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 이른 새벽 샌프란시스코 소재 전자제품판매점 베스트바이 매장 앞에는 600명이 훨씬 넘는 고객들이 한 줄로 길게 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이날 매장의 문이 열리는 새벽 5시를 기다리며 두꺼운 옷을 껴입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맨 앞을 선점한 남성 고객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았다”며 “게임을 즐기는 기분이다.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어제 밤 8시였다”고 귀띔했다.
이 남성의 말은 ‘블랙 프라이데이’ 이른 새벽에 대형 연쇄 할인점이나 샤핑센터를 찾는 것이 소비자들 사이에 하나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음을 반영한다.
이날 새벽 아들과 함께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프라이즈 전자제품 판매점을 찾은 대학 교수인 다른 한 남성은 “꼭 사야만 할 물건은 없었다”며 “이날 업소를 찾는 것이 하나의 예식을 치르듯 재미있기만 하다. 매장의 개장을 기다리는 동안 대화를 나누며 아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출발점으로 연말 경기의 막이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 연휴 소매업계 매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기간 매상은 연말 경기를 미리 가늠케 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25일 소매시장 조사기관 ‘전국 소매재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 전국에서 연쇄 할인점이나 샤핑센터를 찾은 고객은 1억4,70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들은 전년 동기대비 3.5% 줄어든 일인당 347달러44센트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돼 연말 경기에 대한 섣부른 전망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인 업소를 포함해 전국의 소매업소들은 이번 연말 경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유가 인상을 위시해 주택가격 하락, 크레딧카드 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올 연말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소들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분위기가 바뀌기를 내심 고대하고 있다. 11~12월 두 달간의 매상이 1년 매상의 최고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연말 특수 잡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LA 한인타운이 성장하면서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업소들이 크게 늘었다. 이는 업소들 사이에 무한경쟁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번 연말 경기에서 어느 업소가 승점을 거둘 것이냐는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켜주고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질 높은 제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들은 제품을 팔고 나서 그 제품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업소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소매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고객들은 완벽한 서비스를 받은 제품에 대해 품질이나 기능면에서 다른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며 “그들은 서비스에 감동을 받게 되면 그 제품, 그 업소를 다시 찾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코네티컷주 놀웍에 본부를 두고 있는 스튜레오너드 식품점 앞에는 업체의 판매 전략을 새긴 바위가 세워져 있다. 내용은 ‘고객은 항상 옳다’(1조) ‘만일 고객이 잘못했다면 다시 1조로 돌아가라’(2조)는 것이다. 지난 1992년 스튜레오너드는 전국에서 매장당 매출이 가장 높은 식품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업체가 실시하고 있는 고객제일주의 덕분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년 가운데 소매업계가 가장 바쁜 날인 크리스마스 전 일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연말 경기는 올해만 있는 것은 아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황동휘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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