이며 대학까지 수업료가 면제된다.
10월 중순의 깊은 가을 낙엽이 쌓인 스웨덴의 아침. 아침이라지만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듯 호수의 뿌연 안개가 덮인 조용한 거리와 호수를 따라 발전한 ‘칼스타드’라는 시골도시에서 처음 맞이하는 스웨덴의 아침은 나에게 상쾌하고 촉촉한 마음을 선사했다. 어딜 가나 푸른 평원과 평야가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 파란 자연의 호수가 검게 기름진 땅을 적셔 주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부럽다.대학교육의 도시이며 커피 가공으로 유명한 칼스타드를 출발하여 중세기에 요새의 도시이며 또한 다이나마이트로 유명한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노벨의 고향 오레브로를 지나면서 노벨이 인류에 공헌한 업적을 반추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지척에 스테인리스 철금속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도시 에스킬스투나를 볼 수 있고 비행기와 자동차를 생산하는 Saab공장과 본부도 이곳에 있어 방문할 수 있다.
인공 수로를 파서 성을 방어하고 있는 옛 왕실의 여름 별장과 그립스홀름 성이 근방의 마리프레드라는 한적한 마을에 고고하게 서 있었다.
스웨덴 서쪽으로는 인구 50만의 스웨덴 제 2의 항구도시 ‘고텐버그’가 있는데, 바위산을 잘라 운하를 만들어 발전시킨 현대와 중세가 만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도시이다. 또한 이곳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볼보 자동차와 아이키아 가구의 본부가 있고, 이곳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연락선으로 20분 거리의 덴마크로 건너가 샤핑이나 유흥을 즐기기도 한다.
나라 전체가 수많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많은 터널과 다리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연락선과 크루즈 운항 산업이 매우 발달한 나라이다.
여성들의 옷차림도 실용적이고 활동적이어서 타이트한 청바지에 긴 부츠 차림이 가볍고도 최신 유행을 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인구 2백만 명의 수도 스톡홀름은 7층 미만의 건물이 줄지어있고 연한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채색되어 있어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은은하다. 이곳은 크고 작은 14개의 화강암 섬을 연결해서 이룬 수중 도시로, 발틱해의 바닷물과 거대한 몰라렌 호수의 민물이 만나는 지점에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갑문을 설치해 수위를 맞춘 운하의 도시이기도 하다.
스톡홀름은 도시 전체가 물 위에 떠 있는 관계로 수많은 다리가 놓여 있고, 섬과 섬 밑을 관통하는 지하차도와 전철용 터널이 여기저기 뚫려 있어 흔히 사람들은 지하에 구멍이 많은 이곳을 잘라놓은 ‘스위스 치즈’에 비유하기도 한다. 현재의 왕궁이 있는 감라스탄 섬은 남북으로 발전된 이 황홀한 도시를 연결하는 중심으로 왕궁 오른편에는 독특한 양식의 고풍스런 국회 의사당이 물 위에 떠있고, 그 옆의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바로 고딕 스타일의 오페라 하우스가 나타난다. 이 오페라 극장은 해마다 6개의 노벨상 중 평화상을 제외한 다섯 부문에 대한 수상식이 행하여지는 곳으로 유명한데, 수상자들을 위한 피로연은 이곳에서 대여섯 블록 떨어진 쿵스홀멘 섬의 시청 중앙 홀에서 성대히 거행된다.
공원과 호수 그리고 바다로 조화를 이룬 지점에 우뚝 선 시청은 1911년에 지은 5층의 벽돌 건물로 등대와 같은 높은 탑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에서 생산된 회색 대리석으로 바닥과 발코니를 화려하게 장식했고, 2층에 있는 목각으로 장식된 의사당은 그 위엄이 대단했다. 특히 홀 전체가 순금으로 입힌 대형 연회장은 노벨상 수상의 피로연 장소로 손색이 없는 황홀한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왕궁이 있는 주변에는 중세 이전부터 발전되어 온 옛 시가지가 있으며 차량 통행이 금지된 비좁은 골목길 사이를 걷자면, 고색이 창연한 오래된 상가와 주택이 교회나 옛 시청과 함께 원형
의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도 그 속에서 거주하며 장사하고 있는 모습에서 마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과거로 돌아온 듯 즐거운 환상에 도취되기도 했다. 또 중세기에 지어진 우중충한 옛 건물의 둔탁한 지하 돌계단을 따라 만나는 희미한 지하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은 묵직한 지하실 분위기와 어울려 아늑하고 따스했다.
이 구시가지에서 스트롬브론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들어서면 노벨상 수상자들이 묵는 초특급 그랜드호텔이 자리하고 있고,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찬란한 옛 왕실의 유물과 스웨덴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그랜드호텔 바로 앞에서 출항하는 스톡홀름 항구 일주유람선이 한 시간마다 있는데, 한 시간 항해가 미화로 22달러이며, 유람선을 타야지만 이 아름다운 도시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스톡홀름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Vasa박물관이다. 이 거대한 박물관 속에는 처녀 출항을 시도하다 100미터도 못 가서 침몰하고 만 거대한 목조 군함 Vasa를 350년 만에 인양해 전시해 놓고 있다. Vasa는 옛날 배로는 세계 최초로 완벽하게 보존된 것이라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전혀 손상되지 않은 당시에 사용되던 항해 기구와 선원들의 살림살이 등에서 섬세한 선박제조 기술과 더불어 그들의 훌륭한 재주 그리고 용맹성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그곳 사람들의 특유의 찬란한 역사에 감동하고, 아름다운 이곳에 다시 한 번 올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스톡홀름을 떠나기 위해 시내에서 45분 거리의 알란다 국제공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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